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 형사처벌 완화는 필수의료 강화 기본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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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실 형사처벌 완화는 필수의료 강화 기본 조건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4.29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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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KHC 2024 포럼3 ‘필수의료의 위기와 법적 책임 완화 대책’
권정택 병원장 좌장, 박형욱·현두륜·유화진·전성훈 토론자로 참여
국가 의료배상 책임 강화 과정에 있어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 필요

의료과실 형사처벌 완화와 정부의 의료배상 책임 강화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주장이 거세다.

특히, 정부가 의료사고 특례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형사처벌 면책 사유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위한 고액의 종합보험을 지원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주장은 대한병원협회가 최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제15회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4(KHC 2024)’의 세 번째 포럼인 ‘필수의료의 위기와 법적 책임 완화 대책’에 참여한 토론자들을 통해 제기됐다.

 박형욱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박형욱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이날 포럼의 좌장은 권정택 중앙대학교병원 병원장이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박형욱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유화진 유화진법률사무소 변호사, 전성훈 대한의사협회의료배상공제조합 법제이사가 나섰다.

최근 의료계는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에 약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에 이어 응급제왕절개수술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인해 병원 측이 약 4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 등 불가항력 사고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배상판결이 연이어 터지자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2018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터졌을 때 의료진 3명이 구속까지 당한 일은 의료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유명하다.

이에 의료계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면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법학자는 외국의 입법사례에서 의사만 형사책임을 면책시키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영미법 국가에서는 기본적으로 과실범을 형사처벌하지 않으며 과실 치사에 한해 형사처벌을 하는데, 영국의 경우 2013~2018년까지 단 23명의 의사만 기소돼 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즉, 외국은 입법 여부를 떠나 의사에게 형사처벌 및 유죄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매우 드문 일이라는 의미다.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박 교수는 “이쯤되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수많은 형사 소송과 이와 관련한 처벌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의문을 품게 된다”며 “이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특수성과 더불어 법적 책임 완화의 필요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정부도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것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필수의료와 일반의료를 구분하고 과실은 중과실을 포함하되 사망한 경우 인위적 감면 형태를 구성해 종합보험에 가입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의료계를 안심시키기에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형욱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위기는 의료과실로 인해 형사처벌이 이뤄지고 있으며 형사 소송이 남발되면서 의료인들이 필수의료를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국가 보험자의 의료 보상 책임을 강화하고 고의 중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의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며 “면책 사유와 중과실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해 법적 해석으로 인한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조계는 정부가 마련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입법화에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현두륜 대표변호사는 “대통령령으로 어떻게 필수의료를 정의할지에 대한 문제, 업무상 과실치상죄에 대한 형평성 논란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며 “게다가 보험 가입을 이유로 중과실의 형사책임을 면책시키는 경우 위헌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화진 유화진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에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법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의료과실과 인과관계를 쉽게 인정하는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의 법리 및 관행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현 변호사다.

현 변호사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지만, 국가가 성의를 갖고 마련한다면 법의 취지에 맞게 사망·중상해에 대한 형사책임 감면과 민사상 손해배상 제한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이 두 가지가 명시되지 않는 이상 현재 정부가 마련한 법안은 보여주기식 빈껍데기 법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화진 변호사도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법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변호사는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조성하려면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법안에 포함돼야 한다”며 “보험이나 공제조합에 대한 가입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으면 국가가 필수의료에 대해서 어떤 역할과 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필수의료의 법적 완화를 위한 제도의 정착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과 재정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의사가 안전한 진료 환경을 보장받으면서 문제 발생 시 환자의 피해 배상과 더불어 안정된 상황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부언했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종합보험으로 사망 사고를 감당하려면 고액의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성훈 대한의사협회의료배상공제조합 법제이사

전 법제이사는 “대형병원의 경우 중증질환 및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인해 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데, 이는 고액의 보험상품에 가입해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대형병원 입장에서 보험료 부담보다 내부에 법무팀을 만들어 해결하는 것이 이득일 정도”라고 언급했다.

즉, 필수의료를 강화하려면 의료분쟁 특례법에 대한 적극적인 수정 및 의료배상공제조합을 주축으로 한 형사 면책 추진 등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

그는 “의료분쟁 조정 전 시민단체들의 의구심이 없으려면 불필요한 조항을 없애는 등 법안 개선이 있어야 한다”며 “공제보험을 통한 형사 면책을 추진할 경우 공공성 있는 의료배상공제조합을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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