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수용거부’ 전공의 피의자 수사에 의료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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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수용거부’ 전공의 피의자 수사에 의료계 ‘우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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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대전협·응급의학의사회 등 강력 반발…필수의료 붕괴 가속화로 이어질 것

지난 5월 대구에서 청소년 외상환자가 응급실을 떠돌다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에 대해 처음 환자를 수용 거부했던 A 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피의자로 전환 수사돼 논란이다.

보건복지부가 행정처분절차를 진행하는 사이에 경찰이 전공의를 피의자로 수사한 것.

이와 관련 의료계는 황당함을 넘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우선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제도적·법적 문제일 뿐이지, 전공의 개인에게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지적된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데 이를 오롯이 한 명의 전공의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일”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또다시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의 붕괴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가속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즉, 고질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고 지속해서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의 제도적 문제와 법적 미비점 때문이라는 주장.

의협은 “무너져가는 응급의료체계를 다시 세워 응급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료인들이 안심하고 응급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소신껏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한번 소명된 의료체계와 인프라를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니, 지금은 질책과 책임 전가보다 정부·국회의 지원 및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는 6월 23일 대구북부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항의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수용거부에 대한 ‘정당한사유’라 함은 단지 불가항력적인 상황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이에 대한 판단은 현장 의료진들의 몫이지 경찰의 수사를 받아야 하는 내용이 아니다”며 “매일 수백 명의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병원을 옮겨 다녀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수용거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경찰 조사와 처벌을 받는다면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대부분의 응급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환자전원시스템 구축은 외면한 채 모든 잘못을 개인에게 돌리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응급의료 위기상황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책임전가식의 수사를 즉시 중단할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진들의 법적 책임을 경감하고 최선을 다한 응급처치에 민·형사소송을 감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진들에게 배려와 존중이 아닌 처벌과 의무를 확대하면 우리나라의 응급의료현장은 붕괴될 것”이라며 “의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지 말고 응급의료의 발전과 개혁을 함께 할 전문가이자 동반자로 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강민구)는 피교육자 신분으로 지도전문의의 지도 감독과 교육이 아직 필요한 전공의에게 책임을 묻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과도한 처벌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대전협은 “전공의는 전문과목의 지식을 익히는 피교육자인 동시에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데, 단순히 사고의 중심에 있는 개인으로 환원하려는 시도는 수련과 교육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전공의의 존재 의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라며 “주 80시간을 초과해 주 100시간 가까이 근무하는 등 열악한 전공의 노동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묻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이어 “만약 전공의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따져 묻게 될 경우, 향후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율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라며 “모 상급종합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구속 수사 이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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