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계에 경고 날린 의료계…“국민 선택분업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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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계에 경고 날린 의료계…“국민 선택분업 할래?”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10.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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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장 및 일부 약사회의 성분명 처방 언급에 의료계 분노
서울시의사회·대개협·전의총 등 성명 통해 의약분업 재평가 주장
“20년 전 낡은 의약분업 유명무실…병·의원 자동약포장기 설치하자”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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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과 일부 약사회 등이 성분명 처방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차라리 국민선택분업을 활성화하자며 맞불을 놨다.

특히 병·의원에 자동약포장기를 설치하면 정확한 약 조제도 가능하다며 의약분업 자체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앞서 보건복지위원회 2022년도 국정감사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민 약제비 부담과 건강보험 약품비 절감 효과를 위해 동일성분 대체조제뿐만 아니라 성분명 처방도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이에 오유경 처장도 동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일부 약사회에서는 의료계 리베이트를 운운하며 성분명 처방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의료계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우선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은 약사 출신 국회의원과 식약처장이 공직의 본분을 망각한 채 이익단체의 숙원 사업을 대변한 점, 약계에서 리베이트를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는 점 등을 비판대에 올렸다.

대개협은 성분명 처방의 가장 큰 문제는 투약의 일관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현재는 의사에 의한 동일한 처방에 대해 같은 약을 복용하지만, 성분명 처방이 허용된다면 매 처방마다 효과·효능이 다른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는 것.

복제의약품과 오리지널 의약품 간 약효 동등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는 예기치 못한 약화사고를 유발할 수 있고, 장기간 동일한 약물로 관리돼야 하는 만성질환에서는 조제 약국의 사정 또는 약사의 이해에 따라 매번 다른 약을 처방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대개협이다.

즉 성분명 처방이 국민의 편익 증진과 재정 부담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대개협의 주장인 것인데, 오히려 처방을 받고 조제를 위해 약국을 찾아야 하는 현재의 경직된 의약분업의 형태가 국민 불편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회장은 “성분명 처방은 약계 편익을 위한 제도일 뿐 불편한 몸으로 병·의원과 약국을 오가야 하는 환자를 불편하게 만든다”며 “어렵사리 약국 문턱을 넘어도 간단한 설명과 약봉지에 인쇄된 문구만으로 복약지도료와 약품관리료가 발생하는 것이 어쩌면 약제비 부담의 더 큰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미 리베이트 쌍벌제로 의료계에서 리베이트가 자취를 감췄는데도 불구하고 성분명 처방을 위해 아직도 리베이트를 운운하는 낡아빠진 약계의 레퍼토리에 일침을 날림과 동시에 병·의원 자동약포장기 설치를 주장한 김동석 회장이다.

김 회장은 “일부 약사회가 리베이트를 운운하면서 성분명 처방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반대로 말하면 이제는 약사가 리베이트를 받겠다는 것인가”라며 “의약분업 제도가 시행된지 20년이 넘었고 제도 역시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만큼 진정 약제비 절감과 환자 편익을 고려한다면 성분명 처방 따위를 주장하는 대신에 국민선택분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약품 자동화 시스템으로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고 빠르게 약 조제가 이미 가능하다”며 “약사 없이도 약을 조제하는 시대에 20년 전의 의약분업을 유명무실하니 이제는 병·의원에 자동약포장기를 설치해 정확한 약 조제를 가능케 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4년 전 발사르탄 등 고혈압약 불순물 파동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성분명 처방이 되려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이은아 대개협 의무부회장은 “전문가 고유의 영역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약계는 성분명 처방이 정말 시급한 문제이고 국민 편의를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고집부리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성분명 처방이 도입되면 발사르탄 등 고혈압약 불순물 사태가 재차 발생하면 누가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일갈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도 식약처장 및 일부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파기하고 의사의 약품 선택권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박명하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약품비 절감을 위해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단순 비용 절감을 위해 국민건강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망발”이라며 “정부는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 의약분업 제도를 즉각 재평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즉, 국민편의를 위해서라면 국민선택 분업의 도입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현행 의약분업 제도야말로 국민 불편을 불러일으키고 의료재정을 위태롭게 하는 대표적인 제도”라며 “의약분업 이후 20여 년 동안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관리료 명목으로 약값을 빼고도 약국에 지불한 돈이 100조 원이 넘는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국민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해서 국민 선택분업 도입을 검토하고 의약분업 재평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덧붙였다.

전국의사총연합은 ‘대한민국에 더 이상 의약분업은 불가하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의총은 “일부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의료계에게 국민 불편을 무시한다고 비난하는데,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약 재고가 없어서 약국을 헤매는 근본적인 원인은 의약분업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시 말해 의사들이 원내 조제를 한다면 국민들이 약국을 전전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전의총은 “의약분업 시행 이후 오로지 약사들만 혜택을 누렸다”며 “그런데도 약사들은 의사를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말투로 리베이트를 운운하면서 공개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더이상 약사단체를 믿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도 철폐해야 한다”며 “일명 ‘빽마진’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뒷돈을 받았는지 전국 약사들을 모두 조사하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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