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70일간의 기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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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의 전쟁, 70일간의 기록(하)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5.08.0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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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메르스 수습 첫 단추는 피해병원 상처 치유
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는 모든 정책적 역량을 ‘메르스 종식’에 뒀다.

정부와 협의해 치료중심 거점병원, 권역별 치료병원, 노출자 진료병원, 국민안심병원 및 선별진료 중소병원으로 나누어 업무분장을 했다.

메르스 환자를 선별해 치료병원으로 전원시키고, 의심환자는 격리해 관찰하고 메르스와 관련 없는 모든 환자 진료에 만전을 기했다.

이에 국민들의 오해는 응원으로 변했고, 정부와 국회는 병원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메르스 사태가 한 달 여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진정됐지만 진료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발생 및 경유병원을 직접 찾아가 실상을 확인한 박상근 회장은 6월22일 ‘전국 병원인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료인력이 부족한 메르스 치료병원에 동료애를 발휘한 적극적인 도움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병원인의 고귀한 땀방울이 눈물이 되어 돌아오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에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위원들은 6월22일 의료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병협을 방문했다. 병원계의 요구는 간절했다.

“메르스 사태로 병원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메르스와 싸울 힘과 용기를 달라”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발생병원장들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가감없이 밝혔다.

병원장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방호복을 입고 벗으며, 오로지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자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월급 줄 돈이 없어 은행을 전전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올바른 의료공급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위원들도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메르스 이후를 생각하다

박상근 회장은 그 시점에서 메르스 종식 이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개선해 다시는 이번과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에 6월23일 JCI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미국 감염내과 전문의와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감염병은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어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과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국가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부분폐쇄 병원은 참담함 그 자체

박상근 회장과 임원들은 이날 오후 부분폐쇄에 들어간 건국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을 방문해 참담한 현장을 목격한다.

수천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못해 다음 달 월급마저 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병원장까지 격리가 된 강동경희대병원은 간호사가 부족해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회원병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어려움은 상당 기간 계속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6월24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병원계와 간담회를 갖고 정부 발표 지원책에 대한 병원계 입장을 들었다.

박상근 회장은 “유동성 자금이 부족해 병원이 문을 닫아야 한다면 의료공급체계는 무너진다”며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에서 월급을 걱정하는 병원의 처지와 위기상황에서 한 달도 못버티는 병원 경영 현실을 설명했다.

◆최 부총리 “피해병원 최대한 보전” 약속

이에 최 부총리는 “병원과 의료진이 메르스 퇴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또 발생할지 모를 감염병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공고히 하고 신뢰 관계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피해 병원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잇따른 의료기관 부분폐쇄 조치로 메르스 환자 치료병원의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해짐에 따라 복지부와 해당 병원은 병협에 인력지원을 요청한다.

병협은 6월26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총 20개 기관에서 26명의 간호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집중관리병원의 기존 환자를 전원 조치할 수 있도록 다른 의료기관에 협조를 구했다.  

박상근 회장은 국내에서 메르스 대응에 주력함과 동시에 중국, 일본, 필리핀, 홍콩병원협회장 앞으로 서신을 보내 한국의 메르스 현황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서신에서 “시간이 갈수록 철저한 역학조사와 환자 관리로 확산속도 및 추가 환자 발생 빈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일부 병원을 제외한 모든 의료기관이 정상적인 진료활동을 하고 일상생활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 방문을 취소할 만큼의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메르스 관련 진료거부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부당한 진료거부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메르스 확산방지 및 접촉자 관리를 위해 의료기관별로 외부 방문자 명부 작성, 비치, 보관을 이행할 것을 요청했다.

◆직접적·현실적 금융지원 건의

박상근 회장은 6월30일 금융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피해병원에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금융지원을 건의했다.

“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로 진료비를 통제받고 공공성을 수행하는 기관이라 대부분 진료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출구조는 40∼50%가 인건비 등 고정비”라며 “충분한 금융지원이 없으면 당장 운영이 불가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메디칼론 전체대출액을 신규 3천억원에서 대폭 상향조정하고, 대상은행도 모든 은행으로 확대해 달라고 했다.

정부의 메르스 관련 지원대책에 대한 올바른 홍보를 위해  ‘중소기업 금융애로상담센터’와 같이 ‘메르스 관련 금융상담센터’를 열어주고, IBK기업은행도 메디칼론 안내를 위한 상담센터 개설과 함께 병원협회와 소통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 금리인하 폭 확대, 이자특례 적용기간 연장, 메디칼론 이용의 경우에도 정부 기금신청 등에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해 달라고 했다.

학교법인과 의료법인이 신청한 대출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기채허가를 하고 정부 재정으로  일정 이자를 보조(2차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신규대출시 이사회 의결과 주무부처의 기채허가 소요기간이 수개월이 소요되므로 대출 후 사후 의결 및 허가로 갈음할 수 있도록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별병원의 대출한도는 전년 동기의 건보 청구비 규모도 감안해 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병원의 운영자금 고갈로 기존 대출의 원금상환 능력과 이자납부 여력이 부족해 연체 발생 우려가 있어 상환기간 연장과 이자율 인하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의료체계 전면 개편 요구

병협은 7월1일 직능단체장 자문협의회 회의를 갖고, 메르스로 인한 병원경영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메르스 대책 병원장회의를 개최해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한 의료체계 전면개편을 요구했다.

박상근 회장은 그동안 병협이 메르스와 관련해 활동한 사항을 보고하고 피해병원장들에게 병원손실 규모 조사를 위해 자료 협조를 당부했다.

참석한 병원장들은 참담한 병원현장의 목소리를 전했고, 병협은 의견을 모아 건의서를 만들었다.

피해규모와 정도를 정부와 병원계가 공동조사해 폐업위기에 처한 병원을 신속히 구제하고, 빠른 시일 안에 병원이 회복해 정상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부의 병원페쇄 명령 이전에 병원 스스로 휴업조치한 경우에도 발생한 피해를 인정하고 직·간접 피해병원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메르스 특별기금을 조성해 장기 무이자 대출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 외 건강보험 수가 결정구조를 개선할 것과 3대 비급여제도 개편 시행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병협 건의서 전달

병협은 7월2일 이 건의서를 갖고 세종시로 달려가 문형표 장관과 간담회를 가졌다.

메디컬론 특례지원에 있어 △전체대출액 규모 확대 △모든 은행으로 대상 확대 △금리인하 폭 확대 △이자특례 적용기간 연장 △개별병원 대출한도 확대 △기채허가절차 간소화 △일정이자 국고보조(2차보전) △메디칼론 이용시 정부 기금신청 등의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병원 운영자금 고갈로 기존 대출 원금 상환을 연체할 수 있어 최대 1년간 상환기간을 유예하고 대출 이율 인하를 건의했다.

감염병관리기관의 직접 손실액 추가 지원과 민간치료병원에 대해서도 지정병원과 동등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감염병관리기관와 발생/경유 의료기관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무상지원을 요구했다.

건강보험 수가 지원에 있어서는 △식대수가 개선을 조속히 시행 △병원급 의료기관 토요일 오전 외래진찰료 가산 적용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는 비급여 제도개편 시행 연기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충분한 재정 투입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피해병원 지원을 위한 추경예산 설득

병협 임원단은 그 날 오후 국회에서 신상진 메르스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면담하고, 메르스 피해병원 보상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7월3일 메르스 극복지원을 위한 추경예산으로 2조5천억원을 편성했다고 발표한다. 그 중 직접 피해를 입은 병의원에 1천억원을 보조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병협은 김용익 의원실을 방문해 실질적인 메르스 피해보상 마련을 재차 건의한다.

그리고 7월6일 의협과 공동으로 국회 정론관에서 ‘메르스 관련 범정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연다.

병의협은 보건부 독립, 메르스특별법 제정, 민관협의체 구성 요구 등 3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민간병원에 공적 투자로 재난시스템 제고를

병협은 메르스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7월7일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신상진 메르스특위위원장, 의협 등과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글로벌 전염병 지휘체계를 바꾸고, 재난치료시스템과 병원의 감염관리, 병원문화의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 자리였다.

주제발표자와 패널토의 참석자들은 “감염관리 시설 및 운영관리를 위한 별도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한 민간병원에 공적 투자로 재난시스템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병협은 메르스 관련 병원의 손실보전에 대한 객관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피해유형과 피해발생 원인 등을 전제로 병원을 분류하고 해당병원들의 적정보전액을 산출한 결과를 7월10일 발표했다.

◆피해병원 직접 손실 5천억원 추계

첫 감염자가 발생한 다음날부터 추계일인 7월4일까지 45일간의 손실액을 5천75억원으로 산정했다. 비용보전액으로는 국민안심병원 285개소에서 시설 구축 및 소모품비로 353억7천만원이,  24시간 응급실 선별진료소 병원 393개소에서 시설 구축비로 26억원이 추계됐다고 밝혔다.

피해병원의 건강보험 진료수입 손실에 한정해 자료의 객관성을 높였다.

◆감염병 관리대책 토론회 잇따라 개최

국가 감염병 관리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각 단체와 학회 등에서 잇따라 개최되며, 해결방안에 모색했다.

박상근 회장은 한 정책토론회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입은 일선 의료기관들의 상처를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한다면 보건의료체계 개편에 앞서 향후 제2의, 제3의 메르스 사태가 닥폈을 때 의료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선례만 남기게 될 것”이라며, 피해병원에 대한 손실보전을 주장했다.

피해지원액 1천억원에서 2천500억원으로

피해보상에 대한 병협의 끈질긴 노력으로 7월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는 피해병원 지원액으로 5천여억원의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킨다. 보건복지부의 1천억원 예산에 대한 산출 근거가 미약해, 병협의 피해추계 금액은 근거로 예산이 재배정된 것이다.

병협은 7월17일 실질적인 메르스 피해 보전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 발표와 기자회견을 갖고, 추경예산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병원계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또한 보건의료의 취약점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을 포함한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에 호소했다.

피해병원 지원금 5천억 추경예산은 7월21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정된 후 예결특위에 상정됐다.

하지만 예결위는 7월24일 5천억원에서 반을 줄어든 2천500억원으로 피해병원 지원금을 확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최재천 정책위원장, 안민석 예결위 간사는 이 날 병의협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며 묵묵히 환자치료에 매진한 의료진의 노고에는 못 미치는 피해 지원액이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상근 회장은 “미흡하지만 추경예산안의 1천500억원 증액 노력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 날 오후 예결위 추경안대로 확정됐다.

박상근 회장은 추경안 통과 후 대회원병원 서신을 통해 “그간 병원들이 받은 상처와 경제적 손실과 병원협회가 예산증액을 위해 노력한 것에 비하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번 추경예산안의 국회 증액분 4천억원의 약 40%가 메르스 피해병원 지원 예산액에 반영되어 정부의 당초 예산액보다 1천5백억원 증액된 것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메르스 피해 업종 지원을 위해 지자체에 약 2천800억원이 편성됐다”며 “피해병원에게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에 적극 건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메르스 사실상 종식, 안심하고 일상생활로

메르스 확진자는 7월4일 186번 환자 이후 7월27일까지 20여일 추가 발병이 없었다.

병협, 의협, 간협 등 3개 단체는 7월27일 오전 민관 종합대응TF 회의 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메르스가 사실상 종식되었으니, 이제는 메르스의 공포에서 벗어나 예전과 같이 일상생활에 전념해도 된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7월28일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갖고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끝났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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