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KHC-포럼1] 한국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현황과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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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KHC-포럼1] 한국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현황과 나아갈 길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11.27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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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김영삼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우리나라의 입원전담전문의 모델이 된 미국의 하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는 전공의의 잘못된 처방으로 18세 학생이 사망하면서 제도가 도입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 과도한 근무환경이라는 제도상 문제가 사망의 근본원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유사한 배경으로 2017년 12월 전공의법이 시행돼 전공의수련 시간이 4주 평균 최대 주 80시간을 넘지 않게 됐다. 이로 인해 수련병원의 의료인력 공백이 발생했고 환자안전문제 심각하게 제기됨에 따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도입됐고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입원전담전문의라고 불리는 호스피탈리스트의 개념은 1996년 미국 학자 왓처(Wachter)의 연구에 처음으로 등장했고 그는 입원환자를 돌보는 일을 전담하는 입원환자 전문가라고 정의했다.

미국 호스피탈리스트협회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를 입원환자의 일반적인 의료서비스를 주로 다루며 병원의 치료와 관련된 교육·연구에 관한 활동을 한다고 정의해 진료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 영역으로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각 나라의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입원환자에 대한 주요 긴급한 문제에 대한 관리 및 진단치료, 퇴원계획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완화 의료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는 병동에 24시간 입원환자의 관리를 맡아 환자와 의료진 간의 접근성을 증가시키고 재원일수를 단축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며 환자의 가족 및 동료 의료진과 입원환자에 대한 컨설턴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주로 내과 전문의들이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Acute Medical Unit(AMU) 병동의 환자들을 최대 72시간까지 담당해 진료한다. 72시간의 치료를 통해 퇴원한 환자는 퇴원 후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입원 병동으로 재입원해 세부과 전문의에게 인계된다.

일본에서도 호스피탈리스트가 활성화돼 있다. 병원시스템을 세부 분과 중심의 구조에서 일반 내과 중심의 구조로 개편함에 따라 입원환자의 전반적인 관리를 호스피탈리스트가 담당하고 있다. 세부 분과에 관한 진료는 세부 분과 전문의가 자문의 역할로 참여하고 있고 호스피탈리스트는 입원환자 관리와 더불어 의과대학 학생들과 레지던트의 교육을 담당한다.

캐나다는 당일 입원이 결정된 환자들을 관리하고 외과, 소아과 및 정신과 입원환자를 공동으로 관리하며 병원의 질 향상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대만은 입원환자를 24시간 관리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비롯해 환자 가족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치료계획 및 예후를 설명하며 입원환자를 진료하고 환자의 보호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호스피탈리스트는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3년에 1만명 정도에서 최근에는 약 6만 명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2010년 100명에서 최근에는 1,40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 인원은 심장(Cardiology) 전문의의 3배, 소화기(Gastroenterolory) 전문의의 4배, 호흡기(Pulmonary) 전문의의 10배다. 또한 산부인과, 소아과, 영상의학과, 외과계열 전문의를 모두 합친 숫자보다 많다. 상당히 많은 전문의가 호스피탈리스트로 일을 하고 있다.

미국의 전체 병원의 병상 가운데 75%를 호스피탈리스트가 담당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매년 전문의 자격을 얻는 50% 이상이 호스피탈리스트를 지원하고 있고 뉴욕의 코넬대학과 컬럼비아대학의 내과계 레지던트의 25% 정도가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하는 등 전공의를 마치는 상당수가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호스피탈리스트가 증가하는 이유는 우선 그들이 교육에 있어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2018년도에 호스피탈리스트와 호스피탈리스트가 아닌 분과전문의의 교육에서의 역할 비교 연구를 통해 호스피탈리스트들이 훨씬 더 학생과 전공의 교육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 환자안전 역할에 대해 진행된 18개 연구에서 15개의 경우는 차이가 없었고 3개의 연구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들이 조금 더 환자를 안전하게 케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환자안전 영역에서도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증명됐다.

호스피탈리스트의 효과를 가장 잘 증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재원일수의 감소다. 재원일수를 감소시켜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65개 이상의 연구가 진행됐고 9개의 controlled trials(통제실험)에서 호스피탈리스트들이 재원일수를 줄여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됐다.

그러면 왜 미국에서 호스피탈리스트들이 6만명이상 근무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걸까? 미국에서는 이를 두 가지 관점에서 보고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환자를 잘 치유하지만 (병원)시스템 개혁이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호스피탈리스트를 처음 제안한 왓처는 “우리는 두 종류의 환자를 치료한다.입원환자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제도 자체를 개혁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호스피탈리스트가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치료시스템을 개혁하는 데 있어 상당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호스피탈리스트가 병원에서 많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 대변되는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은 크게 입원환자 치료에 대한 질적 향상뿐만 아니라 더 나은 치료시스템을 개혁하는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공의법 시행 이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필요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2016년 6월 건가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범사업 보고가 됐고 2018년 2월부터 상시 모집체계로 시범사업이 전환돼 참여대상이 확대됐다.

정부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 기본방향은 전문의가 주 7일 24시간 병동에 상주해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의학적 판단하에 필요한 서비스를 상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과 연계하여 통합관리병동, 단기입원병동 운영을 활성화해 환자 관리 및 병원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입원환자 관리에 대한 전공의 수련에 입원전담전문의가 참여, 수련의 질 향상을 가져오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입원전담전문의 운영형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분과형으로 입원환자 질병군의 범위를 분과 환자로 제한해 진료를 하는 형태다. 주로 혈액내과와 종양내과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시행하고 필요한 것이 통합형이다. 주로 중증·복합 질환자 관리를 위한 통합관리 병동 모델로 세부 전공을 하나로 통합해 진료함으로써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들의 입원 치료에 적합한 형태다.

그리고 급성기 모델이 있다. 주로 응급실로 내원하거나 외래에서 빠른 응급 처치를 요구하는 문제가 있는 경우 72시간 이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단기 입원 병동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병원의 상황에 따라 분과형, 통합형, 급성기형을 채택할 수 있고 이 세 가지를 모두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근무하는 세브란스병원은 세가지 모델을 모두 채택하고 있다.

2016년 시범사업 시행 이후 초반에는 6개 기관 244병상, 11명 전문의에서 2020년 5월을 기준으로 45개 기관, 전문의 249명, 4032개 병상으로 확대됐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결과 의사 접촉 및 진료서비스 질 상승으로 환자만족도가 상승한 것이 증명됐다. 의사와의 접촉이 평균 5.6회, 접촉시간은 32.3분 증가했다.

전공의 수련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간호사의 업무부담 경감에도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됐다. 이외에도 외과 전공의 중 81.5%가 업무부담 경감 및 교육 측면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간호사는 74.6%가 입원환자 진료에 대한 의사의 응답시간이 빨라졌다고 밝혔다.

반면, 입원전담전문의 본인의 업무 만족도는 50% 이하로 낮았다. 직책의 불안정성, 급여에 비해 과도한 업무량, 병원 내 위치 불확실성 등이 주된 이유였다. 이는 앞으로 개선해야 할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운영에 따른 효과에 대한 3개의 연구가 진행돼 논문으로 발표됐다.

첫 번째 논문의 결론은 급성기 모형이 응급실 대기시간과 재원 기간을 단축시킨다고 보고했으며 두 번째는 통합형 모델이 재원 기간을 단축 시킬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24시간 운영 모델이 치료 및 퇴원계획을 결정하고 환자안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증명했다.

시범사업 이후에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실제로 발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에 여러 가지 정책적인 보완을 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 정원 추가 배정을 통해 입원전담전문의 2명 이상 과목에 정원 1명을 추가함으로써 많은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이 외에도 의료기관 평가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공의 수련환경평가라던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 입원전담전문의를 예비 지표로 올리는 등 여러 가지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가 지원체계 검토다. 야간 및 주말 근무에 대한 보상강화를 고려해야 하고 병상수 차등수가 개발도 필요하다.

그러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범사업 3년이 끝나고 본사업으로 빨리 전환이 돼야 한다. 최근 본사업 전환이 여러 가지 이슈로 제대로 빨리 시행되지 못해 상당히 안타깝다. 본 사업으로 빨리 전환함으로써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현시점에 가장 중요한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제도의 정착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국민들의 합의다. 정부는 의지가 확고하나 재정이 투입되는 부분이 있고 국민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입원전담전문의를 지원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제도의 안정성이다. 본 사업이 빨리 진행이 돼야 이 제도가 계속 시행되고 발전할 수 있다.

시범사업 수가구조는 전담형태와 전담전문의 수에 따라 수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1일 1회 산정해 입원료에 추가해서 지급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에서는 일부 전담과 24시간 전담제로 크게 나누고 전담전문의 수에 따라 수가를 차등해서 지원을 하고 있는데 본사업으로 가면서 개선할 예정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전공의 인력 대체로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하나의 새로운 직군으로서 주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것이 직업의 안정성 확보뿐만 아니라 자긍심을 갖고 일하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환자 진료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만이 병원을 혁신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행정적인 뒷받침, 수련 프로그램, 교육과 연구의 기회를 제공해 하나의 새로운 직군으로 인식해야 많은 전문의들이 입원전담전문의로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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