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신화"는 숱한 청룽 표 액션 영화, 블록버스터 영화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보다 스케일이 커지고 CG가 강화되긴 했지만 청룽의 액션을 기대하고 사랑하는 각국 관객들의 눈에는 결국 또다른 "청룽 영화"로 기억될 터. 그런 한계를 안고 출발한 것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배우 김희선으로서는 이만하면 출발이 상당히 좋다. 어쨌든 세계인이 볼 오락영화에서 한국 대표 미인의 면모를 과시했으니 그의 미모와 극중 청순한 매력은 앞으로 상당한 시장성을 보장받을 듯 하다.
영화는 "80일간의 세계일주" "턱시도" "상하이 나이츠" 등 최근 들어 청룽이 꾸준히 시도해온 "스타일 변주"의 일환이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재주 부리기는 여전하지만 거대한 스케일과 이국적 풍광, 뭔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독특한 소재를 결합시킨다. 단적으로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고고학자 잭(청룽 분)은 옥수(김희선)라는 신비스런 고대 공주가 등장하는 꿈을 자주 꾼다. 꼭 데자뷰 현상 같은 이 꿈이 그의 머리 속을 맴돌던 중, 친구이자 물리학자인 윌리엄(토니 륭)과 함께 인도 다사이 왕국을 찾은 그는 한 무덤의 관에서 옥수의 초상화를 발견하게 된다. 더불어 진 왕조의 고대 칼도 손에 넣는다. 잭은 옥수의 존재가 진시황제와 관계 있다고 생각하고 진시황제의 발견되지 않은 황릉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 중국과 인도 등지를 오가며 어드벤처 블록버스터의 의무를 다한다. 잭이 고고학자라는 설정은 유적지 탐험의 재미를 안겨준 "인디애나 존스"의 그것에 도전하고 있고, 물리학자 윌리엄이 중력의 힘을 무시할 수 있는 원석을 찾아나서며 SF 판타지에까지 손을 뻗친다.
한마디로 청룽은 이번에 보여 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중국 신화를 그린다는 사명감, 아시아 배우들끼리 만드는 대작이라는 자부심, 처음으로 도전하는 대규모 사극 액션에 대한 열의 등이 스크린에 자본과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와중에 그는 고대 몽의 장군과 현대의 잭을 오가는 1인2역을 소화하며 바쁜 행보를 보였다.
김희선은 진시황제의 후궁으로 "헌납"된 고조선의 공주다. 공주인 까닭에 그는 시종 화려한 옷 매무새와 우아한 자태를 과시한다. "칠검"에서 노예로 분한 김소연과는 180도 다른 모습. 또한 잭의 꿈을 비롯한 판타지 속에서는 공주를 넘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은 모습이다.
보다 당당한 모습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중국에 팔려가는 공주인 까닭에 시종 수동적인 모습이 마음에 걸리지만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여인으로서의 자태는 빼어났다. 여기에 도입부 김희선과 한국어 대사를 주고 받는 고조선 장군 최민수의 캐릭터 역시 비교적 무게감 있게 그려져 마음이 놓인다.
영화는 마침내 드러난 진시황제의 숨겨진 능을 하늘에 떠 있는 몽환적 분위기로 꾸며놓았다. 현실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능의 모습을 한껏 신비롭게 포장한 것. 다소 어설프긴 하지만 나름대로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이러한 능의 모습과 함께 청룽의 "끈끈이 액션" 등에서는 창의성이 돋보인다.
그러나 고대 부분에 등장하는 전투에서는 누가 누구와 싸우는지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아 헛갈리게 하고 있고, 다루고자 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화면 가득 청룽의 성실한 욕심이 느껴져 갸륵하기도 하지만 그의 변화가 때로는 버겁게 다가오는 것을 숨길 수 없다.
14일 개봉, 12세 관람가.
저작권자 © 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