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 위해 남은 인생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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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 위해 남은 인생 바치겠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2.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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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앞둔 정명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일 평균 외래환자 250여 명…37년간 무려 1만2,000여 명 진료
한국형 스텐트 개발 선구자로…실험용 돼지 3,718마리 사용해
오는 3월 4일부터 광주보훈병원 순환기내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정명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오는 3월 4일부터 광주보훈병원 순환기내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정명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겠습니다.”

2월 29일 37년간의 전남대학교병원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광주보훈병원에서 연구를 이어가게 된 정명호 교수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심근경색증과 관상동맥질환의 세계적인 석학인 정명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의 하루는 새벽 5시 30분 병원 출근부터 시작돼 6시 30분 병동과 중환자실, 응급실 회진, 7시 30분 외래진료 및 시술 등 하루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낸다.

또한 한국형 스텐트 개발의 선구자답게 토요일에는 스텐트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에 몰두하고 일요에는 평일보다 1시간 늦게 출근해 연구를 지속한다. 그야말로 병원을 집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이같은 일상은 그가 전남대병원에 임용된 지난 1987년부터 계속된 루틴으로 37년간 지속돼 왔고 이제 3월 4일부터는 광주보훈병원 순환기내과에서 이 일상이 계속된다.

기자가 정년퇴임 후 광주보훈병원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정명호 교수는 “퇴임하면 연봉의 10배를 주겠다고 오라는 병원이 많았지만 전남대병원보다 월급이 적은 보훈병원을 선택했다”면서 “그 이유는 국립병원 등에서 꾸준한 연구와 진료를 통해 한국인심근경색증등록연구 및 스텐트 개발 등을 평생 지속하고 싶기 때문이다”고 소박한 소망을 전했다.

특히 정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한국인 심근경색증등록연구(KAMIR)를 시작해 현재까지 8만3,000여명의 환자를 등록했고, 논문 422편(SCI 387편)을 미국의학협회지(JAMA), 영국 의학전문지(Lancet), 영국의학저널(BMJ) 등에 발표하는 등 심근경색증 분야 연구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업적을 이뤄내고 있다. 논문 또한 1920편과 96권의 저서를 발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업적을 남기고 있다.

심근경색증과 관상동맥 분야 세계적인 석학 중 한 명인 정 교수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250여 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37년간 지금까지 진료한 외래환자가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또 매년 3,000~4,000여 건의 시술을 시행해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정 교수만큼 진료 및 시술을 많이 하는 교수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다.

정 교수는 자신이 진료를 시작한 1987년에는 심근경색증 환자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심장판막 환자가 많았기 때문에 진료 또한 주로 혼자 볼 수밖에 없었다.

정 교수는 “한국인이 갈수록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 당뇨병, 고혈압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심근경색증이 증가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면서 “결국 환자 수도 폭증했으며 시술 건수 또한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근경색 환자는 지난 2016년 9만5,249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엔 12만2,231명으로 늘어났다. 정 교수의 시술 건수 또한 1993년 수백 건에 불과했지만 2006년엔 4,0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30여 년간 한국인의 심근경색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정 교수는 심근경색의 4대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가운데 무엇보다 담배를 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가 주로 하는 심근경색증 치료 시술인 관상동맥중재술은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에 스텐트를 넣어 확장시켜 이후 약물 치료를 통해 다시 혈관이 좁아지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텐트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해외에서 스텐트를 수입해 사용해왔다. 그러나 정 교수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끝에 스텐트 국산화에 성공했다.

정 교수는 “특히 혈전이 안 생기고 심근경색이 재발하지 않는 스텐트를 개발, 미국 특허까지 등록했다”면서 “의사가 스텐트를 만들게 되면 업체들이 개발한 것보다 더 우수한 스텐트를 만들 수 있다”고 자부했다.

정 교수가 받은 스텐트 관련 특허는 총 84개. 이 중 실용화한 제품은 ‘타이거 스텐트’와 ‘타이거 레볼루션 스텐트’ 두 가지다.

‘타이거 스텐트’는 스텐트 국산화 노력의 산물로 지금까지 126례를 시술했고, ‘타이거 레볼루션 스텐트’는 혈전이 안 생기는 등 부작용을 줄인 신개념 스텐트로 20명에 대한 임상 사용 실험이 끝나 추후 절차를 통해 식약처 사용 승인을 얻어내면 환자 치료에 도입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인간의 심장과 가장 비슷한 돼지로 동물실험을 하고 있는 정 교수는 지난 1996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수를 마치고 복귀한 이후 국내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용해 지금까지 3,718마리의 동물 심도자 실험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급성심근경색증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논문(425편)을 발표한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지난 2006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에 선정됐다. 지역 소재 의과대학 교수 가운데 과학기술한림원 회원이 된 건 정 교수가 최초다.

끝으로 정 교수는 “인생 목표가 국립심혈관센터 설립과 노벨과학상을 배출하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하나의 목표는 이뤄냈다”며 “앞으로 남은 인생도 꾸준한 연구와 진료활동 및 특허개발로 우리나라 첫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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