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1-경제특구가 병원계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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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1-경제특구가 병원계에 미치는 영향
  • 정은주
  • 승인 2005.04.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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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방 촉매제...전국 병원에 영향 미칠 것
미국 펜실바니아대학 부속병원이 인천 경제특구에 투자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특구가 국내 의료체계와 병원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03년 11월 국회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고 최근에는 경제특구 내에 설립되는 외국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다는 재경부 입장이 발표되는 등 경제특구 여파가 차츰 가시화되고 있다.

의료서비스 시장개방을 위한 WTO/DDA도 추진되고 있지만 의료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해 국가가 문을 여는 형태의 시장개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리나라는 2003년 WTO/DDA 협상에서 1차 양허안을 제출하지 않았고 당시 우리나라에 진출을 희망한 국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6월 2차 양허안 제출기한까지도 특별한 시장개방 요구나 희망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가간 협상에 의한 시장개방보다는 경제특구가 국내 의료계에 미치는 체감효과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천지역과 서울서부지역 소재 병원들은 경제특구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며,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의 병상증축도 이같은 시장개방 열풍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즉, 시장개방과 국제적 경쟁력 확보라는 시대적 조류가 국내 의료계에까지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시장으로 눈을 돌려라
정부는 경제특구내에 설립되는 외국병원의 경우 500-6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환자는 약 15만-2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내국인이 10-15만명, 외국인이 5만명 가량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가는 국내 의료제도와 무관하게 진출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결정하되 국내 병원의 5-6배(미국 일류병원의 1/3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에 따르면 2006년 개설되는 경제특구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병원은 미국 펜실바니아대학부속병원이며, 투자의향을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진행사항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 하버드의과대학도 재경부 산하 경제자유구역기획단과 국내 진출조건에 대해 협상을 벌인 바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균 실장은 "의료시장개방과 맞물려 중국의 한방병원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중국의 경우 2002년도에 의료시장을 개방해 적지 않은 국내병원이 중국에 진출한 상태인데다 지리적으로 인천송도지역이 중국과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계 영리병원의 경우에도 자국에서 메디케어나 메니지어케어 확대 등으로 의료수익이 떨어지고 경영압박이 심해지면서 한국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 의료시장에 진출할 경우 소수 의료진만 파견해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들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외국병원에서 내국인도 진료한다
경제특구내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도 여전히 의견이 맞서고 있다.

내국인 진료 허용여부는 내국인 환자를 송도 경제특구내 외국병원으로 빼앗기는 것인가의 의 문제를 넘어서 "특구"라는 이유로 이원화된 의료체계가 적용되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이다. 즉, 국민들은 외국병원과 국내병원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병원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게 된다.

우리 의료제도 내에선 수가도 정부가 정해 주는대로 적용해야 되며, 의료기관의 영리법인이 허용되지 않아 이익을 남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가격을 묶어두고 투자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면서 우수한 외국병원과 시장을 공유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는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외국병원 유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내국인 진료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원설립은 막대한 규모의 시설과 자본이 투입되는 대형사업이므로 수익성이 보장돼야 하며, 수익성 보장은 내국인 진료허용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중국의 의료허브화와 일본의 의료특구제도, 싱가폴의 개방형·시장형 의료추진정책을 감안하면 경제특구내 외국병원 유치는 경쟁관계에서 추진되는 사안이므로 내국인 진료 허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서비스 장소를 국내, 국외, 특구 중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게 재경부의 논리.

반면 의료계는 국내병원에는 영리법인을 인정해주지 않고 진료비는 저가의 보험수가를 적용하고, 건강보험 강제가입방식을 적용하는데 반해 외국병원에 대해선 영리법인을 인정하고 진료비를 임의로 정하고 건강보험 임의가입을 적용하는 것은 심각한 역차별이라는 이유를 들어 재경부의 내국인 진료 허용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있다.

특히 수가인상이나 영리법인 허용, 각종 규제완화 등은 특구가 아니더라도 국내 의료계가 직면한 현안이며, 꾸준히 개선을 건의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수년간 답보상태에 있기 때문에 상실감이 더 크다. 서민이나 빈곤층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급여 확대 등 부가적인 조치가 미흡하고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에서도 경제논리가 적용,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복지부나 시민단체도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제특구, 국내 의료시장 변화의 "촉매제"
경제특구는 더 이상 비껴갈 수 없으며, 영리법인 허용과 민간보험 도입, 유수 외국병원의 국내 진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등의 과제와 연계되어 파고가 예상된다. 경제특구는 국내 의료시장에 있어 물꼬를 터뜨리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의료기관평가가 시행되면서 국내 의료기관 서비스는 이제 등수로 매겨져 소비자의 의료기관 선택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병원들은 발표 당일 이미 현수막을 내걸고 환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병원들은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의료의 질은 물론 양적으로도 국내 최대, 세계적인 규모로 발돋움하고 있으며, 재벌기업의 재벌병원들이 각종 평가에서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의료 확충, 필수 국가보건의료체계 구축, 의료급여 대상자 확대 및 내실화 방안 등은 시장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지방의 환자들이 서울로 몰리듯 특구는 비단 서울과 수도권 소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든 병원들의 공통된 문제로 인식하고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병원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 정책과 의료계의 자성, 경쟁력 강화 노력이 없다면 시장만 열어 놓고 타국을 위한 잔치만 치러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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