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특성 간과한 비대면진료 확대…“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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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 특성 간과한 비대면진료 확대…“위험하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12.0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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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학회, 정부의 소아 비대면진료 확대 및 초진허용에 비판 성명
문진만으로 원인 파악 어려운 급성기 소아 환자 위험성 과소평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회장 이기형, 이사장 김지홍)가 정부의 소아 대상 비대면진료 확대 발표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면 진료 기록이 없는 초진 소아 환자에게 비대면진료와 처방을 허용한 것은 문진만으로 원인 파악이 어려운 급성기 소아 환자의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이유에서다.

소청과학회는 12월 4일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소아 비대면진료 확대 및 초진허용’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1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한 지 불과 6개월 만인 12월 1일 학회 및 전문가들과의 협의 없이 소아에서 비대면 진료의 추가 확대를 결정하고 6개월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소아 환자에서 기존 질환과는 무관한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평일 주간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확대했으며 휴일 및 야간 시간대 소아 초진 환자의 비대면진료 및 처방 허용 계획도 발표했다.

이 같은 비대면 진료의 갑작스러운 확대는 12월 15일부터 유예기간 없이 즉각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의료현장의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게 소청과학회의 우려다.

즉, 정부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진행하고 있는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 확대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심각한 오류가 있기에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번에 복지부가 휴일과 야간의 진료 보완이라는 명목으로 대면 진료 기록이 없는 초진 소아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와 처방까지 허용한 것은 급성기의 간단한 증상이라 할지라도 위험성이 과소평가되면 안 되는 어린 영아 및 소아청소년 진료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한 소청과학회다.

아울러 소청과학회는 실제 환자에게 비대면진료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 및 해결 방안조차 제시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비대면진료가 확대되는 것도 경계했다.

소청과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어린 소아에서 발열을 포함한 급성기 증상은 문진만으로 그 원인 확인이 어려워 시의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대면 진료를 통한 신체검진과 진단검사가 필수적이다.

특히 어린 소아 환자는 적절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진만으로는 치명적인 위험 신호들을 놓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아 급성기 질환은 적시에 치료되지 않으면 급격히 악화되는 일이 흔해 비대면진료 시 오진이나 진료 지연으로 인한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같은 이유에서 지난 6월 1일 시범사업에서도 소아의 경우 야간과 휴일에 한해 처방 없이 의료적 초진상담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관련 학회들은 제안문을 통해 소아의 비대면진료는 만성질환의 재진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시행에 앞서서 철저한 법률적 검증과 연계 대면진료 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소아청소년의 건강과 안전의 위협이 최소화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소청과학회는 “복지부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으로 비대면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는 거부할 수 있고, 이는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나 의료 현장에서 소아의 특성상 급성기 증상에서 문진에만 의존해 비대면진료로 해결가능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위험하다”며 “적절한 진단 및 치료의 지연 등 국민건강의 해악에 끼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한 논의가 완료되기도 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모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 비대면진료를 확대 강행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인 소아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경고도 남긴 소청과학회다.

소청과학회는 “이번 소아의 비대면진료 확대를 추진하기에 앞서 비대면진료의 법적·제도적 정비를 완결한 후 적절한 대상 환자에 한해 안전하게 제한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세심한 검토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며 “소아청소년 비대면진료는 국민적 편의를 위해 접근 취약지 또는 이동 제한적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만성질환으로 한정해야 하고, 안전하게 진료 가능한 만성질환의 범위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단체와 논의를 통해 검토·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청과학회는 현재 소아청소년 환자와 보호자가 겪고 있는 극심한 외래진료 대기, 응급진료와 입원진료 지연으로 인한 불편과 불안은 비정상적인 수가체계와 고위험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의 미비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진료인력 불균형으로 초래된 위기상황 때문이지, 비대면 진료가 부족한 것이 문제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소청과학회는 “비대면진료는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뿐 근본적인 소아청소년과 진료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으므로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어 “정부는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비대면진료의 성급한 확대 추진보다는 국민 편의를 위한 1차 의료기관의 야간·휴일 대면진료 확대, 상시 안전한 진료를 받을 국민의 권리를 위한 2·3차 의료기관 응급의료센터 및 배후 입원진료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목표로 해 강도 높은 재정적 지원을 비롯한 정책개선을 통해 근본적 문제해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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