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체계 전면 개편 '분노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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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 전면 개편 '분노의 목소리'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5.07.02 0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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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협회 '메르스 대책 병원장회의' 개최
메르스 확산 근본원인 '저수가 정책' 비판
▲ 메르스 피해상황을 듣고 있는 병원협회 임원들이 참담함에 눈을 감고 있다.
제2의 메르스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7월1일 오후 2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메르스 대책 병원장회의’를 개최했다.

박상근 병협 회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활동상황을 보고하고,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병원에는 보상을, 간접피해 병원에는 낮은 이자의 금융지원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회의에 앞서 열린 직능단체장들과 간담회를 통해 병원경영정상화에 모두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병원신뢰 회복을 위한 'Safety Hospital, Clean Hospital' 구축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병협은 현재 병원손실 규모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에 병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권영욱 아산충무병원 이사장은 개원한지 3개월만에 메르스로 인한 참담한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도산을 막기 위해 첫달은 70%, 다음달은 50%, 그 다음달은 25%씩 지원하는 현실적인 보상안을 촉구했다.

이에 박 회장은 “지난해 평균 급여비를 우선 지원하고, 메르스관련기금을 만들어서 장기상환 방식으로 건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병원장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한 병원장은 돈 빌려 준다해도 이자 낼 여력조차 없는 형편이라며, 주민세 등 세제 감면과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구정회 좋은강안병원 이사장은 법률전문가를 동원해서라도 피해병원이 대처할 수 있는 모범답안을 알려주고, 환자안전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당부했다. 그는 이어 몇몇 병원들이 메르스 관련 홍보성 기사를 내보내는 것과 관련해 자제 요청을 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여러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대해 병협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후속대처를 위해 전문가단체가 포함된 범부처위원회 구성을 건의했다”며 “7월7일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방향성을 병원계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장은 “동남아에서 의료봉사를 오지 말라 할 정도로 의료한류가 무너지고 있으니, 그에 대한 대책도 하나의 아이템으로 상정해 달라”고 했다.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 “병원이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 있으며,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며 참담함을 표현했다.

“분만수가가 강아지분만 비용보다 못하고, 입원비가 모텔값에 못미치는 저수가정책으로는 땜질식 대책밖에 안나온다”며 민간병원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를 비판했다.

병원경영 위기속에서 약품대금 결제기한 법제화법안이 상정됐다며 이를 막을 수 있도록 병협이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류재광 목포한국병원장은 병원 수가인상 1.4% 결정과 관련해 이번 기회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조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수가의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번번히 실패했다”며 “의협과 공조해서 뭔가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기병 평택성모병원장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병원계 모두가 어려운 지경에 처한 것 같다”며 사과했다. “모두가 질병관리본부에 책임을 묻지만 그 당시에는 매뉴얼에 따라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안다”며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경계했다.

윤강섭 보라매병원장은 보건부 독립에 대한 주장을 폈다. 예산비율도 보건과 복지의 차가 크다며, 상의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치료거점병원을 지정하는 행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감염관리수가와 관련해서는 음압병상 유무를 따지기 보다는 다인실 없애는 병원에 올려주고, 다각적인 메르스 보상 방안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장은 의료인의 반성을 요구했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올바른 의료를 제공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좋은 의료환경을 만들어 줘야 우리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창일 건양대의료원장은 참석한 모든 병원장이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이번 일로 국민들이 국민건강의 마지막 보루는 병원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박 의료원장은 구제역 때 1조5천억원을 지원한 것에 비해, 메르스 지원액은 턱없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확실한 보상안 촉구했다.

김성덕 중앙대의료원장은 “아직도 컨트롤 타워가 없다”며, “복지부 심평원 공단 질병관리본부 지자체 등에서 보고하라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병협이 정치력을 발휘해서 여러 정책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양성범 다보스병원 이사장은 “방역시스템의 문제는 결국 저수가에 기인한다”며 “적정수가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피해상황 얘기를 듣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오늘 나온 의견들을 모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해 새로운 의료체계의 청사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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