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로 ACS 제안…관건은 인력과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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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로 ACS 제안…관건은 인력과 재정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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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 인력구성 중심의 3가지 모델 제시
전문가들, 인력 확보 어려운데 또다른 제도 신설에 회의적 반응
대한외상중환자의학회‧NECA,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 개최

외과 의료인프라 부족과 지역적 불균형을 고려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시스템 모델로 ACS(Acute Care Surgery) 전담팀이 제안됐지만 결국 인력과 수가 문제 해결 없이는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과 공동으로 11월 24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 룸 402호에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를 개최하고 총 ACS 전담팀을 중심으로 하는 3가지 형태의 한국형 외과응급의료 모델을 제시했다.

외과응급의료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응급수술전문인력, 응급수술전용 수술실 및 중환자실 등이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특히 외과의사의 경우 지금과 같이 정규수술, 외래, 진료 등 일상 업무를 하면서 응급수술을 할 경우 극심한 업무가중, 응급수술지연, 전문성 결여 등으로 위중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과응급의료체계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응급수술, 중환자 집중치료, 외상 등 세 가지 분야의 외과 내 중증응급환자들을 진료하는 ‘ACS(Acute Care Surgery)’ 분과를 운영하고 있고 그 성과가 매우 좋아 국내에서도 공식적으로 9개 병원 등 ACS 팀을 운영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 모습ⓒ병원신문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 모습ⓒ병원신문

이날 연구 책임연구자인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외상중환자센터 교수는 국내외 응급수술전담팀 효과 분석과 국내 외과응급의료체계 현황 파악 및 인식도 분석을 통해 3가지 형태의 한국형 외과응급의료 모델을 소개했다.

이날 제시된 3가지 모델의 핵심은 일부 대형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ACS(Acute Care Surgery) 전담팀을 권역(지역)별 외과 응급수술이 필요한 중증환자 수에 다라 외과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모델별로 지정해 지원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권역(지역)내 외과응급의료체계를 함께 대처하자는 게 핵심이다.

홍 교수는 모델1은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을 감안한 것이라며 ACS 전담부서에 응급전담전문의 6명으로 구성하고 공통적으로 수술보조인력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두는 방안이다.

모델2는 인구도 많고 인프라도 있지만 전담팀을 운영하지 못하는 곳에 하이브리드 형태로 외과응급전담의사를 최소 3인으로 구성하는 것이며 모델3은 외과응급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권역에 외과응급당직의사를 두고 병원마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외과 수술을 환경이 갖춰진 특정 병원에 환자를 집중시키고 지역의 외과 의사들이 함께 수술을 하는 형태다.

또한 각각의 모델은 공통적으로 시설로는 응급수술실‧중환자실‧일반병실을 갖추고 장비는 △수술실 △중환자실 △일반병실 운영을 위한 시설과 응급전담의사들을 위한 당직실을 두도록 했다.

특히 이 시스템이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외과응급의료체계 지원이 필요하다며 재정적인 지원 방안도 소개했다.

홍 교수는 “응급수술건수가 적어 단순한 수가인상만으로는 시스템 유지가 불가하다”며 “응급수술에 필요한 인력, 시설, 장비를 보존할 수 있는 관리비와 함께 위험도 및 중증도가 높은 수술에 대한 수가 인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홍 교수는 호주의 경우 소규모 농촌병원에 고정비(인건비, 감가상각비)와 가변비용(운영비)을 별도로 보상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용과 가변비용을 별도로 보상하는 안과 사후 보상 방식으로 진료에 필요한 의료행위를 기존처럼 수행하고 행위별로 청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적자가 발생한 경우 평가를 통해 보상 규모를 결정하고 사후보상(재무상황 확인, 평가)하는 형태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시범사업과 농어촌지역 소규모병원 유지를 위해 비용기반 상환방식을 사용하는 미국 CAH(Critical Access Hospital)를 예로 들었다.

또 기존 지불제도(행위별 수가)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지원을 건강보험재정에서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재원 조달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 교수는 “외과 응급의료는 적시에 치료되지 않으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필수의료로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외과응급의료를 위해 전담인력과 시설이 필요하다”면서 “외과 의료인프라 부족과 지역적 불균형을 고려한 한국형 외과의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ACS 전담팀 중심의 외과응급의료체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외과 의료인력 부족과 재정 문제를 이유로 선뜻 찬성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경종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이사 겸 정보화추진이사ⓒ병원신문
김경종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이사 겸 정보화추진이사ⓒ병원신문

김경종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이사 겸 정보화추진이사는 “조선대병원은 ACS 팀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 공청회를 통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며 “다만, 큰 병원은 가능하겠지만 조선대병원 같은 지방의 작은 대학병원은 팀을 꾸리기조차 쉽지 않고 재정적으로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대형병원들은 ACS팀을 운영하지 않아도 잘 운영이 되겠지만 앞으로 지방의 병원들을 고려해 ACS 모델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진 대한외과학회 학술이사도 필요한 인력확충을 위한 정부지원을 주장했다.

김진 학술이사는 “그동안은 어느 정도 인력이 수급됐다면 앞으로는 응급의료를 이끌어갈 자원이 부족한게 사실이다”며 “현재 외과나 소아과, 산부인과 등 전공의가 많은 병원은 전공의가 응급실을 케어하지 않는 병원으로 이 부분은 전공의들 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시대정신이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김진 학술이사는 “그렇다고 해서 인력과 자원 모두 포기할 수 없다. 외과 의사가 많이 배출되면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권역외상센터도 여러 가지 지원으로 인해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있으나 언제까지 지원시스템만으로 외상센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력도 충분하지 않고 지원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인 만큼 이런 시스템만이라도 인력과 지원이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는 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ACS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그는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과는 신경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도 있다. 전담팀을 따로 만들 수 없고 그럴만한 인력도 없다”며 “기존의 외상센터를 가지고 있는데 계속 외과응급의료체계를 분리해 나가는 것은 외래에서나 적합하지 응급실 기준에 맞지 않다. 제도적인 통합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통합적으로 응급의료가 나아가야 하는데 계속 분리해 나가면 인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현 기획이사는 “대학병원의 응급실은 요양병원의 노인환자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 응급환자를 받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며 “ACS는 일부 병원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전체 병원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도 응급의료의 세분화보다는 통합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고려하는 분위기다.

김은영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응급의료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정부도 모두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고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인력 번아웃, 전공의 부족, 시설적인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의견을 들었다”며 “투자가 필요하다는데 정부도 공감하고 있어 어떻게 보강하고 인력을 충원할지 고민 중이다”고 전했다.

이어 김 과장은 “현재 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고 권역심뇌혈관센터, 권역외상센터도 별도로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체계로 응급의료체계를 계속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다”며 “어떤 모델이 바람직한지, 충분히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과장은 “복지부는 응급의료체계를 통합하는 부분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ACS 자체는 투자가 필요하고 지정, 접근성, 배치 구성에 대해서는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청회 이후 이어진 외상중환자외과학회와의 기자간담회에서 홍석경 교수는 “오늘 공청회에서 권역외상센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권역외상센터가 외상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기관 내에서 불만이 많고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며 “아주대병원 같은 경우는 외상환자가 많아서 괜찮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병원에서는 제한된 인프라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원금 문제, 중환자실 집중치료, 외상환자 24시간 전문의 관리 등 그나마 적은 인력을 쪼개는 것도 문제를 많이 지적해 준 만큼 응급환자를 묶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료인프라가 적은 지역에서의 모델도 제시했지만 거기서 해결해야 할 시스템이 굉장히 많고 이런 부분은 더 디테일하게 봐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남렬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장은 사견을 전제로 “외상센터, 응급의료센터, 권역심뇌혈관센터, ACS를 이번 기회에 통합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계획을 할 때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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