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10년 평가 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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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10년 평가 정책토론회
  • 전양근 기자
  • 승인 2011.01.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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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이 본래취지인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를 구현하는 '직능분업'이 아닌 '기관분업'으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채 만 10년이 자났다. 당초 5년 후 재평가 약속도 그냥 지나치고 11년째를 맞아 재평가와 제도개선이란 도마위에 올랐다.

마침 여야의원(이애주․최영희) 및 시민단체가 '분업 10년 평가와 발전방안 모색' 정책토론회(1월6일, 목)를 열어 열띤 논전을 펼쳤다. 주제발표에 이은 지정토론에서 백가쟁명식의 해법이 제시됐다.(편집자 주)

▣김국일(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의약분업이 보건의료제도를 선진화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앞에 인구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문제, 의약품 유통거래질서 투명화를 위한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근절 등 풀어야 할 보건의료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정부 및 의약계가 모두 힘을 합쳐서 풀어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공동목표를 향해 정책의 동반자로서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의약분업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큰 틀을 바꾼 제도인 만큼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기간이 필요하고 본다.

의약분업은 광범위한 보건의료환경 변화를 수반해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인 만큼 단편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의약분업이 추구하고자 한 목표 달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보완 과정을 통해 선진화된 의약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진현(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의약분업의 성과(다면적)

소비자 주권의 실현, 알 권리의 획기적 개선 (의료공급자의 독점력 감소), 의약품질의 개선 (소비자 의식→처방행태의 변화), 사회적 비용을 초과하는 사회적 편익 등을 들 수 있다.

*발전방안(분업 효과 극대화)
소비자의 선택권과 의약품 접근권 보장, 의사의 처방전 2매 발행 및 처방목록 안정성 유지, 약국의 조제내역서 발급, 복약지도 개선,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전문, 일반, 슈퍼 의약품의 재분류), 오남용 감소를 위한 대책(DUR 등), 약제비 지출 효율화를 위한 대안, 조제료 조정 필요(조제일수 구간 통합 등),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의 지속적 추진, 특허만료의약품의 가격 일괄 인하 등으로 분업 효과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신광식(대한약사회 보험이사)

의약분업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다음과 같은 원칙 하에서 진행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양직능의 전문성을 강화 하는 방향 : 의약분업 제도의 개선은 제도의 후퇴가 아니라 강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표준화된 업무일 경우 의사 이외의 직능으로의 업무이전 : 의약품 리필 및 성분명 처방, DUR 및 복약지도 문제 등에서 약사 인력의 활용은 직능간 업무균형이나 시스템 효율성 측면에서 국민에게 유리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제료와 진료비 문제는 엄밀한 사실관계의 조사를 통하여 전면적인 조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 이러한 조사과정에서 자료제시에 소극적인 것은 언제나 의사들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윤석준(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의약분업 시행 10년이 흐른 시점에서 제도를 평가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의사 파업 등 거친 형태의 사회적 실험을 거친 보건정책 주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우리 나라 의료정책 개선방안 도출에 중요한 영감을 얻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우리 보건정책의 시행 과정을 돌이켜 보면 정책결정과정의 예측불가능성과 함께 시행된 정책의 평가를 통한 환류과정이 매우 취약했다는 비판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항목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을 수행한 경우 그에 따른 효과 평가가 다차원적인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수행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적이 많았던 것이 한 예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의약분업은 정책결정과정부터 시행후 효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촘촘하게 “복기’해 보는 것이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는 소중한 투자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러 과정 끝에 시행된 의약분업은 정책의제 설정 단계와 결정 단계에서 이해 당사자간 충분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의사회의 파업에 이르렀고 그에 대한 정부의 다급한(?) 정책 수정안 도출 등의 상당히 거친 방식을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같은 정책결정과정이 불가피하다면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의료정책 추진은 역설적으로 국정 최고책임자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실행되기 어렵다는 점과 의지가 있하더라도 정책추진과정의 상당한 조급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정책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평가

첫째 의료제공자(특히 의사회)와 정부간 상호 불신으로 인한 정책 환경의 경직성 초래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했고, 둘째 국민의 행정부 및 의료제공자에 대한 불신이 지속됐으며, 셋째 의료분야 직능간 영역 다툼이 심화됐다.

이같은 상황은 의약분업 이외에도 ‘보건의료기관간 기능개편’ ‘일차의료강화’ ‘수도권 의료자원 총량 규제’ ‘지불제도의 개편’ 등 중요 정책이 이제는 행정부의 정책의지만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물론 위와 같은 두 측면에서 바라본 다소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국민 건강을 위해 추진해야 할 구조개편 과제를 늦추거나 뒤로 돌리려 하면 안 될 것이다.

다만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은 이해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의사소통 과정을 느리더라도 끈기 있게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이 의약분업 시행전보다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점으로 사료된다.

▣이상영(한국보건사회연구원)

현행 의약분업 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의약분업 이전에 의약분업 이전에 항생제와 같은 의약품 오남용 의약품을 약국에서 환자가 임의로 구입하여 복용하던 관행이 사라졌다.

둘째, 의약분업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이를 바탕으로 항생제 처방률 공개 조치, 약가 적정화 대책 등 합리적 의약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장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비의 약 30%가 약제비로 지출되고 있고 앞으로 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 질환의 증가 등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의약품 사용의 적정화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의약분업제도 도입으로 인한 국민의료비 증가, 국민의 불편 등의 문제점이 항상 지적되고 있으나, 의약분업을 도입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의약분업이 사회적 비용을 절대적으로 증가시켰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의약분업이 성공적인 제도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의약분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 내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사회적 관심은 의약분업의 성과에 맞추어져 있지만, 실제 중요한 것은 의약분업 제도 운영과정 상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제도 운영 과정상의 문제점이 바로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의료기관과 약국간 짝짓기, 임의조제나 불법 대체조제 등을 방지하고 복약지도의 증진 등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국민선택분업을 도입할 경우 약국 조제의 상당수가 의료기관 조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과 그간 현행 의약분업제도 도입과정에서 투입한 사회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08년 한 조사에 의하면 87.5%의 환자들이 선택분업 도입시 의료기관에서 조제를 받고 싶다고 응답한바있다.

임의분업제도를 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분업률은 약 56%로서 아직도 원외 약국보다 의료기관 내 조제에 대한 선호를 가진 국민이 상당수이다.

결론적으로 타 형태의 의약분업제도 도입 등 현행 의약분업 제도의 기본틀을 재구상하는 데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므로 단기적으로는 현행 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수단을 강구함에 있어서는 단속과 처벌의 강화라는 규제적 접근보다 스스로 제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방향으로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의약품 사용 및 약제비 절감 등은 의약분업 제도 하나만으로는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약품 경제성 평가, 처방공개, 선별등재제도 등 관련제도와의 적극적인 연계가 중요하다.

▣이 혁(의사협회 보험이사)

*실패의 원인(문제점)

첫째, 환자의 불편이 증가됐다. 둘째, 불필요한 조제료 급증으로 건강보험재정이 파탄 났고,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셋째, 국민 의료비가 대폭 증가됐다. 넷째, 의약품 오남용은 줄어들지 않고 국민건강과 편익에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다섯째, 약국에서 질병에 대한 불법적 진단이나 임의처방에 따른 약제의 조제나 판매등 불법진료조제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으나, 정부는 뒷짐 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섯째, 의료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있다.

*정책제안(제도개선방안)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제도 유지에만 급급할 경우 정부에서 자랑하는 공보험의 근간마저 붕괴될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의료시스템의 대폭발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습니다.

한국의료가 의료선진국 문턱에 이르기도 전에 의료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실패한 의약분업제도를 유지할 명분과 실리 모두 없다는 점을 정책당국자들은 통감하고, 현행 건강보험체계 지속을 위해 빠른 시일 내 국민의 입장에서 의약분업제도를 평가하고 심판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제도로 변화시켜야 한다.

즉 제도에 대한 공정한 재평가를 통해 저비용-고효율 제도로 개편해 국민과 의료공급자 등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로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한 제도개선의 선결과제로, 재평가에 앞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기 위해 아픈 몸,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약국에 가서 약을 타야 하는 고통과 불편만은 해소시켜야 합니다. 즉, 어르신․거동불편자․영유아․장애인들에 대해서는 약 조제의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의약분업 10년째가 되는 현재의 상황을 보다 면밀히 분석․평가하여 의약분업으로 야기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면서 정상적이고 효율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으로 재편(저비용-고효율체제)되어야 만 한국의료를 살릴 수 있으며, 국민건강권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것을 재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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