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충고…“의사 수 확대로 불균형 해소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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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충고…“의사 수 확대로 불균형 해소 안 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7.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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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히데키 교수, 국회토론회서 일본의 의료 불균형 대응 사례 소개
자치의과대학 설립 및 지역입학 정원제 실시에도 의료 불균형 해결 못 해

우리보다 앞서 의료 부족·편재 현상을 경험한 일본이 단순 의사 수 확대로는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충고를 남겼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우봉식 원장)와 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회(간사 강기윤 의원)는 6월 29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의사 부족·편재 해소를 위한 일본의 대응’을 주제로 보건의료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협 이필수 회장 및 이정근 상근부회장, 국민의힘 강기윤·이종성·서정숙·최영희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적인 의료계 석학이자 일본 의료경제학회 회장인 하시모토 히데키(橋本英樹) 교수(사진 왼쪽 네 번째)의 초청 강연이 펼쳐졌다.

한국과 유사하게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편재 문제를 경험한 일본의 주요 정책과 경험을 듣고 향후 정책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가 위함이었던 것.

하시모토 히데키 교수는 “일본이 지역 근무 의사 확보를 위해 자치의과대학 설립, 지역입학정원제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구에서 지역의 인구 당 의사 수는 변함없음이 확인됐다다”며 “의사 수 확대가 지역의료와 진료과 배치 불균형 문제 해결의 답이 아닐뿐만 아니라 지표 결과만으로 의사 수 적정 배치에 대해 일률적으로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즉,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 문제 해결 방안으로 의사 수 확대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

그는 “전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의료 질 관리가 우선”이라며 “일정 기간 지역 근무 의무는 노동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일부 일본 의사들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지역 근무에 대한 의무 부여가 아니라 의사의 커리어 지원으로 시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고 의과대학 졸업 전부터 지속적인 지원방안과 더불어 증가하는 여성 의사에 대한 근무 방안을 마련하는 게 오히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하시모토 히데키 교수는 “일본에서는 여러 정책들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성공하지 못했고 지금도 시행과 실패를 반복 중”이라며 “하나의 정책으로 완벽한 해결은 불가능하고 다양한 정책의 유기적 조합이 중요하니 한국만큼은 여러 정책의 유기적인 조화를 통해 성공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하시모토 히데키 교수의 초청 강연을 경청한 국회의원들도 일본 사례가 시사하는 바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의사 수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정부에 주문했다.

서정숙 의원은 “의사 수급 문제, 의사 분포 문제는 지역 균형발전의 문제와 다 같이 엮여 있고 의사의 정주 조건 충족이 중요하다”며 “의료현장의 문제에 대한 복합적인 요인을 다룰 수 있도록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의사 수 문제와 의사 배분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윤 의원은 “일본 지역입학정원제가 지역에 공헌하는 의사 양성이 목적이라는 점은 확인했으나, 졸업생이 지역 근무 의무를 다하지 않고 학자금을 반환하는 행태 및 의대 진학의 우회로가 되는 것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종성 의원도 “지역의료 문제는 전문 기술 습득, 자녀 교육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지역정원입학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일본의 사례에서 확인된 만큼 젊은 의사들이 자신의 경력과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행사를 준비한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일본의 경험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지역·필수의료 분야의 문제는 의대 정원 확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한 번 더 확인했다”며 “한국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의대 정원 확대로 연결하려는 정책 방향은 향후 의료비 증가, 건강보험 재정 파탄 등 국민들에게 더 큰 부담과 고통을 안겨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 원장은 이어 “정부는 의료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정책부터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한편, 하시모토 히데키 교수는 일본 의료경제학회 회장(2022~2023년)으로 내과 전문의이자 현재 도쿄대학 의학계 연구과 보건행동사회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의료정책, 의료경제학, 사회역학이며 1988년 도쿄대학 의과대학 졸업 및 내과 전문의를 거쳐 1999년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공중위생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2004년부터 도쿄대학에서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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