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안 해결, 상설 거버넌스 마련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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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안 해결, 상설 거버넌스 마련이 해법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3.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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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학교육협의회 ‘의사정원 책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토론회’ 개최
윤동섭 회장 “투명하고 객관적이면서 권한과 책임 가진 거버넌스 필요”

의대 입학정원 확대 여부를 두고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상설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속가능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의학교육 연합체가 마련한 토론회에서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회장 윤동섭)는 8월 29일(화) 오후 4시 서울대 암연구소 2층 이건희홀에서 ‘의사정원 책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경식 한국의학교육협의회 간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윤동섭 회장(대한병원협회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정지태 대한의학회장,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의 축사로 이어졌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장, 김유석 한국병원정책연구원 이사(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교수·정신과 전문의)의 발제와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패널로는 양은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수석부원장과 김태완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 윤보영 한국의학교육학회 총무이사,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 송양수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이 참여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윤동섭 회장
인사말을 하고 있는 윤동섭 회장

이날 윤동섭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의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2개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라 소개하고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으며, 특히 의료 현장은 필수 및 응급 의료를 위한 인력 부족으로 국민 건강과 생명이 위협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이어 “의료기관 종별, 규모별, 지역별 의사 인력의 쏠림과 양극화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정부도 문제 해결과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추진 중에 있다”며 “최근 국회 최연숙 의원도 의과대학 정원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우리 의학교육협의회도 ‘의료인 정원 조정위원회’는 의료계 전문가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이 모아져 의사정원 책정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구성되고 운영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며 “투명하고 객관적이면서 권한과 책임을 가진 거버넌스를 가질 때 정부 역시 일을 진행하면서 연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축사에서 의사수를 증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해결책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의료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하고, 불가피하게 인력 확충이 고려돼야 할 경우에도 그 인력들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분야에 고스란히 유입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태 의학회장은 “현실은 정부와 정치계가 의사 정원 대폭 확대, 의과대학 증설 등을 정해놓고 있는데 의료계는 의협 대의원회의 수임 사항에 묶여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무조건 반대만 하면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태”라며 “의료계가 단합하고 분명한 태도를 가지고 이에 접근하고, 이번 한 번만으로 그치지 말고 의료계의 중론을 이끌어 갈 좋은 결론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찬수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회 이사장은 “외국의 의사정원 책정 거버넌스를 참조해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의사정원 책정 거버넌스를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우리 의료체계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모색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우봉식 원장은 주제발표에서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소아청소년과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고, 응급의료체계 재정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덜 긴급하나 중요한 일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과 지불보상체계 개편 △의과대학 학사 커리큘럼 개편 △전공의 수련 교육과정 개편 △인구사회학적 변화에 따른 전공의 정원 조정 △일차의료 중심 커뮤니티케어 확대 △지역사회 환자 후송 체계 구축 △의대 정원 증원 및 감축을 위한 기구 설치 등을 거론했다.

우 원장은 의대 정원 관련 기구로 정부와 의협이 참여하는 ‘(가)의사인력 양성에 관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밖에 긴급하나 덜 중요한 일로는 △비대면 진료 체계 정비 △진료보조인력 정비를 꼽았다.

우봉식 원장은 의료인력은 부족한 게 아니라 분포와 지원의 불균형에 기인하는 것인 만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수급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태 소장은 외국의 의사정원 책정 거버넌스 성공 사례로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어 한국의 사례와 비교하며 바람직한 거버넌스 수립을 위해 독립적인 상설 기구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의료인력 수급 거버넌스는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갖고, 전문직업성 확보, 핵심 이해관계자의 참여,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며, 거버넌스의 역할도 인력 교육과 재정 지원에 대한 부분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석 이사는 의사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의 의사인력 지원제도를 비교할 때 단기적 효율이 높은 방안은 재정적 인센티브고, 장기적으로는 교육제도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는 이어 국회 최연숙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의료인 입학정원조정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그리고 보정심 내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등의 거버넌스 현황을 소개하며 의료전문가 중심 의사인력 전문위원회를 거버넌스 구축 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양은배 수석부원장은 거버넌스 부재의 폐해를 강조하면서도 거버넌스가 절차적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급자에 대한 인식이 이해관계자라기보다는 외국처럼 ‘전문가’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민관이 협력해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김태완 부회장은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의료인력으로 가장 많은 진료량을 소화해내는 배경에는 건강보험 체계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토론에서 특정 분야의 부족한 의사인력을 외국에서 초빙하는 방안을 제안해 관심을 끌었다.

윤보영 총무이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박리다매식 의료 과소비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모든 환자가 자유롭게 게이트키퍼 없이 오갈 수 있는 상황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윤 총무이사는 의료가 가진 문제 중에서 의사인력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며,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질의 교육을 할 대학병원 의사들이 번아웃으로 떠나거나 환자 진료에 치어 교육을 할 겨를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의료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한두 가지의 문제에만 천착하기보다는 시스템적인 접근을 통해 신중한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성식 기자는 그간 건강보험 보장성 확장 정책에 매몰돼 있었지 의사인력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며, 그 점에서는 본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표면에 드러난 의사인력을 포함한 보건의료 분야의 문제는 오랜 기간 방치되고 쌓인 문제들인 만큼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비롯한 의료정책을 다룰 상설 기구 마련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송양수 과장은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고, 8월에는 보정심에서 수요자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했으며, 앞으로는 전문위원회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행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송 과장은 이어 현 필수의료 공백과 관련해 정부는 의사인력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여기고 있으며, 의사수 확대와 동시에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활성화 정책을 병행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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