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혁 수준의 건강보험 제도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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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혁 수준의 건강보험 제도 변화 필요
  • 병원신문
  • 승인 2023.1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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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1859년 연설이 떠오른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된다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돼 있지만, 그 과정속에서 겪어야 하는 인내와 고통은 온전히 자신들의 몫일 뿐이다.

올 한 해 의료계의 가장 핫한 키워드를 뽑아보라고 하면 의료인력을 꼽을 수 있다. 응급실 문제 이후 불거진 필수의료 인력난, 간호법을 둘러싼 직종간의 대립, 필수의료에 전공의 지원기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속에서 수십년 묵은 의료인력난 문제가 비로소 세상에 고개를 내밀었다.

의사와 간호사 같은 의료인력난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해관계에 따라 접점에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그에 따라 셈법과 해법도 달라 결국 세월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꼴이 돼 버렸다.

건강보험 도입 때부터 저수가로 출발한 것을 경험한 의료계로서는 정부의 수가정책에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고 정부는 의료인력을 흘러 넘치게 만드는 낙수론을 연상시키는 전략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어쩌면 양측이 주장하는 것이 모두 맞을지도 모른다.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의료이용량과 건강보험에서 자유로운 비급여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라면, 정부에서는 의료인력을 양적으로 팽창시켜 급한 불을 끈 다음 현재 행위별수가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찾아 고쳐나갈 도리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부담하는 보험료와 연계되는 현재의 수가를 대폭 올리자니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로서는 국민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부분적인 땜방식 처방으로 대응해 나가려는 조짐이 엿보인다.

의료기관을 집단으로 묶어 중복촬영·검사를 축소해 의료비를 아끼면 절감분을 의료기관에 돌려 준다는 ACO부터 의료기관의 성과결과에 따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차등보상하는 수가체계까지 행위별수가제를 유지한 채 현행 수가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는 듯 하다.

같은 맥락에서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정점으로 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 같은 정책에 이같은 새로운 수가모형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행위별수가제를 벗어나기 힘든 정책의 한계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간과되고 있는 것은 의료사고와 같은 위험부담과 관리통제되는 수가체계에서 벗어나고픈 세태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지 의료이용량을 줄여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려는 계산과 의사수를 늘려놓으면 세월이 해결해 주겠지하는 막연한 기대에 희망을 거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현상은 웬만한 당근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세월에 맡기는 전략으로는 핵심에 접근할 수 없다. 개혁 수준의 건강보험에 대한 과감한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해에는 전체 사회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의료 백년대계를 구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쨌든 2023년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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