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최신병원경영시리즈 1
1. 왜 위기관리인가? 최근 기업경영의 주요 화두는 지속가능(sustainable)한 성장과 경영이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환경적 이슈들을 고려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영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등장 배경에는 그 동안 국내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매출이익 등 재무성과뿐 만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경영의 중요성이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즉, 기업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적 요소를 경영에 고려하면서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려는 지속가능경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어느 기업에서나 찾아오는 대외내적 위기(crisis)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 하는 위기경영기법이 최근에 대두하고 있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위기관리의 개념은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업의 전사적 위기관리 개념(crisis management)이다. 이는 외부 환경요인의 변화 또는 대외 신뢰도 추락 등에 따른 기업의 전사적인 위기관리의 개념이다. 둘째,기업이나 조직의 각 부문(재무, 조직, 경쟁여건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관리의 개념(risk management)인데, 그 동안 재무적 리스크관리 개념으로 많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위기관리 개념은 이론적으로 구분이고, 기업현장에서는 개념적인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경향이 많다고 하겠다.
2. 위기관리의 등장배경
그 동안 경영학에서 위기관리 개념이 도입되기 전부터 기업들의 산업현장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돌발적 상황에 대해서 사용하는 매뉴얼 개념으로 위기관리가 소개되었다. 실제로 산업현장에서는 10가지 정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매뉴얼방식으로 마련해 두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 동안 위기관리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대응방안을 간략히 정리한 매뉴얼방식으로 작성, 비치하는 위기대응 방식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국내 대표적인 우량기업인 POSCO에서 이와 같은 ‘위기관리 메뉴얼’을 인터넷 지식DB형태로 구축, 관리하여 실제현장의 위기관리에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하바드비지니스(HBR)에는 ‘위기관리’에 관한 중요성에 대한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유럽에서 교회는 지속된 신자들의 불평에 안일하게 대처하여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는 것이다. 교회는 15~16세기에 걸쳐 교회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면죄부 판매, 일부성직자의 도덕적 문란 및 지나친 탐욕 등에 대해서 신도들의 불평이 많았다. 그러나 교회는 신도들의 정당한 불평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스스로 위기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교개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은 스스로 위기에 대한 사전 인지능력을 키우고 적절한 시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이안 미트로프도 위기의 사전 대응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는 위기관리란 용어대신에 ‘위기리더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위기관리가 사건이 난 뒤에 작용하는 수동적인 반응이라면 위기리더쉽은 더 큰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사를 살펴보면 과거 20년 전과 최근의 경영전략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사업전략부문에서는 외형적 성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시 되고 있고 업종의 전문화가 주요전략이 되고 있다. 그리고 기업경영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적인 경쟁력이 주축을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소프트 경쟁력이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는 경영환경의 다양화, 다변화, 스피드화 등으로 요약되는데, 이는 기업차원의 전사적 위기관리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3. 병원의 지속경영과 위기관리
국내 병원에서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은 아직은 낮은 편이다. 병원행정관리자협회에서 발간한 ‘병원운영규정집’에서 병원 위기관리와 관련한 규정을 찾아보면 방화관리규정과 안전관리위원회 관련규정 정도가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병원들 가운데 `진료 수입의 규모가 1조가 넘어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고 대형병원 간의 경쟁양상도 치열해 지고 있다(매일경제, 2010.6.2)따라서 병원경영 부문에서도 위기를 야기하는 위험요소들에 대해서 위기관리를 통한 전략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는 1980년대에 이미 병원의 위기관리협회(American Society for Healthcare Risk Management)가 구성되어 다양한 상황별로 위기관리 유형을 묶은 핸드북을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병원위기관리협회에서 발간한 ‘병원위기관리 핸드북(1990)’에 의하면 병원에서 위기관리자(risk manager)의 직무는 보험, 재무, 평가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하여 적정한 위기관리를 통해서 법적, 재산적 피해를 최소화는 것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병원의 위기관리를 그 강도에 따라서 레벨을 1단계, 2단계, 3단계로 구분하고, 해당 위기관리 대처방안을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위기관리의 대응도 재무부문, 행정부문, 법적소송부문, 진료서비스부눈 및 교육부문 등으로 구분하여 위기관리의 전문성을 부여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서 ‘레벨 3 단계 : 법적 위기관리’부문의 위기대응 기술서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법적으로 대응하고, 이해당사자에게 직간접으로 보상하는 등 대응방안을 기술하고 있다. 이 밖에 협회에서는 위기관리자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에는 위기인식과 분석방법, 위기손실관리(loss management) 및 재무적 대응기법 등을 기술하고 있다.
국내 최근 병원에서도 병원의 확대경영보다는 지속경영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따라서 병원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위기관리를 사전(before)에 인지하고 위기리더쉽을 통한 대처를 함으로서 위기관리를 리더(lead)하는 방향으로 관점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리더는 사건이 터지고 난 뒤(after)에 발생할 수 있는 병원경영의 위기를 관리하는 출발점이 되겠다. 병원위기를 관리할 대상이 아닌 리더할 대상으로 관점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첫째, 위기가 아닌 이슈(issue)를 관리한다.
이슈는 언제든지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위기이기 때문이다. 둘째, 병원위기를 리더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뉴스는 대내외적으로 먼저 발표하고, 병원CEO는 문제해결자로서 포지셔닝을 한다. 국내 병원에서도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받아 위기에 노출되었지만 경영투명성이 밝혀지자 병원신뢰도가 대외적으로 높아진 사례가 있다. 셋째, 병원에서 문제가 발생 시 해명이나 변명보다는 극복조치에 역량을 집중한다. 병원의 위기도 관리와 대응을 통해서 위기관리의 노하우를 구축하면 해결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