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국가 HPV 백신 접종 사업, 정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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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국가 HPV 백신 접종 사업, 정상 아냐”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1.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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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만 12세 남성 청소년 접종 사업에 포함하나 1차만 무료 지원 검토
직선제산부인과개원의사회, 적절한 예산 확보 통한 정상적인 사업 시행 촉구

정부의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접종 사업 대상자 확대 계획을 두고 반쪽짜리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만 추가 접종을 받을 수 있는 형태라는 것이다.

이에 정상적인 사업이 되려면 적절한 예산 확보를 통해 모든 접종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선제산부인과개원의사회(회장 김재유)는 1월 19일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HPV 백신 사업 확대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는 감염병 예방에 꼭 필요한 백신에 대해서 접종 비용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국가 필수예방접종(NIP)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HPV 백신 NIP 대상은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인데, 최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만 12세 남성 청소년도 포함을 검토 중에 있다.

문제는 만 12세 남성 청소년의 경우 1차 접종만을 NIP 사업에 적용해 무료로 지원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 같은 사업을 시행하게 되면 2·3차 접종 비용은 자비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직선제산의회의 비판이다.

직선제산의회는 HPV 백신을 1회만 접종했을 때의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를 거쳐 안전성 및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HPV 1회 접종 연구 결과는 면역원성 및 HPV 감염 예방에 대한 효과만 확인됐을 뿐, 궁극적인 HPV 백신 접종에 따른 질병 예방의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

특히 자궁경부암과 항문암 등에서의 전암기 병변 감소에 대해 검증된 바 없는 데다가 그나마 있는 HPV 백신 1회 접종 연구 결과는 모두 여성에서의 결과이고 남성에서의 연구 결과는 전무한 것도 문제로 지적한 직선제산의회다.

현재 질병청은 영국과 호주가 지난해 HPV 백신 국가 접종 프로그램에서 1차 접종만 진행하는 것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을 참고해 같은 모델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직선제산의회는 영국과 호주의 경우 HPV 예방전략에 있어 우리나라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영국과 호주에서의 국가 HPV 백신 접종은 각각 2008년과 2006년에 시작됐으며 처음부터 남성도 함께 접종이 시행됐다.

아울러 영국과 호주는 높은 접종률 및 오랜 기간의 HPV 백신 사용으로 인해 집단면역이 충분히 형성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국가 HPV 백신 접종이 시행돼 8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여아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집단면역조차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로 봐도 무방하다.

즉, 남아에서의 HPV 백신 1회 접종의 안전성 및 효과는 아직 근거가 불분명하는 의미다.

직선제산의회는 “1회 접종만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시행될 경우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만 추가 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효과도 불분명한 반쪽짜리 사업보다는 적절한 예산 확보를 통해 모든 접종을 국가가 지원하는 정상적인 HPV 사업이 시행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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