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 부는 혁신의 바람,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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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 부는 혁신의 바람,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 병원신문
  • 승인 2017.03.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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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가천대 길병원 정밀의료 추진단장
▲ 이언 추진단장
4차산업혁명은 3차와 무엇이 다른가 첫째 속도이다. 2004년 페이스북의 직원 수는 8명이었다. 스마트폰이 생긴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다 SNS의 역사는 10년도 안될 것이다. 불과 10여년 사이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둘째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사회현상과 빠르게 맞물려 진행하면서 우리의 생활 양상과 행태를 포괄적으로 변화 시킨다. 셋째 이러한 혁명을 선도하는 각각의 기술 들이 서로 융합하면서 또다른 강력한 변화를 만든다. 대표적인 에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융합이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기술의 혁신이 개별로 일어나지 않고 시스템 적으로 일어난다.(ref 클라우스 슈밥 4차산업혁명)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에서 이러한 사례를 현실화 해서 보여주고 있다. 의료도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여 혁신해야 한다. 멀리는 히포크라테스나 편작 화타 허준의 시대에서 근대에 크림전쟁 남북전쟁, 일이차 세계대전, 한국전, 월남전 이란 이라크 전으로 이어지면서 의료시스템도 나름 진화해 왔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방식 즉 의사중심, 병원 중심의 의료는 곧 종말을 맞이 할 것이다. 즉 환자가 의료에 접근하는 방식이 변화 할 것이다. 따라서 의사나 병원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완전이 바뀔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일은 금융업계에도 일어나고 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세계금융의 판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의료서비스의 생산 소비 유통이 총체적으로 변화 할 것이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의료를 재편시킬 것이고 그 속도와 범위가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우리의 의료기술 적어도 임상능력은 세계최상위권이다, 문제는 각종 규제와 우리사회의 의료에 대한 유연하지 못한 시각이다. 그렇다면 4차산업혁명시대에 우리의 의료를 지켜내고 더욱 발전시키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나가야 할까. 대한민국은 과거 50여년간 국가의 강력한 통제하에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단일 의료보험시스템을 구축하고 나름 잘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국가주도의 시스템 만으로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를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바햐흐로 한국의료도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의료만큼 빠르고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분야도 없다. 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에 많은 투자와 연구가 이뤄진다. 전 세계적으로 제약 산업과 의료기기 산업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과 정부가 앞다퉈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데 있다. 복지와 의료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사람은 과거보다 더 오래 살게 됐다. 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여전히 암과 같은 불치병은 예방법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치료법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암뿐 아니라 치매나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질환은 물론 나열하기 힘든 수많은 질환들이 극복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매년 전 세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의학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제까지 새로운 기술이 오늘도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새로운 의료 기술과 장비가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결과물을 모두 수용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게다가 의료 분야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BT(Bio Technology)와 IT(information technology) 분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BT와 IT가 의료분야에 결합되면서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의료 분야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게 되는 것이다. 기존 방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으로 의료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또 과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부분을 좀 더 빠르고 편리하며 저렴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수십에 달하는 시간과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 필요했었지만 이제는 저렴한 비용으로 몇 시간 만에 유전체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쌓인 BT 정보를 빅데이터와 같은 IT 기술과 접목시키고 이를 의료분야에 적용하면 우리가 원하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의료 분야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앞으로 의료가 어떻게 변화할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 미래의 의료상을 예측한다면 그 어떤 예측도 매우 보수적이었음이 판명날 확률이 높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아는 현재의 의료 모습과는 매우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BT와 IT를 활용한 시너지를 통한 혁신이 미래 의료의 모습일 것이다. 미래 의료의 핵심은 4차 산업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리며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두루 활용되고 있다. 콜센터, 번역, 자동차 운전, 언론사 등에서 폭 넓게 사용되고, 앞으로 더욱 많은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중 인공지능의 활용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의료 분야이다. 가천대 길병원이 지난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인공지능 ‘왓슨(Watson)'은 환자를 진료하고 나아가 신약 임상시험이나 유전체 분석, 전자 의무 기록 분석 등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왓슨이 세간에 이름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2월 14일과 15일 이틀 간 미국 ABC방송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 인간과 왓슨 간의 대결 방송이 약 1000만 명의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대결은 IBM 창립자의 이름에서 따온 왓슨과 74회로 역대 최다 우승자인 켄 제닝스와 왕중왕 전에서 켄 제닝스를 이긴 역대 최대 상금 수상자인 브래드 루터 간에 이뤄졌다.

결과는 제닝스 2만4000달러, 루터 2만1600달러, 왓슨 7만7147달러로 왓슨의 승리였다. 66문제를 맞추고 9문제를 틀렸다. 이 이벤트는 두 가지 결과를 낳았다. 우선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빅 데이터’에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하냐는 질문에 왓슨이 ‘그렇다’는 대답을 해줬다는 점이다.

왓슨은 이듬해인 2012년 처음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CC)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교육을 받고 암 환자를 진료했다. 또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5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습득했다.

왓슨은 의료진의 소견서와 진단서에 나타난 정형 및 비정형자료의 의미와 맥락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치료옵션을 제안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확도는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일부 암종에서 정확도는 90%에 가까워 졌다.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왓슨을 도입해 지난해 12월 인공지능 암센터를 개소했다. 인공지능 암센터는 약 200여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환자들의 반응을 매우 긍정적이다. 많은 환자들이 인공지능 암센터의 진료에 신뢰감을 보이고 있다. 환자들은 인공지능의 의견에 때로는 의료진보다 더욱 신뢰감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알파고 대결에서 보여준 인공지능의 능력이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서울의 유수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로 한 환자도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진료 받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고, 이를 믿고 따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암에 걸리지 않은 환자도 인공지능 진료를 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이 도입한 인공지능 왓슨의 혜택은 환자가 보는 것이다. 아직까지 암 환자들은 자신의 암 진단을 사망 선고로 받아들인다. 또 진단과 치료법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자신에게 내려진 암의 병기가 맞는지, 제안된 치료법은 최상인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한다. 결국 많은 의료기관을 전전긍긍하며 의료 쇼핑을 하게 된다. 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과학적인 방법에 의존하기도 한다. 암에 좋다는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찾고, 잘못된 치료법, 민간요법 등에 의지하며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다. 이런 환자들은 암이 치료되기 보다는 암이 더욱 진행되기 일쑤이다. 암을 치료하고자 했던 잘못된 노력이 오히려 암을 키우는 역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 암센터는 이 같은 부분에서도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으로 전 세계 최고 의료진의 연구 논문과 MSKCC 같은 세계 최고의 암센터에서 터득한 진료 습득 노하우를 접목해 환자 개인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는 다학제 진료를 바탕으로 왓슨의 의견에 주치의를 포함한 5~6명의 전문의가 치료방법을 논의, 선택한다. 결국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치료법을 찾아, 제공하는 것이다.

이제 막 길병원이 인공지능을 도입해 의료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환자들은 만족해하고 있다. 이제 발걸음을 띈 국내 의료계의 인공지능 활용이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로 시작된 의료분야의 혁신이 앞으로 의료의 행태 그리고 질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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