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지역 한센촌을 찾아 20년 간 무료로 치료를 하고 있는 장동호(45.치과의사)씨는 일반인이 한센인을 기피하는 풍조를 꼬집었다.
장씨는 지난 85년 원광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중 우연히 한센인 마을에 들러 진료활동을 한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한센인의 `이(齒)"를 책임지고 있다.
또 외과의사였던 아버지(75)가 도내 섬마을을 돌며 무료 진료를 펴는 것을 보고 자란 어릴 때 기억도 장씨를 자연스럽게 한센마을로 유도했다.
그는 20년 간 매월 2번씩 이 마을을 찾는다.
간호사 2명과 함께 승용차에 의료 장비를 싣고 마을에 들어서면 20-30명의 한센인이 한달음에 달려온다.
장씨는 "병원을 개업한 지 얼마 안돼서 휴일이면 간호사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는데, 당시에는 간호사들이 한센인 진료를 기피하며 병원을 그만두는 바람에 혼자 찾곤 했다"면서 "지금은 한센병 무료진료 동참을 조건으로 간호사를 채용해 간호사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한센인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장씨는 한센인을 정상인과 똑같이 대하기 위해 수술이나 발치를 할 때도 수술용 고무장갑을 끼지 않았다.
그래서 수술 도중 손을 다쳐 피가 나기도 했고 그런 모습을 본 한센인들의 마음도 점차 열렸다.
"피가 나 감염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며 극구 말리던 아내(43)와 두 자녀도 이젠 장씨의 `특별한 휴일 진료"를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알려지면서 장씨는 2000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 등 각 기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장씨는 "한센병 환자들이 `병원에 들러 치료 받으면 안 되느냐"고 물어올 때가 가장 난감하고 가슴아프다"면서 "아직은 정상인 환자들이 한센인의 병원 출입을 꺼리기 때문에 출장 진료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들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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