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못해도 어려운 산수는 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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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못해도 어려운 산수는 잘 해
  • 윤종원
  • 승인 2005.02.17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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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고능력이 반드시 언어능력에 달려있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영국 셰필드대학의 수석연구원 로즈마리 발리는 최근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NAS) 회보에 낸 논문을 통해 실어증 환자들이 난해한 덧뺄셈을 할 수 있다는 실례를 보여 줬다고 BBC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이는 언어능력 없이도 수학적 이해능력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언어가 인간의 사고능력을 다른 동물들보다 우수하게 만들어주는 주요 자질이라는 가정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

발리 박사 연구팀은 언어를 이해, 생성하거나 문법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실어증 환자 3명을 상대로 언어적, 수리적 분별 능력을 시험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

시험결과 환자들은 `사자", `사냥했다", `사람"이라는 단어들을 개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도 `사자가 사람을 사냥했다"와 `사람이 사자를 사냥했다"라는 문장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수리적으로 가역(可逆)적 구조를 갖춘 `52-11" 및 `11-52"같은 수식을 제시했을 때 쉽게 문제를 풀어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발리 박사는 "시험결과 심각한 언어결손 환자들도 매우 추상적 원리에 대해 통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언어와 사고 능력 사이의 자율성을 시사하는 발전된 인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이 수리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를 조사한 연구 결과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프랑스 연구팀이 뇌영상 기술을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계산을 하는 동안 단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왼쪽 전두엽 부분이 밝아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의 우수함과 언어가 반드시 긴밀한 연관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제시한 것이어서 무엇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르게 만드느냐는 의문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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