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매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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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매 초래한다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4.02.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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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이정일·이현웅 교수팀, 60세 이상 6만5,690명 조사 결과
대조군과 비교할 때 치매 발생 위험도 약 1.5배 높아…대사성질환과 연관

60세 이상 노인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고 있는 경우 치매 발생을 주의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별률은 전체 인구의 25%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했을 때 치매 발생 위험도가 약 1.5배 높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사성질환인 당뇨·비만·고지혈증·고혈압 등과 관련이 깊어 치매 역시 대사성질환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치매 발생과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정일·이현웅 교수팀은 치매와 비알코올성 지방간 모두 대사성질환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는 점에 주목해 치매와 비알코올성 지방간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에 돌입했다.

이 교수팀은 2009년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60세 이상 연령층 10만7,367명 중 알코올 중독,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 보유자,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뇌졸중 환자를 제외한 6만5,690을 대상으로 지방간 지수(Fatty liver index, FLI)를 사용해 지방간을 진단할 수 있는 5,837명과, 지방간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4만1,551명 등 총 4만7,388명을 최종 연구집단으로 규정했다.

최종 연구집단 중 치매 증상 그룹은 15.2%(7,209명)였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연령, 성별, 체질량지수,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 공복혈당, 고혈압, 당뇨병, 흡연 여부와 경제 상태 같은 변수를 대입해 치매 질환을 지닌 실험군 2,844명과 대조군 1만4,220명을 최종 비교·연구했다.

그 결과 치매 질환을 보인 실험군 2,844명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아닌 비율은 93.3%(2,652명)였고,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6.8%(192명)였다. 대조군 1만4,220명 가운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아닌 비율은 94.5%(1만3,436명)였으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지닌 비율은 5.5%(784명)였다. 실험군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6.8%, 대조군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5.5%였다.

치매와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사이 상관관계
치매와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사이 상관관계

이 교수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아닌 그룹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그룹에서 각각 치매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를 면밀하게 관찰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아닌 그룹을 기준으로 설정했을 때, 지방간을 지닌 그룹은 치매 발생확률이 1.493(1.214-1.836, 95% 신뢰구간)을 기록해 약 1.5배 정도 높은 것을 확인했다.

한편 연구팀은 전통적으로 치매의 위험인자로 학계에 보고된 당뇨병 유무에 따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봤다. 당뇨병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군에서 치매 발생확률이 의미 있게 높았다.

당뇨병 유무와 비알코올 지방간 유무 그룹 사이 치매 발생 위험도 비교표
당뇨병 유무와 비알코올 지방간 유무 그룹 사이 치매 발생 위험도 비교표

이 교수팀은 이 논문에 대해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당뇨병 없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만으로도 치매 발생확률이 높아짐을 증명한 자료”라고 소개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정일 교수는 “더 깊은 연구를 해봐야 하겠지만 같은 대사성질환인 당뇨병이 치매 발생에 영향을 준 것처럼,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치매 발생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된다”며 “당뇨병이나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의 첫걸음은 비만도를 낮추고 운동으로 근육량 감소를 막는 것인 만큼 치매 발생확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생활 습관 교정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Annals Academy of Medicine Singapore 최신호에 ‘대한민국 노령 인구에서 지방간과 치매 발생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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