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기관에 떠넘긴 행정부담 비용 보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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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기관에 떠넘긴 행정부담 비용 보전해야
  • 병원신문
  • 승인 2023.07.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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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근 들어 미등록 영아의 살해·유기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국회에서 서둘러 입법에 나선 것이다.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되는 출생통보제는 지난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도입 권고 이후 13년만에 이뤄진 것으로, 분만 의료기관이 14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생정보를 기록한 진료기록부를 제출하면 심평원이 지체없이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하는 방식이다. 

출생통보제는 2008년 호적제도가 폐지된 후 지난 2000년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의료기관의 전산시스템이 보편화되지 않은 현실적 이유 등으로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이후 2011년에도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우리나라에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을 권고했으나 사회적 무관심속에 정부와 국회에서 입법에 나서지 않았다.

우리나라 입법이 늘 그랬듯이 미혼모들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산 논산 영아매매사건과 미등록 영유아 살해·유기사건이 사회문제화되자 서둘러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의 전수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2015년부터 의료기관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안된 아동이 2,236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13년간 지지부진했던 입법이 속전속결로 마무리된 것이다.

국회 입법과정을 살펴보면 지난해 3월 법무부, 보건복지부, 법원행정처, 행정안전부 등 범정부부처가 협의체를 구성, 정부안을 도출한 후 기존에 발의됐던 8건과 소위에 회부됐던 8건을 참고해 정부안으로 만들었다.

이로써 분만 의료기관들의 출생통보에 따른 행정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입법과정에서 정부안을 비롯, 발의된 대부분의 법안이 의료기관에서 직접 시·읍·면의 장에게 출생통보를 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몇몇 의원의 문제제기와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의 적극적인 의견제시로 심평원으로 출생기록이 담긴 진료기록부를 제출하고 이를 위반해도 과태료가 없다는 선에서 절충됐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다.

스프링클러와 전신마취하에 수술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CCTV 설치 의무화에 이어 얼마전 건강보험 수급 자격확인 업무를 의료기관에 떠넘기더니 이번에는 출생통보까지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했다. 

국회에서 분만 의료기관 행정부담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민간 의료기관에 공적인 업무를 떠맡기는 만큼 세부 시행령에서라도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에 대한 비용을 보전하는 기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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