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조건 개선 없인 간호인력 확보 안돼
상태바
근로조건 개선 없인 간호인력 확보 안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4.14 2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병원 중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범사례 만들어야

간호인력 부족에 따른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제도 개선 및 확대를 위해 간호업무 환경 개선과 공공병원 중심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범사례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시도별 병원 종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현황’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전체 의료기관 기준 20%가 제공중이지만 병상을 기준해서는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도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있어 지역 간의 편차도 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간호인력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건 정부, 병원, 간호사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생각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은 4월14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병원 간호간병서비스 개혁 방안’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책임 연구위원은 부족한 간호 인력 문제를 간호사와 새로운 간호 보조 인력(간호 실무사 등)의 적절한 혼합(Skill Mix)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간호사의 절대적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Skill Mix’ 정책은 재정 절감책은 될 수 있을망정 간호서비스의 질을 저하시켜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OECD 국가들에서 시도중인 ‘Skill Mix’ 정책도 의사의 역할을 간호사 혹은 의사 보조 인력, 약사 등과 나눠 부족한 의사 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격이 강해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아니다.

이 연구위원은 “일부 국가에서 시도하고 있는 간호사와 간호보조 인력의 ‘Skill Mix’ 정책은 간호사의 절대 수가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상태에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시행되는 성격이 강하다”며 “간호사의 절대 수가 부족한 우리의 상황에서 고려할 정책 수단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OECD 국가가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에 대비하는 방식은 대부분 이직률을 낮추고 직무 유지율을 높이는 방향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간호대학 졸업 정원을 늘리는 방식보다는 이직률을 낮추고 직무 유지율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은 국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필요하고 정부가 재정을 투여해 간호사들의 전반적 임금을 상당한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은 간호사 부족 및 지역적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방향으로 △간호사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강화 △간호사 이직률 및 직무 유지율 지표 관리 △환자 1인당 간호사 수 법제화 △간호사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재정 투여 기제 마련 등을 제시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공공병원이 민간병원을 선도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모델을 공공기관 중심으로 먼저 도입한 후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국립대병원과 지역거점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우선 확대할 때, 지역별, 의료기관종별, 병상규모별 간호인력 수급 편차라는 문제 해결에 긍정적”이라며 “다양한 규모, 종별, 지역의 의료기관에서 일부 병동이 아닌 전체 병동에서 실제 운영하면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개 국립대병원과 38개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일반병상 전체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시행할 경우, 의료연대본부가 요구한 상향된 인력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간호사 1만8000명, 간호조무사 3천500명 정도가 추가로 필요해 연간 7천720억원 수준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김 연구원은 “재원의 경우 건강보험 흑자가 20조원을 넘고,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국고지원 미납금이 8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라며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 형태로 정부가 소요재정 일부를 책임지고, 건강보험 재정이 나머지를 부담하는 형태로 현실화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또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핵심인 간호인력 수급과 관련해서는 주로 병상규모가 작은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 표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며 “고임금 사업장의 임금 하락 방식이 아닌 저임금 사업장의 임금을 상향시키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도 및 노동강도가 높은 의료기관에 대폭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인건비에 소요되는 재정에 대해서는 적절한 지원이 이루는 단계적인 표준화를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의료공공성 강화라는 원칙에서 공공적 방식으로 재원이 투여돼야 한다”며 “건강보험재정이 기본이 돼야 하고 대규모 재정이 투여돼야 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투여되는 재원이 실제 간호인력 확충에 쓰여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투여 재원이 의료기관의 수익성 강화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이같은 의견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근로조건 개선이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계속해서 간호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간호인력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의료 인력의 근무 강도 등을 개선을 해나가는데 노력하고 있다”면서 “면허 대비 활동 간호사수가 낮아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과장은 “단 처우개선만 해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지 아니면 어느 정도까지 처우개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또한 “유휴간호사 재취업 센터를 두고 취업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잘되지 않고 있다. 최근 간호인력이 병원 말고도 많은 수요가 있고 아직까지 통계를 내 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분도 많기 때문에 실제 추측하는 것보다는 유휴간호사 수가 적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병원의 인력기준에 대해서는 계속 상향시켜 나가는 게 맞고 인력 불일치 문제를 개선해 나가면서 맞춰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또 하나의 인력 기준이 아니라 병상의 상황에 맞는 작업을 최근에 정리해 나가고 있어 병원들이 그 기준에 맞출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병원 중심의 시행과 관련해서 정 과장은 “건보재정을 투입해 공공병원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한다”면서 “지금 많은 병원들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병원 중심의 시범사업이 가능할지는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