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결산] 간호법으로 시작해 의대정원으로 마무리
상태바
[국회 결산] 간호법으로 시작해 의대정원으로 마무리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12.2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호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끝났지만 여전히 불씨 남아
여야 모두 의대정원 확대 찬성…다만, 의료계 설득 노력은 부족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의사면허취소법도 통과돼 의료계 부담 가중

사실상 21대 마지막 국회는 간호법으로 시작해 의대정원 확대로 마무리된 모양새다. 2023년 시작부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5월 간호법 재의가 부결되기까지 간호법이 모든 이슈를 몰고 다녔다면 2023년 마지막까지 의대정원 확대가 모든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사면허취소법과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까지 통과돼 이래저래 의료계의 부담만 가중시킨 21대 국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재의 끝에 부결된 간호법, 민주당 재발의

간호법은 지난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미처리 장기법안 7건에 대한 표결처리로 본회의에 직회부돼 논란이 됐다. 당시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은 법사위 장기 계류 법안에 대한 처리를 요구하는 공문을 법사위에 송달했지만 관련 답변이 없었다며 본회의 부의 표결안 상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국회는 3월 23일 본회의를 열어 의사면허취소 의료법 개정안과 간호법 대안 등 복지위에서 직회부한 법안을 본회의 부의의 건으로 상정하고 이를 가결한 것.

이날 반대토론자로 나선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복지위에서 본회의로 직회부한 법안에 대해 여야 협치도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채 민주당에 의해 독단적으로 이뤄졌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특히 간호법안은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 개회 2시간 전에 공지하고 급히 민주당 위원 주축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전형적인 날치기 통과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만약 간호법이 국민을 위한 공약이 아니라 특정 직역을 위한 법이라면 양당(대선)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었겠냐며 스스로 공약을 어기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다면 간보법 제정 공약은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여당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수정 중재안을 마련해 각 직역단체와 민주당과 협상에 나서는 등 모양새를 취했지만 결국 4월 27일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회부돼 의결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했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5월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요청한 간호법안 재의의 건을 추가 상정했으나 심의 끝에 부결됐다. 이날 289명의 의원들이 재투표에 나선 결과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최종 부결 처리된 것.

(사진=연합)
(사진=연합)

본회의 재투표 전까지 국민의힘은 지역사회‧의료기관 문구 삭제,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 등 4개 조항을 담은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간호법 원안을 고수, 결국 찬반 투표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을 충족하지 못해 간호법은 자동 파기됐다.

민주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더 나은 간호 혜택을 제공하는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더 내실 있게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의 발언대로 민주당은 몇 달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꺼졌던 간호법 불씨를 되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민주당은 정책의총에서 간호법안 재추진 방침을 결정함에 따라 11월 22일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고영인 의원이 부결된 법안을 수정‧보완해 간호법 제정안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동시에 대표 발의한 것이다.

고 의원은 “간호법 재추진 결정 이후 보건의료직역 간 수용 가능한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발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현재까지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발의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번 재발의안에 반영되지 못한 부분은 이후 법안 심사과정을 통해 더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감에서 본격화된 의대정원 확대, 21대 국회서 마무리될까?

보건의료계 직역 간 극한대립으로 몰고 간 간호법이 상반기 보건의료계 국회 이슈를 잠식했다면 의대정원 확대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당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던 성일종 의원은 원내 대책회의에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술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면서 의대정원 확대와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의사 수급 불균형의 근본 원인을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의료수요는 폭증하는데 3,085명의 의대정원은 18년째 그대로다. 의사들이 수술 수가를 높여달라면서 의대정원 확대는 막아 왔다”고 쓴소리를 쏟아낸 바 있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한편으로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천명했다.

이렇게 여당이 의대정원 확대 의지를 공식화하자 민주당은 21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의대정원 확대 이슈를 더 키웠다. 국감에서 노골적으로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다음 주 의대정원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냐?”고 물은 것이다.

조규홍 장관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아 사실상 의대정원 확대 발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국감에서 쏟아졌다.

민주당은 의대정원만 늘리는 것 갖고는 부족하다며 의료의 공공성 확보, 지방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의사 증원이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 다수가 바라는 정책이라며 의대정원 문제는 필수의료와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은 의대정원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의대정원 확대보다 젊은 의사들의 전공의 수련, 의료기관의 취업 변화를 관찰하고 이에 맞는 맞춤 대책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신 의원은 “정당한 보상, 근무 여건에 따라 전공과목의 선택 양극화가 심해지면 원하는 과에서 탈락할 경우 레지던트 지원도 N수생이 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의대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선언했는데 의대정원이 늘어나 의사가 늘면 인기 과목의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정부의 의사증원 문제가 내년 총선과 연계돼 지자체 간의 의대 신설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인 지난 10월 18일 전남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소병철 의원과 목포시가 지역구인 김원이 의원 등은 삭발까지 하면서 전남지역 의대 신설을 촉구하고 나섰고 경상남도 창원특례시를 지역구로 하는 국민의힘 김영선‧강기윤‧윤한홍‧이달곤‧최형두 의원도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11월 1일 의과대학 신설 촉구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여기에 경북 포항시 남구와 울릉군의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포스텍과 카이스트가 추진 중인 연구중심의과대학 설립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서는 등 의대정원 확대가 국회의원들의 중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여야 모두 필수의료 살리기 TF를 출범시키는 등 의대정원 확대와 필수의료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립대병원협회, 사립대병원협회, 지방의료원 연합회, 대한의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지역 필수의료 혁신 TF’를 출범시키고 국민과 의료계 모두 만족할 정책 대안을 찾겠다는 생각이고, 민주당도 ‘지역‧필수‧공공의료 살리기 TF’를 발족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정원 확대가 국면전환이나 선거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며 마지막 정기회에서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지역의사제, 공공의대신설 등 의대정원 확대 관련 법안들이 12월 20일 민주당 주도로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의결되는 등 국회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국회, 의료계 결사반대 법안들 의결…부담만 늘어나

의사면허취소법과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 의료기관 임종실 설치법 등 의료계가 반대해온 법들도 국회를 통과했다.

먼저 지난 4월 27일 간호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의결된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과 같이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5월 공포된 의사면허취소법은 11월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있어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수정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관련 법안을 수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특히 지난 14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보험업법 개정안)이 10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환자가 요청시 의료기관이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고 이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시민단체를 포함해 보건의료계는 그동안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이 의료기관에 행정적 부담을 지우고 환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꾸준히 반대해왔었다.

하지만 14년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 병협‧의협‧치협‧약사회는 공동으로 오직 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법은 보험사의 지급 거부‧거절로 이어져 국민 건강을 반드시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해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같은 날 의료기관 개설자의 준수사항에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내에 임종실 설치를 포함하는 의료기관 임종실 설치 의무화법도 의결됐다.

병원협회와 요양병원협회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부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었다. 병원협회는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 임종실 설치를 의무화하기보다는 병원이 자율적으로 임종실 설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임종실 설치‧운영에 따른 인력‧시설‧감염관리 등 제반비용을 고려해 건강보험 수가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