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1개 리노베이션만 4년인데, 2,000명 감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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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1개 리노베이션만 4년인데, 2,000명 감당 가능?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3.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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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교협, 의대정원 증원 시 의학교육 질 저하 우려
2025학년도부터 당장 의대 교육 실시할 여건 안 돼
(사진=연합)
(사진=연합)

정부가 3월 20일 의과대학별로 많게는 3~4배까지 정원 증원 배정을 확정한 가운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2025학년도부터 당장 수업을 받아야 하는 의대생들의 의학교육 질 저하를 경고하고 나섰다.

의과대학 건물 한 곳을 리노베이션하는 데 약 4년, 250억 원가량이 투입된 사례를 들며 2,000명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라는 점을 지적한 것.

즉, 급격한 증원이 이뤄질 경우 의대생 실습 및 수업 공간, 교수 인력이 당장 부족해 교육현장 혼란과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회 의장,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은 3월 20일 전의교협 주재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리노베이션 사례를 언급하며 이같이 전했다.

조윤정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고려의대는 제1의학관 리모델링 및 증축에 4년의 공사 기간, 공사비는 250억 원을 투입했다.

현재 고려의대는 의대생 106명의 의학교육을 위해 두 개의 기초의학 강의실에서 이론교육을 진행하고 교수와 수업 조교 1명이 각 강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실습 과정에서는 총 20개 테이블에 한 테이블당 학생 5~6명이 앉고, 교수는 1~2명이 참여한다.

게다가 해부학 이외 기초과목 실험실습실, 토론방, 전산 실습실, 보조강사도 다수 필요하다.

또한 소그룹 세미나를 진행해 한 그룹당 교수 1명이 들어가려면 최소 12명에서 최대 20명의 교수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며 세미나실 20개 이상, 정맥 체혈을 비롯해 임상 실습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센터와 학생별 녹화시설도 필수다.

이뿐만 아니라 의대생들이 심신을 평안하고 건강하게 유지해 환자를 볼 수 있도록 동아리실, 체력단련실, 자율학습 공간들도 마련돼야 한다는 게 조 위원장의 지적이다.

조 위원장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인원과 시설이 의학교육에 투입되고 있다”며 “리노베이션 과정만 해도 4년이라는 긴 시간과 250억 원이 들었는데, 의과대학별로 갑자기 80~100명이 증원되면 교육현장은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학 시설 신설 및 확충 과정은 리노베이션보다 더욱 오래 걸릴 것이 자명한 데다가 투입 비용의 경우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조 위원장이다.

조 위원장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건물 하나를 짓는데 4~5년의 기간이 걸리고 교수 및 조교 충원까지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있어야 할텐데, 해리포터 같은 세상이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하나 국립대가 아닌 사립대도 많다”며 “의학교육 현장은 단순하게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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