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맞기 전 한 해의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돌이켜보면 팀원들과 함께 요트대회를 나갔던 때가 떠오른다. 

우연히도 워크숍을 다녀오던 길에 요트가 보였고, 정말 우연히도 구경만 하러 들어간 요트장에서 곧 아마추어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참가비는 오직 만 원에 그것도 중식 포함.

귀가 솔깃해진 우리는 집에 가자마자 참가 신청서를 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재미를 위한 일이었다.

반환점을 돌아 가장 빨리 들어오는 팀이 이기는 아주 심플한 규칙.

3번의 경기를 통해 6팀 중 2팀만이 결승에 진출하게 되는 방식이었다.

대회 당일에 보니 국가대표 가족이 있는 팀부터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이는 혼성팀까지 어마어마한 팀이 많았다.

그에 반해 태어나 요트를 처음 타보는 여자 4명으로 이루어진 여성팀인 우리는 누가 봐도 약팀이었다.

내 역할은 보트 오른편에서 적절한 때에 줄을 감거나 푸는 것이었다.

"내 역할은 제대로 해내자."

오전 교육을 받으며 나는 생각했다.

코치님도 다른 건 필요 없고 우리에게 안전하게만 타고 오자고 당부했다.

대회가 시작되고, 우리 팀은 코치님의 명령을 따르며 진지하게 임했다.

줄을 감고, 풀고, 때로는 렌치를 이용해 꽉 조이기도 하고,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두 번의 경기는 모두 4등으로 끝났다.

슬슬 체력적 한계도 느끼고 있었다.

팀원 중 한 명은 '그냥 신청하지 말 걸 그랬다'고 까지 말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그때, 코치님이 말했다.

“우리 이번엔 진짜 잘해보자.”

앞선 두 번의 경기동안 너무 잘해줬다고, 단시간에 이렇게 성장한 사람들은 처음 본다며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칭찬은 우리 요트를 춤추게 했다.

마지막 경기니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우리 눈앞에는 이미 3대의 요트가 보였다.

이대로라면 이번 경기도 4등으로 마무리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코너를 도는 순간, 딱 맞는 바람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지금이야!”

코치님의 외침에 나는 미친 듯이 줄을 감았다.

곧바로 이어진 하이크 아웃.

팀원 모두가 요트 한쪽으로 이동해 요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요트 밖으로 허리를 뒤로 홱 젖혔다. 

코어 힘이 부족한 몇 명으로부터 곡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죽을힘을 다해 버텼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는 2등에 랭크되어 있었다.

최종 순위 3위, 결선행 티켓은 없었지만, 대신 다른 것을 얻었다.

그건 바로 하이크 아웃 정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준비하다 때가 오면 총력을 쏟는 것이다.

바야흐로 유튜브 격동의 시대다.

인기 동영상은 하루아침에 밥 먹듯이 바뀌고, 알고리즘이 어떤 영상을 선택해 세상에 선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꾸준하고 성실하게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유튜브의 순풍을 타는 순간 팀원 모두 함께 몸을 젖힐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2024년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고대병원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코어 힘을 기르며 우리에게 딱 맞는 바람이 오기만을 기다리겠다.

그리고 역전의 기회가 오면 힘차게 외칠 것이다.

“자, 지금이야. 모두 하이크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