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스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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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텔스
  • 윤종원
  • 승인 2005.07.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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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Stealth) 전폭기가 처음 유명해진 것은 1991년이다. 당시 첫 출격한 스텔스기는 지휘부를 비롯한 이라크군의 심장부를 공격해 승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비밀"이라는 단어 자체의 뜻처럼 이 비행기의 장점은 적의 탐지시스템에 잡히지 않는 은폐 기술. 정밀한 유도 폭탄을 장착하고 있는 것도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한반도가 여전히 분쟁 지역으로 남아있는 현실에서 이 스텔스기는 꼭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얼마 전 "밤의 매(Night Hawk)"라는 별명을 가진 스텔스 F-117이 10여대나 남한에 순환배치됐으며 이 사실이 알려진 뒤 북한은 이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28일 첫 선을 보이는 영화 "스텔스"의 국내 개봉이 민감한 것은 이런 현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바로 북한으로 보이는 장소가 등장하는 것. 스텔스기는 국경(비무장지대)을 공격해 이곳에 불시착한 미군을 구해내기도 한다.

25일 언론 시사 후 이 영화의 직배사 소니픽쳐스릴리징 코리아의 권혁조 대표가 이례적으로 마이크를 들고 설명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권 대표는 "3개월 전 미국에서 이 영화의 러프 컷을 보고 영화 속 대사에 북한임을 암시하는 단어를 제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영화는 정치적 함의도 없고 단지 픽션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의 말처럼 영화 속 "그 곳"이 북한임을 지칭하는 단어는 없다. 장소가 북한이 맞더라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묘사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007 어나더데이"와는 분량과 구체성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난다. 북한 묘사 장면은 오히려 북한의 크기나 휴전선(비무장지대)의 현실에 대한 제작진의 무지가 드러난 쪽에 가까운 편이다.

외적인 논란을 제쳐놓고 보면 영화는 미국이 "자랑"하는 이 최신형 비행기의 홍보와 이를 이용한 온라인 컴퓨터 게임 이상의 재미는 가지고 있지 않는 듯하다. 비행신과 추격신의 빠른 속도감이나 스릴로 이런 종류의 블록버스터 특유의 미덕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스텔스 "테론" 편대에 3명의 파일럿이 선발된다. 두 남자 벤(조시 루카스)과 헨리(제이미 폭스), 그리고 여성 카라(제시카 비엘)가 그들. 임무 성공률 100%를 자랑하던 이들에게 어느날 새로운 편대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문제는 그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의 무인 비행기라는 사실.

벤은 "에디"라는 이름의 이 무인 비행기를 신뢰하지 않고 그의 우려대로 어느 순간 에디는 인간의 충고를 무시하며 통제 불능의 적으로 변한다. 에디의 공격 목표는 러시아. 이제 세 대원은 에디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비행 장면 혹은 여주인공 제시카 비엘 같은 "볼거리"를 빼면 영화의 재미는 꽤나 빈약한 편이다. 뻔한 악과 뻔한 선 사이의 대립은 뻔한 재미 이상을 주지 못하며 벼락을 맞은 무인 비행기가 혼자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설정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미얀마나 타지키스탄 같은 국가의 시민들이 학살되는(주인공은 막으려 했지만) 장면 역시 찜찜하다. 상영시간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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