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등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반대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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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의학회 등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반대 천명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1.0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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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진료체계에 엄청난 혼돈 초래 가능성 우려
원점 재논의 없으면 모든 수단 동원해 개정안에 저항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박용천)를 포함한 14개 학회가 최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두고 정신질환 진료 체계에 엄청난 혼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시행규칙은 감염에 취약한 정신병동의 감염예방과 관리강화를 위한 격리병실 설치, 입원실 병상기준 강화와 정신의료기관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비상경보장치, 보안 전담인력, 진료실 비상문의 설치 근거를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입원실 당 병상 수를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축소 △입원실 면적 기준 현행 1인실 6.3㎡에서 10㎡로 확대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강화 △병상 간 이격거리 1.5m 이상 △입원실에 화장실과 손 씻기 및 환기시설 설치 △300병상 이상 정신병원 감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병실을 별도 설치 등이다.

정부는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 3월 5일부터 시설 및 규격기준을 적용할 예정으로 시행일 후 신규 개설 허가 신청 정신의료기관에는 모두 이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학회들은 1월 4일 성명을 통해 “좋은 의도로 시작한 정책도 의료현장의 현실에 맞지 않을 경우 취지와는 달리 개정 시행규칙의 통과 이후는 돌이키기 어려운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돼 코로나19 사태 극복 후 원점부터 다시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현 개정안이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연구 등 현황파악과 개선방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되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러스 감염 차단이라는 법개정 취지는 이해하지만 개정안이 정신의료기관이 병실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 병원의 경우 입원실 면적 기준 1인당 4.3㎡, 병상 간 이격거리 1m 수준의 시설 기준도 메르스 이후 강화된 기준인데 이번 개정안에 정신의료기관 시설기준을 이보다 높은 병상 면적 기준인 1인당 6.3㎡, 이격거리 1.5m로 정한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고 건물을 임대해 운영 중인 정신병상들은 여의치 않다는 것.

이들 학회는 “개정안은 주소지 이전이나 개설변경을 하는 경우도 적용돼 2년의 유예기간조차 의미가 상실된다”면서 “정신의료기관의 수가와 의료급여정액수가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개선책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병실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실제 1인실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미국 등의 정신병상에서도 집단감염은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의료기관들이 시설 기준에 맞춰 생존하기 위해 집단치료실, 재활치료실을 병실로 전환해 적절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게 되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다”면서 “정신병동 시설기준에 의료법 기준보다 더 강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과유불급일 뿐 아니라 실효성이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신설 또는 변경되는 정신의료기관 병상에 화장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안도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기준이며 사고위험만 높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기존 병원이나 요양병원보다 오히려 높은 기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들 학회들은 모든 개정 논의를 정신의료기관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연구를 시행하고 현장에 대한 파악과 충분한 여론수렴을 진행한 이후로 연기할 것을 제안한다며 지금은 서로 협력해서 힘을 모아 심리방역에 힘쓰고, 코로나로부터 정신질환자를 보호할 때라며 의료법 수준을 감안하고,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환경을 감안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신응급의료시스템의 핵심인 지역사회에 근접한 급성기병동 지원책과 대학병원급의 폐쇄병동의 의무화 등의 특단의 조치와 함께 급성기와 재발한 정신질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이송과 치료기관 연결을 위한 정신응급센터 등 제도 정비에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신의료기관에 안전과 감염예방을 위해 더 높은 수준의 시설기준을 도입한다면 현재의 저수가 상황에서 최소한 정신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은 수준의 수가 개선책과 개보수에 대한 지원대책을 동시에 발표하거나 시행규칙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성기, 아급성기, 지속기 치료에 대한 수가 차등 지급을 통해 급성기 치료 강화와 퇴원 후 재활프로그램의 다양화 및 질적 향상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회복을 추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시행규칙 자체와 함께 이후 추진과정에 대해 복지부와 정신의료 관련 단체가 TFT를 구성해 환자 안전과 환경개선 그리고 의료진 안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논의 체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끝으로 이들 학회는 “향후 전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유할 것이라면서 보건복지부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하지 않을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잘못된 시행규칙의 개정에 저항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이날 성명에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노인정신의학회·대한생물정신의학회·대한생물치료정신의학회·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한국여성정신의학회·대한우울조울병학회·대한정신약물학회·대한조현병학회·한국정신신체의학회·한국중독정신의학회·대한불안의학회·대한수면의학회·한국정신분석학회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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