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 통해 부부사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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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 통해 부부사랑 확인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1.07.1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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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병원 문철 교수 집도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해 온 남편(정용교 43세)를 위해 신장을 떼 주고 부부의 사랑을 재확인한 강향순씨(33세)는 “신장을 주었지만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고 소감을 밝혔다.

10년의 나이차를 뛰어넘은 남편 정인교씨를 향한 아내 강향순씨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최근 미디어를 통해 전해오는 부부간의 갈등으로 생긴 파렴치한 소식들을 무색하게 해주었다.

이들 부부의 자녀는 첫째가 8살부터 막내 4살까지 딸만 네 명이다. 부부지만 결국 남남이기 때문에 이식가능 확률은 20%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부부의 인연 탓인지 지난 5월 이식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

정씨 부부가 순천향대병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3월. 충북 제천의 동네병원에서 투석을 해오던 정씨는 3월 어느 날 투석을 하기 위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병원을 찾았으나 혈관이 막혀 순천향대병원의 문철 교수를 당장 찾아가라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바로 서울로 출발하게 된다. 그때를 회상하면 죽다 살았다고 정씨는 전한다.

혈관이 막혔다는 소리에 바로 서울행을 택한 정인교씨는 그 어느 때보다 응급수술이 필요했고 그날 저녁 외과 문철 교수의 집도로 시작한 혈관수술은 새벽3시나 되고서 끝마쳤다고 한다. 토요일이었지만 진료에 평생을 바쳐온 문철 교수에게는 주말도 평일과 다름없었다.

막힌 혈관을 뚫고 구부러진 혈관을 바로 잡아주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부인 강씨는 늘 불안하기만 했다. “심리적인 이유 때문인지 남편이 투석을 하는 날은 저도 덩달아 머리가 어지럽고 불안하더라고요” 이틀에 한 번 투석을 해야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혈관이 또 막혀 위험한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이 무성했다.

“네 아이의 엄마로서 또 부인으로서 집안일을 꾸려나가야 하는 부인의 처지를 잘 아니까...”
정씨는 아내의 신장을 받는 것을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며 끝을 흐렸다. 번번이 부인의 이식제의를 거절하던 정씨도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과 더 이상 부인에게 걱정을 끼칠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신장을 받기로 결심했다. 

결국 지난 5월초 2박 3일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정씨 부부는 신장을 이식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에게 신장이식 수술비용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대형트럭으로 운수업을 하는 정씨는 이틀에 한번 꼴로 투석을 받기 때문에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적다보니 경제적으로도 늘 쪼들리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일주일에 세 번을 4시간씩 병원에 누워있어야 하는데 따져보면 일주일의 반은 버리는 시간이었죠.”

이들이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발로 뛰며 노력한 사회사업팀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수술비용의 상당부분을 후원받을 수 있도록 외부 후원단체와 연계시켜 준 것. 신장이식은 수술 후 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후원 대상이 되기까지 까다로운 심사가 진행됐다.

송지영 사회사업팀장은 “아이 넷을 출산하고도 남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하려는 순수한 사랑이 좌절되지 않도록 외부 후원제도를 최대한 이용하도록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사례들이 도움 받을 수 있도록 후원문화를 정착시켜가겠다”고 밝혔다.

6월 27일 2시간에 걸쳐 이식수술을 받은 정씨는 “아내의 신장으로 인해 새 삶을 얻었다”며
“6개월 정도 안정을 취하고 나면 가족을 위해 일도 늘리고 싶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편 순천향대학교병원은 1984년부터 현재까지 400례에 달하는 신장이식을 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다. 또 정씨부부의 이식을 맡은 문철 교수는 혈액투석을 원하는 만성신부전 환자가 투석할 수 있도록 혈관의 ‘통로’를 만들어 주는 혈관동정맥루 형성술의 대가이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혈관 형성술을 집도하였고,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투석환자를 위한 인조혈관의 20%이상을 소모할 정도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병원에서는 혈관센터를 이끌고 있으며 대한투석접근학회 회장 등 대내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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