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55%, ‘권한·책임’ 밖 업무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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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55%, ‘권한·책임’ 밖 업무수행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8.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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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는 근무시간 내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량 많아
보건의료노조, 업무 범위 명확 제도화 필요해…불법의료행위 원인

간호사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권한 및 책임 밖의 업무를 수행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결과는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나순자)이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에 위탁해 시행한 2021년 정기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먼저 이번 실태조사에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의료기관 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고 타 직종 업무를 대신 수행한다는 응답이 높았으며 ‘책임 및 권한’ 밖의 업무수행 빈도가 높아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실태조사를 통해 업무 적절성에 대한 평가를 살펴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45.8%)이 본인의 권한·책임을 벗어난 타 직종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해 업무 부적절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업무가 과다하고(38.6%), 업무 구분은 체계적이지 않으며(35.8%), 업무 밖의 일을 수행(18.7%)하고 있어 권한·책임 밖 일 수행과 체계적이지 않은 업무 구분 그리고 과도한 업무량 등으로 업무수행 상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간호사의 업무 부적절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간호사들은 권한과 책임을 벗어난 타 직종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적으로 55%를 넘었다.

간호사 중에서도 야간근무 전담자들의 절반(46.6%)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응답해 부정적 평가가 높았으며 업무량이 근무시간 내에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데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46%에 달했다.

근무형태별로는 3교대 근무자의 부정비율이 높았는데 3교대 근무자의 동의율 49.3%는 다른 근무형태 간호사에 비해 적게는 8%p에서 많게는 약 13%p 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업무(직무) 범위가 명시된 문서(업무분장표, 직무기술서 등)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14.8%로 직무 중심의 명확한 업무 분장(Role and Responsibility)의 부재한 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는 “이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의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며, 낮은 업무(직무) 숙지로 인해 의료·안전사고, 고유업무와 상관없는 업무지시, 부당노동행위, 조직 구성원 간의 업무를 둘러싼 갈등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시키기는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업무(직무) 범위가 명시된 문서(업무분장표, 직무기술서 등)가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문서에 명시된 대로 잘 지켜지는지에 대해서는 23.5%가 부정적으로 응답했으며 4명 중 1명은 본인의 업무(직무)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군별로 살펴볼 때 이러한 경향은 간호직(26.7%)이 가장 높게 나타나며, 의료기술직(24.3%)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문서로 명시된 업무(직무) 범위를 벗어난 노동행위가 잦았다.

또한 간호사들은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을수록 직장생활과 업무만족도가 낮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업무 구분이 엉망일수록 소통과 협력체계는 무너지고 직무소진(번아웃)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라고 평가한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만족도 응답은 평균 56.2%인데 반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평가한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평균 39.2%에 그쳤다.

만족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항목은 조직문화(25.1%p), 안전보건(24.3%p), 인사승진(22.0%p), 워라벨(15.5%p), 노동강도(14.8%p) 순이었다. 이는 업무방식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을수록 간호사들의 전반적인 직장생활 만족도가 확연하게 나빠지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부서 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비체계적인지에 따라 업무만족도에도 의미 있는 차이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라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이 느끼는 4가지 업무만족도 항목에 대한 만족률의 평균이 77.7%인데 비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의 만족률 평균은 55.9%에 그쳤다.

보건의료노조는 “업무만족도의 차이는 모든 항목에서 유사한 수준을 보이면서 업무방식이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일수록 간호사들의 전반적인 업무만족도도 증가된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비체계적인지에 따라 의료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큰 차이가 나타났다고 했다. 이는 업무 구분의 체계성 여부는 환자안전을 포함한 의료서비스 질의 전반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는 것.

전체적으로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라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32.5%가 의료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했다고 인식하는데 반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은 60%를 상회했다.

또,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을수록 친절도가 떨어지며 제반 의료상담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응답이 2배 이상 높았다.

간호사들의 부서 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비체계적인지에 따라 의사와의 소통·협업 수준에 차이가 났다. 소통·협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평가한 반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 의료기관일수록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더 높은 수준으로 의사와의 소통과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것(60%의 긍정적 응답률)으로 파악돼 업무 구분이 체계적일수록 소통·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서 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비체계적인지에 따라 직무소진(번아웃)에도 영향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라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에 비해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간호사들의 번아웃 상태가 더 심각했으며 번아웃 상태는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상황이지만 업무 구분 체계성 여부에 따라 ‘집중하는데 어려움(19%p)’과 ‘자주 그만두고 싶다15.3%p)’는 항목에서 차이가 있었다.

간호사들은 또한 타 직종 업무수행 빈도가 커질수록 직장생활·업무만족도는 낮고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타 직종 업무수행 여부를 바탕으로 직장생활 만족도, 업무만족도, 이직 태도, 의료서비스의 질, 소통과 협력에 대한 평가 등을 살펴본 결과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면서 “간호사들이 타 직종의 업무수행이 커진다고 느낄수록 직장생활 만족도, 업무만족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며, 이에 따른 이직을 고려하게 만들고 의료서비스 질을 하락시킨다”고 밝혔다.

업무 구분이 체계적인지 여부와 함께 타 직종 업무수행 여부에 따라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타 직종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간호사들이 느끼는 8가지 직장생활 항목에 대한 만족률은 평균 59.3%인데 비해 타 직종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만족률은 평균 42.6% 수준에 그쳤다.

특히 타 직종 업무수행 여부에 따라 이직 고려 태도에도 차이를 보였다.

타 직종 업무수행을 하지 않는 간호사들의 이직 고려율은 68.1%인데 비해 타 직종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의 이직 고려율은 82.6%로 약 15%p 가량 더 높았다.

또한, 타 직종 업무수행을 하지 않는 간호사들이 느끼는 의료서비스 질 하락에 대한 동의율 평균이 23.2%인데 비해 타 직종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의 경우에는 47.4%로 부정적 인식이 약 2배 가량 높았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의료현장에서의 직종간 업무 범위가 체계적이지 않고, 명확하지 않을수록 개개인의 책임과 권한을 벗어나는 업무가 늘어나게 되며, 이는 종종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양산하게 된다면서 업무 범위 명확화는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결국 불법의료의 근절과 의료서비스 질을 높여내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내 각 직종별 업무 범위를 제도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면서 “특히 면허의 책임과 권한을 벗어나는 불법의료행위는 명백히 근절토록 하는 한편, 진료보조업무 등 다소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는 이를 법적으로 명시토록 규정하여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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