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코로나19 대응 향후 전략 〈시설·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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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코로나19 대응 향후 전략 〈시설·교육〉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1.01.0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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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한국사회는 물론 지구촌 전체를 코로나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로 데려가고 있다. 이 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그 이전 세계로 복귀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전반을 모두 바꿔놓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일선에서 바이러스와 혈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계의 현재와 미래를 크게 뒤흔들어 놓을 것이란 견해에 사회구성원들 간 이견은 없는 듯하다.

우선 병원경영 환경의 변화와 함께 의료 인력의 역할, 시설과 교육 등 의료분야 전반을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많은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이후 뉴 노멀에 대해 다양한 예상치를 내놓고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를 비롯해 앞으로 닥칠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 역량 또한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본지는 2021년 신년특집 주제를 ‘코로나19 대응 향후 전략’으로 정하고 병원계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향후 예상되는 변화 양상과 대안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시설·교육

코로나19가 병원계에서 가시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부문은 바로 시설이다.

대한병원협회가 발간한 ‘2020 전국병원명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상급종합병원 42개소, 종합병원 316개소, 병원 1,488개소, 요양병원 1,594개소 등 총 3,440개소의 병원급 의료기관이 있다.

이 가운데 3천개가 넘는 대부분 병원 환경은 출입구가 한두 곳이 아니라 여러 곳으로 분산돼 ‘사통팔달’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차장에서 병원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곳에 분산된 엘리베이터가 별도의 통제 없이 바로 병실이나 검사실, 외래로 연결돼 있었다.

하지만 감염병 차단을 위해서는 원내 접근성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부분 병원들이 응급실과 정문 현관 등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출입구를 모두 폐쇄했고, 주차장에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역시 지상 1층에서 체온측정 및 인적사항 파악 후 계단이나 고층 전용 엘리베이터를 갈아타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지어진 기존의 병원 건물 대부분은 업무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동선을 줄이기 위해 중앙집중식 통합공간으로 설계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구조가 업무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 등에는 유리하지만 감염병의 차단 및 확산 방지에는 취약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병원 건물이라 하더라도 섹터별로 분산이 돼 있지 않은 경우 인위적으로 차단막을 마련, 공간을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감염병 차단에 나서는 한편 감염병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수술할 수 있는 별도의 건물을 짓는 곳도 생겨났다. 감염병 전담 병동을 지을 여유 있는 공간 혹은 토지가 없는 경우 기존 병동 중 일부나 독립 건물을 전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대형병원은 대부분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환자 치료라는 병원 고유의 기능 외에도 인근주민들의 식당이나 이발관, 미용실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또 별도의 제한과 통제 없는 면회, 간병, 심지어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의료용품 회사 영업사원들의 영업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졌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록 펜데믹이 종료된 이후라 하더라도 접근성 제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IT를 접목한 병원 이용도 예전보다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예약 환자의 경우 원내에 도착한 후 체온측정, 인적사항 기재, 문진표 작성 등 비교적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AI와 스마트폰 등 스마트 가전을 활용해 사전에 QR코드나 핸드폰 번호로 간단하게 인적사항을 등록 및 인증하고, 사전 문진표를 작성하면 원내 EMR과 연동되는 등 병원 이용 환경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앞으로 병원 건축은 중앙집중식 통합환경보다는 분리형으로 다원화하는 유닛화가 대세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유닛화할 경우 원내에서 감염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동선을 파악해 일부 섹터만 폐쇄하고 나머지 섹터에서는 진단과 검사, 수술 등 병원 고유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공백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사회적 운동으로 확산돼 왔던 병문안 문화 개선 운동도 앞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따라서 각 병실에서 이뤄지던 병문안이 별도의 면회 공간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 이를 위한 공동 면회 장소 마련도 새로운 병원 건축 시 설계에 반영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진료부서를 제외한 진료지원부서의 경우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사무공간 재배치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는 업무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팬데믹이 닥치더라도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재택 근무자들이 온라인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중앙관제시스템 및 교대 근무자들이 원내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 등에 대한 구상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원격진료와 비대면 전화진료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와 시스템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 구성원에 대한 교육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집체교육을 통해 소속 기관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구성원 간 공통의 가치를 공유했던 코로나 이전과는 달리 온라인을 이용한 개별 교육으로 빠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또 전공의 교육도 앞으로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PA(진료지원인력) 양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숙달된 PA가 학습과정에 있는 전공의보다 환자 케어에 더 낫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앞으로 전공의들의 지위와 역할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병원은 병동 주치의 역할도 전공의들이 아니라 입원전담전문의 등 전문의들이 맡으면서 전공의는 기존의 ‘피교육생+노동자’ 개념에서 ‘피교육생’으로서의 정체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교육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의료진의 직무훈련과 관련해서는 비대면으로 안전을 확보하면서 질적인 측면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교육도 증가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와 현대차 정몽구 재단, 세브란스병원이 협력 발족한 온드림 재난대응 의료안전망 사업단이 최근 ‘팬데믹 시대 감염 재난의 과부하(Surge Capacity during Pandemic)’를 주제로 개최한 제6회 정기심포지엄에서 계명대 동산병원 호흡기내과 박재석 교수는 ‘팬데믹 대비 중환 진료 의료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역량’ 주제발표에서 의료진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긴박한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인력과 공간, 그리고 장비라고 강조했다. 공간과 장비는 비용과 의지가 있다면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인력의 경우 절대적인 규모(배치)와 교육 정도, 그리고 안전에 대한 대안 없이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심포지엄에서 덴마크 코펜하겐 의학교육·시뮬레이션 아카데미의 페터 디크만 박사(Peter Dickmann)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교육이 개인과 팀, 조직, 그리고 인간의 기술과 조직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교육이 보편화된다면 온라인 언어를 새로운 언어처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역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코로나19는 인류가 마주할 마지막 팬데믹이 아니라 어쩌면 앞으로 수시로 닥쳐올 팬데믹의 전초병일 수 있다고. 인류가 한낱 바이러스에 굴복할 수도, 굴복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얕볼 상대가 아닌 것도 확실하다.

인력, 즉 교육과 시설, 장비 모두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지만 우선 순위와 지속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지금이라도 비대면 교육과 시설 개선을 서두르는 것이 앞으로 계속 밀어닥칠 제2, 제3의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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