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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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 윤종원
  • 승인 2004.12.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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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산타 할아버지의 실체를 묻거나 아이들의 순수성과 믿음을 확인하려는 영화가 어김없이 극장에 걸린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영화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개봉하는 "폴라 익스프레스"는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를 만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가 다시 손을 잡고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반 알스버그의 동화에 애니메이션의 숨결을 불어넣은 작품.

이 작품은 살아 움직이는 동화책처럼 환상적이다. 다른 애니메이션 보다 한층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색깔과 애정어린 시선은 마음에 난로 하나 켜놓은 것처럼 따뜻하다. 영화는 커다란 양말에 손을 쑥 집어 넣으면 산타 할아버지가 놓고 간 선물 하나쯤 있을 것 같은 어린 시절의 환상으로 관객을 이끈다.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하던 8살짜리 소년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종소리를 듣는다. 종소리를 쫓아 현관문 밖으로 나간 소년은 커다란 기차를 만난다. 그 기차는 바로 산타의 고향인 북극으로 가는 특급열차, "폴라 익스프레스".

기차에 올라탄 소년은 용감한 흑인 소녀와 잘난척쟁이 소년, 외로운 소년, 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떠돌이 남자도 만난다. 기차는 아슬아슬하게 터널을 지나 가파른 언덕을 넘어가고 얼음 위를 달리기도 한다. 소년 일행은 갖가지 모험을 겪고 북극에 도착해 그곳에서 산타 할아버지를 만난다.

영화의 내용은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색다를 것 없는 평이한 줄거리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내용보다는 화면에 있다. 동화책이 살아 움직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은 흥미로운 이야기나 산타 할아버지의 마법이 아니라 바로 "퍼포펀스 캡쳐"라는 새로운 기법이다.

연기자의 얼굴에 150여개, 몸에 60여개의 표식장치를 달아놓고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을 그대로 디지털화시키는 "퍼포먼스 캡쳐" 방식은 영화 속 인물에 "진짜" 생명을 부여했다. 이 기법 덕분에 제작진은 실사영화보다 더 환상적이고 일반 애니메이션보다 더 사실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다.

톰 행크스가 1인 5역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바로 이 기법. 톰 행크스는 따로 분장하지 않고도 주인공 소년, 소년의 아버지, 기차 차장, 떠돌이, 산타 등 모두 5명의 움직임을 연기할 수 있었다.

기차가 터널을 지나가거나 가파른 철로를 달리는 장면은 마치 아이맥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실감난다. 마치 실제로 그 기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영화의 느낌을 전한다.

이 영화의 약점이라면 초반과 중반에 늘어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와 1인 5역이라는 비중만큼 영화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톰 행크스의 이미지. 연기파 배우의 든든한 느낌은 좋지만 톰 행크스의 목소리를 5개 버젼으로 듣다보면 후반부로 갈수록모든 인물의 목소리가 톰 행크스의 목소리로 들리면서 지루해지기 쉽다.

영화는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기술에는 민감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아이들의 정서에는 무감한 듯하다. 시종일관 강조하는 "믿음"이라는 가치와 20여년간 읽혀온 동화의 내용에 지금 아이들의 모습과 정서를 더 반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관람가.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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