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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산부인과 분만 중 태아 사망과 의사 금고형 선고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2017년 05월 22일 (월) 11:24:25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김선욱 변호사
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 영국시인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실수는 인간의 몫이고 용서는 신의 몫이다’라고 해석한다. 그렇다 우리는 실수 할 수 있고 어찌 보면 실수투성이 인간이다.

실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한 행위이다. 불가항력 실수는 잘못은 아니다. 예방할 수 있었던 실수만이 속세의 영역에서는 문제가 된다. 태아의 사망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하여 산부인과 의사에 금고형을 선고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4월6일 인천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을 심리하고 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월형을 선고하였다. 법원이 판결문을 통하여 인정한 의학적 평가를 포함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산부인과 전문의 A는 분만 전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 저하되는 증세가 이미 5차례나 발생하여 특별히 주의 및 관찰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러나 A는 무통주사를 산모에게 투여한 이후 약 1시간 30분 동안 태아의 심박동수 등 최소한의 검사도 하지 아니하고 방치하였다. 이는 업무상 과실이다.

이로 인해 분만 중 태아에게 심박동수 저하 등 생명에 지장이 있는 응급상황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 했다. 

태아는 위 1시간 30분 사이에 심정지로 사망했다. 법원은 수사기관이 진행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와 A가 경찰에서 한 일부 진술 등을 유죄 증거로 채택했다. 법원은 다만 합의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사를 법정구속 하지는 않았다.

위 판결에 대하여 산부인과를 비롯한 의료계는 격분하였다.

판결 사안은 불가항력이고 불행한 일이지 의사의 과실은 없다. 설령 과실이 있다고 해도 금고형으로 감옥을 가야할 정도는 아니다. 낮은 수가에 거액의 배상도 해야 하고 감옥도 가야 한다니 너무하다.

사망의 결과를 의사만이 책임지게 하는 것은 의사를 분만현장에서 떠나게 하는 일이다. 의료계가 대선을 앞두고 이 사건을 비롯한 그 간의 불만을 시위장소에서 토로하였다. 많은 국회의원이 집회 현장에 찾아왔다. 대선을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의료계의 입장을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하였다. 지난 4월을 뜨겁게 달군 산부인과 분만 사고는 대선이 지나자 외형적으로는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현행 사법체계 내에서 의료행위에 대한 평가는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영역이다. 위 사안에서 대다수의 의사는 판사가 잘못평가를 하였다고 비난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법관도 인간이다. 하지만 감정적 비판은 자제함이 옳다. 제한된 자료에서 드러난 상황의 문제점을 보자.

우선, 의료행위의 평가가 적절했는지 짚어보아야 한다.

판사가 최종적으로 결정 하지만 실은 평가는 그 이전에 이뤄진다. 동료에 의한 평가(peer review)이다. 의료행위는 일반인인 판사가 그 적절성을 의학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의사출신 판사라도 마찬가지이다.

의료행위 적절성은 의사가 평가하는 것이다. 감정의사의 몫이다. 만일 이 사건에 있어서 같은 조건하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다면 분명 과실로 평가될 것이다. 판사는 감정의사의 평가를 기초로 형량을 판단할 뿐이다. 다만 평가는 대게 복수로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두 평가가 결론을 서로 달리 하고 있다면, 판사가 최종적으로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사건의 구체적인 감정처는 필자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의료행위의 적절성 평가가 한 곳의 감정의사의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면 공정성의 시비가 있을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의 감정서를 채택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중재원도 중재사건이 아닌 타 의료사건을 감정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재원은 당사자간 분쟁의 ‘신속’한 사건 조정이나 중재를 처리하는 기관이다. 신속함과 정확성 중 신속함이 더 중요시 된다.

이러한 이유로 판결문에 수사기관의 감정처가 중재원이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신속하게 의료감정을 해주니 경찰이 중재원에 의료감정을 요청하였을 것이다. 실무상 의사협회나 의학회의 감정 회신은 여러 절차적 이유로 너무 늦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신속한 중재원 의료감정을 선호한다고 한다. 신속한 감정은 당사자 간 다툼의 빠른 조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정은 정의를 판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형사재판은 신중해야 한다. 신속한 것이 정의는 아니다. 중재원의 감정인력에 있어서 객관성이나 전문성이 학회나 대학병원 감정인력 만큼 될지는 잘 모르겠다.

판결문의 객관적인 유죄 증거는 중재원 감정결과가 유일하다. 대학병원 등 학회 감정서가 증거로 판결문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더 나아가 대학병원 등의 감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판사가 중재원 감정만으로 유죄판결을 한 것은 앞서 말한 의학적 평가의 공정성은 물론이고 정확성에도 의심을 살 수 있다.

또한 유죄 증거 중 산부인과 의사가 경찰의 신문에 응하여 진술한 것이 있다.

법원은 “피고인 또한 수사기관에서 태아의 심박동수에 대해 세심히․지속적으로 관찰했다면 태아의 증상을 즉시 확인하여 제왕절개 수술 등을 실시하였을 가능성은 높았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을 유죄의 유력한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

의사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는 필자는 알 수 없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의사의 위 진술은 객관적 사실의 진술이 아니라 자신이 한 의료행위에 대하여 자신이 의학적 평가를 한 것이다.

불리한 진술이나 판단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변호사의 도움이 없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더 큰 법리상 문제는 피고인의 진술이 평가 또는 판단에 관한 진술이라는 점에 있다. 피고인이 당시대의 의학적 평가나 의학적으로 가장 옳은 판단을 할 만한 인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한 ‘사실’이 아닌 ‘판단의 가정적 평가’를 진술한 것을 유죄 증거로 삼은 것은 문제이다. 법원 재판에 있어 평가(감정)은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객관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선고형의 문제이다.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이 가장 많은 사회영역은 자동차 사고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자동차 사고 시 합의가 없는 경우 금고형을 선고하여 왔다. 아마 이번 판결도 합의가 되지 않아 통상의 자동차 사고와 같이 금고형을 선고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혹여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판사의 판단과정이었다면 문제다. 자동차 사고와 의료 사고는 다른 기준을 두어야 한다. 자동차 운전과는 공공성에 있어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특히 분만은 더욱 그러하다. 건강보험제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의사의 행위는 공공성이 있는 일이다. 민사상 공무원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만 개인책임을 지게 한다.

굳이 기준을 정하라면 참고가 되겠다.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은 벌금형 선고도 가능하다. 이 사안이 설사 의료과실의 개입이 있다고 해도 금고형이라는 실형을 선고할 만큼 중대한 과실인지를 우선 판단해 보아야했다.

또한 금고형 선고의 이유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여러 배경도 판단해보았어야 한다. 형사재판이 민사합의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분명 정의를 구현하는 형사재판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1999년 미국의 Institute of Medicine(미국립의학원)은 8쪽 가량의 논문을 통하여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이라는 논의를 세상에 던졌다. 논문의 내용은 의사개인이 아니라 의료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실수(의료사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저수가 정책이 낳을 수 있는 문제를 의사 개인에게만 부담하게 하지 않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다.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환자들이 내는 건보비용이 환자에게 안전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선순환 정책이 저수가의 문제점과 결합되어 연구되고 고안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하서는 항소가 제기되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원심 판결의 문제점들이 주장될 것이 예상된다. 더불어 대선전에 의사들의 시위에서 국회의원들이 이 사안과 관련하여 약속한 내용들이 대선 후라도 시급히 정책개발로 이어지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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