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없는 의사수 논의 사실상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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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없는 의사수 논의 사실상 무의미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3.0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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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의료 시스템으론 과도한 의사수 추계 나올 수밖에 없어
홍윤철 교수‧권정현 박사‧신영석 연구위원, 국회서 한목소리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3월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3월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병원신문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의 근거로 내세운 의사수 추계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학자들이 ‘의료개혁’ 없는 의사수 논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공통된 의견을 밝혔다.

현재의 의료체계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내놓은 의사수 추계가 과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틀린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3월 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를 수행한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 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한 KDI 권정현 박사, 그리고 ‘20개 의료인력 추계’를 진행한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 연구자들은 현재의 의사수 추계는 지금의 의료체계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의사수 증가 논의에 앞서 의료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자신의 연구 보고서가 지금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작성된 것이라고 전제한 홍윤철 교수는 2067년까지를 추계했다면서 2045년에서 2050년까지 의사가 부족해지는 공간이고 그 이후는 다시 의사가 남는 공간으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인구 구성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현시점에서 의사가 적어도 당분간은 부족해지는 공간이 되는 것이고 그 부족해지는 양은 추계에 의하면 사실 정부에서 발표한 양과 근접하게 제 연구에서도 나왔다”며 “다만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가 얘기했기 때문에 이가운데 무엇이 맞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역 간 격차의 문제를 우리가 이해하지 않고, 해결하지 않고서는 의사를 총 추계로 얘기하고 총공급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적절한 의료공급을 잘할 수 있고 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가 되도록 의료개혁이 잘 일어나면 현재와 같은 공급체계를 그대로 가져갈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홍 교수는 “현재의 의사수 추계는 지금의 의료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는 가정하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 추계는 의료개혁이 없기 때문에 과도한 추계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개혁이 따라가야 하는데 의료개혁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실종돼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의사수가 부족한 부분은 어떤 구간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고 지역 간 차이가 있다는 것이라며 의료교육을 어떻게 할지가 같이 논의되지 않고서는 일방적으로 몇 명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논의 자체가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논의라고 평가했다.

권정현 KDI 박사도 사실상 홍윤철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어떤 의료체계를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돼야 만이 추계 이용 여부가 합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권정현 박사는 “그동안 의료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시장이 확대되는 것에 반해 공급이 지속적으로 통제되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의료체계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며 “의료인력 추계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의료서비스 수요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추계라는 것이 당연히 과거의 이제까지의 추세나 현재 시점의 의료 이용을 활용해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서 그 추계 결과의 정확성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어떤 의료체계를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심도깊게 이뤄져야하는 것이 이 추계가 정확한 것인지, 아닌지, 추계를 활용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아닌지라는 논의에 앞서야 된다고 밝혔다.

권 박사는 “지금 노인인구가 많아져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지점인데 향후 노인이 건강해지고 1차 의료가 강화돼 그만큼 과도한 의료서비스 이용이 감소하고, 연명 치료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선호에 변화를 가져온다”면 “그만큼 수요가 감소할 것이고 그에 따라서 의료인력을 추계하는 연구의 방식과 연구 내용도 바뀌어야 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도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가정이 추계에 들어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신영석 위원은 “추계라는 게 수많은 가정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의료수요를 보면 통상 인구 구조 변화 우리나라 같으면 이제 노령화 속도, 그다음에 소득 등이 요소로 꼽힌다”며 “이런 변수들을 통해 기본적인 추계를 하고 여러 가지 민감도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행위별 수가, 의료 이용 체계 또는 자원, 병상까지 순차적으로 정리가 되면 당연히 국민들의 의료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자들은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확대에 대한 각자의 소신을 밝혔다.

홍 교수는 “사실 500명, 750명, 1,000명, 1500명의 시나리오를 지역별로 다 분석을 해봤더니 어느 하나도 다 만족할 수 없었다”면서 “왜냐하면 의료제도 개혁이 안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그중에서 고른다면 연구자로서는 500에서 1,000명의 구간이라고 보고서에 정리를 해놨었다”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 정부가 보고서를 적절하게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권 박사도 “정책 제안을 한 부분이 호도되는 방식으로 인용이 되고 있어 설명을 해야겠다”면서 “2024년부터 천 명씩 증원해서 4천 명을 만드는 시나리오도 있고 5% 정도 매년 증원해서 2030년에 약 4,500명 정도를 유지하는 안, 7% 증원하는 안, 10% 증원하는 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권 박사는 연구자의 시계와 정부의 시계는 당연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 자신은 어느 정도 증원한 후에 다시 줄여나가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이라며 한꺼번에 큰 수의 증원을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의 문제점 또는 수련 현장의 문제점들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증원하는 것을 제안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 박사는 “정부가 2,000명을 증원하는 것이 현재 증원의 60% 이상 증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는 문제점을 해소해 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 지원을 동반하는 것이 필요하고 오히려 의료인력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좋은 의료인력으로 양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연구자의 몫이 있고 정부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며 연구 결과와 정부 정책을 연계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봤다.

그는 “개인적으로 어차피 1만 명 증원을 2035년까지 목표로 할 경우 차라리 1,000명씩 10년, 이렇게 했다면 훨씬 더 속도 조절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는 2029년까지는 내년에 신입으로 입학할 학생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판단하기 대단히 어려운 만큼 정부가 호흡을 길게 갖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세 명의 연구자들은 의사수 추계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추계 전문가, 의료계, 정부, 국민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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