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 디지털헬스 성공을 향한 도전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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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디지털헬스 성공을 향한 도전과 전망
  • 병원신문
  • 승인 2024.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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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신문-대한디지털헬스학회 공동기획
이종근 ㈜미소정보기술 미소헬스케어 총괄본부장(MD, PhD)
제3자 지불 모델 발굴이 디지털헬스서비스 성공 열쇠

세계적으로 헬스케어는 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한 서비스의 제공과 일대일의 관계에서 효율성, 경제성, 편의성, 신속성, 미래발전성을 기반으로 한 다자간 연결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소위 'Digital Health care transformation’이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병원신문과 대한디지털헬스학회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역동적인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제는 디지털헬스 시대다!'를 공동기획했다.

이종근 ㈜미소정보기술 미소헬스케어 총괄본부장(MD, PhD)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현직 대학병원 교수 한 분의 촌철살인 발언이 큰 화제를 모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쪽은 지금 제도가 맞지 않고 고령층은 디지털 문해력이 떨어지며 뛰어난 기술이 있는데도 의사들이 보수적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기술(수준)이 떨어지고 현장을 하나도 모른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지만, 문제는 의사들이 창업한 디지털헬스 스타트업도 똑같이 제도 탓, 디지털 문해력 탓을 하는데다가 기술도 떨어지고 소비자 중심의 시장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시장은 단순히 기술의 우수성만으로 그 기술을 선택하지는 않으며,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적절한 시점에 적정한 가격으로 제공할 때 비로소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디지털헬스 기술에 대해 지불의사가 없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므로,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디지털헬스 기술을 개발하기 이전에 과연 누가 언제 지불의사가 있을지를 먼저 고려해 봐야 하겠다.

먼저 디지털헬스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면, 헬스케어는 의료뿐만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개념이고, 헬스케어와 디지털이 융합된 영역을 디지털헬스라고 하면, 디지털헬스의 영역 안에는 의료와 디지털이 융합된 디지털의료도 포함되어 있다.

디지털의료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질병의 진단, 모니터링, 관리 등 의료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 사용자는 의사 혹은 병원이 될 것이고, 디지털의료를 제외한 디지털헬스는 의료행위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그 사용자는 일반 대중이 될 것이다.

특히 디지털의료는 의료관련 규제를 받기 때문에 디지털헬스의 범주에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게 되면 여러 면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다음에서는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선 디지털의료의 경우 의사나 병원은 대개 지불의사가 적거나 없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는 건강보험에 진입하고자 노력하게 되지만, 보험자의 입장에서는 해당 기술이 국민의 건강수준 향상 혹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면 수가를 지급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의료를 제외한 디지털헬스의 경우 일반 대중은 해당 기술을 이용하는 것과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특히 우리나라처럼 우수한 건강보험제도 하에서는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의료는 의학적 근거를, 디지털의료를 제외한 디지털헬스는 소비가치를 중시하므로,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디지털의료보다는 그 이외의 디지털헬스를,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환자보다는 평소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에 관심이 많은 (경증 만성질환자를 포함한) 건강인이 지불의사를 가질만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 다음으로는 건강인에게 어떤 기술을 어떤 시점에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게 되는데,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규칙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도록 돕고,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방지하며, 건강과 관련된 올바른 정보나 적절한 서비스를 필요로 할 때 즉시 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의료 데이터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이 필수적이다.

그간 공공 주도의 헬스케어 데이터 사업이 기대에 못 미친 이유를 살펴보면 사업을 수주한 기업이 의료 데이터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 데이터 관리 및 활용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겠다.

건강인도 평소에 계속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는 건강인이 앞으로 보다 더 건강에 대한 욕구를 갖게끔 하는 것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야 한다.

결국 건강인도 디지털헬스 기술에 대한 지불의사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제3자가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그동안 국내외에서 정부(B2G 혹은 B2G2C), 민간보험사 등이 디지털헬스의 주요 고객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는 조기진단을 넘어서 건강증진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검진기관, 차별화된 특화 설계를 원하는 대형 건설사,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 등을 잠재적 고객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이며, 특히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건강관리를 직원 복지가 아닌 기업 생산성으로 재인식하게 될 경우 디지털헬스 서비스의 최대 고객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이 선택한 기술이라고 해도 수명은 그리 길지 않은데, 디지털 치료제 선두 업체였던 프로테우스와 페어 테라퓨틱스가 각각 2020년과 2023년에 파산해 버렸고, 텔레닥, 바빌론 헬스 등 쟁쟁한 원격의료 회사들도 코로나19 종식 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유전체 데이터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23andMe는 2021년 상장 이후 회사가치가 6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주가가 거의 0이 되었다.

매출에 비해 과대평가된 기업가치는 곧 시한폭탄과도 같아서, 대규모 투자 유치가 늘 기뻐할 일은 아니다.

디지털헬스 서비스 제공자는 늘 자신들의 기술과 서비스가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만족감, 성취감을 열망해야 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함으로써 끊임없이 학습하고 성장을 통해서 동기부여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

물론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경제적 보상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려면 디지털헬스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며, 그것이 보다 건강한 세상을 만들어 나아갈 유일한 희망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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