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수 확대에만 매몰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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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사 수 확대에만 매몰되지 말자
  • 병원신문
  • 승인 2024.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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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2020년 전공의 총파업이 데자뷰된다.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강대강으로 맞서는 기류 속에서 전공의와 의과대학생들의 대응이 주목돼 왔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인력 충원의 여파가 지금 세대보다는 앞으로 우리나라 미래의료를 이끌어 나갈 젊은 의사와 의사 지망생들에게 더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불과 3년 남짓 지난 2020년, 의과대학 정원 확대라는 같은 아젠다를 놓고 전공의와 의과대학생들이 거리에 몰려 나왔을 때와 지금의 의사인력 확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전과는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과 엔데믹을 거치는 과정에서 응급의료와 필수의료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의사인력의 확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져 의과대학 정원 확대의 명분이 어느 정도 축적돼 설령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으로 나와도 그때와 같은 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시 전공의 86%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며 의료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의과대학생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2020년 전공의 총파업으로 대혼란을 겪었던 수련병원들로서는 그때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고 수술과 진료가 미뤄진 환자들은 끝없는 대기와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나는 의료난민이 되는 혼란이 또다시 재연돼서는 안될 것이다.

사회적 명분과 여론을 등에 업고 밀어붙이는 정부와 의사 사회 내부의 눈치를 보며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의료계 내부의 상황 속에서 병원과 환자만 애꿎은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문제는 의료인력 부족과 응급·필수의료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의료전달체계, 인구의 고령화, 의료수요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의사 수 확대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처한 현 상황을 되짚어보고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하는 게 현명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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