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아온 아들, 죽음조차 나누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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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아온 아들, 죽음조차 나누고 떠나
  • 박현 기자
  • 승인 2015.05.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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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 심장마비 32살 회사원 정재웅 씨, 인체조직과 장기 기증하고 떠나
유족,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막연한 두려움 극복하고 의미있는 선택해

업무 중 갑작스럽게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30대 남성이 진정한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떠나 주위를 숙연케 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경남 창원공단에서 일하던 32살 회사원 정재웅 씨로, 업무 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중 뇌사판정을 받았다.

정 씨의 부모는 소생이 어렵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인체조직과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고인이 기증한 장기는 각막, 신장, 간으로 6명의 환자에게 이식됐으며 함께 기증한 인체조직 또한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예정이다.

인체조직기증이란 사후에 피부, 뼈, 연골, 인대, 건, 혈관, 심장판막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기증된 인체조직은 가공, 보관 단계를 거쳐 각종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 치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이식된다.

1명의 기증자가 최대 100여 명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 정재웅 씨의 조직 또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평소 가벼운 질병조차 앓아 본 적이 없는 건강체질의 정 씨는 지난 4월29일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해 기계조작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가슴통증으로 쓰러졌다. 1시간 후에야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이후 뇌사상태로 생명을 이어왔다.

병원까지 거리가 먼 데다 신속한 응급처지가 이뤄지지 않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 씨의 아버지 정성종(59) 씨는 “기증권유를 듣고 나서 며칠간 아내와의 고민 끝에 기증에 동의했다”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일부가 전해져 생명을 이어주게 됐으니 항상 주변의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던 착한 아들도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www.kost.or.kr)의 서종환 이사장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준 유가족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한다”며 “각박한 세상에 생명나눔의 귀중함을 알려준 미담사례가 사회 곳곳에서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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