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필수의료 붕괴 원인 ‘저수가’부터 해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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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필수의료 붕괴 원인 ‘저수가’부터 해결을
  • 병원신문
  • 승인 2024.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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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혼란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원가에 못미치는 저수가로 출발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40년 넘게 지속돼 온 것만 해도 경이롭다.

건강보험에서 주는 진료수가만으로 의료기관을 지탱하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 2000년 의약분업, 그리고 2000년대 중반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의료이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에 수지균형이 가능했다.

여기에 저수가로 입는 결손을 보전할 수 있는 적절한 비급여가 조미료 역할을 하면서 이럭저럭 수지를 메꿔왔다.

의료이용량을 증가시키는 정부의 정책으로 저수가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알게 모르게 정부 정책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건강보험 재정으로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정부와 보험당국은 우리나라 경제·사회구조가 저성장·저출산 구조로 전환되면서 의료이용량에 부담을 느끼게 됐고, 저수가 기조는 그대로 둔채 비급여와 의료이용량 억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지금의 혼란을 야기한 출발점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여기서부터 적절한 의료이용량 증가와 비급여, 건강보험 세 가지 큰 기둥으로 버텨 온 의료산업의 구조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 전공의와 의과대학생들이 의사가운을 벗겠다고 나선 것은 의료산업의 균형이 깨진데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이 좀 더 선명해졌기 때문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정부가 깔아놓은 판 안에서 존재했던 선택의 여지가 좁아졌고 대안조차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는 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한계가 뻔한 건강보험 재정 속에서 의료이용량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데다 그동안 저수가의 반대급부 성격으로 방치하던 비급여로 인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증가가 이제는 짊어질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와 해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응급실 사태와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분만병원의 잇단 폐업과 같은 필수의료의 붕괴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미용·성형같은 비급여 진료로 눈을 돌리게 한 저수가라는 본질적인 원인은 외면한 채,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의사인력 확충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태도가 서운함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옳고 그름을 다툴게 아니라 서로 마음을 열고 의사와 의료기관들이 안정된 진료환경에서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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