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복지시설 무더기 폐쇄될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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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복지시설 무더기 폐쇄될 처지
  • 윤종원
  • 승인 2005.11.21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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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애인 쫓겨날 판..경남에 12곳
경남도가 내년 상반기 시설 기준에 미달하는 미신고 복지시설들을 무더기로 폐쇄할 방침이어서 해당 복지시설의 수용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다.

21일 경남도에 따르면 전반적인 복지시설 여건 개선을 위해 전체 40개 미신고 복지시설 가운데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24곳은 신고 기준에 적합하도록 시설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12곳은 이 기준에 맞출 수 없어 늦어도 내년 6월 이전 폐쇄 조치키로 했다.

양산.김해 등 4개 장애인과 노인 복지시설은 신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이미 폐쇄됐다.

"국가도 할 수 없었던 일을 16년간 해왔는데 이제 시설기준에 맞지 않는 미신고 복지시설이라며 일방적으로 폐쇄할 수 있습니까"

진해시 서중동 벧세메스교회 생활관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등 30여명과 함께 살고 있는 김모(60) 목사는 걱정이 태산이다.

최근 영장 집행하듯 들이닥친 공무원이 오는 24일까지 시설 기준을 갖춰 신고시설로 전환하지 못하면 조만간 강제 폐쇄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고 확약 도장까지 찍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도장을 찍은 김 목사는 "오갈곳 없고 가족도 거두지 못한 노인, 장애인들과 함께 행복하게 가족처럼 오순도순 살고 있는데 시설기준을 따지며 쫓아내겠다니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결코 떠나고 싶지 않다"는 수용자들의 요구로 시설 기준에 맞는 부지 확보를 위해 교회땅과 인접한 300평을 추가로 매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막대한 비용부담 때문에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내년 2월 말 폐쇄될 위기에 처한 진주시 문산읍 소문리 사랑의 엘림선교센터.

이 시설은 공장용도 건물을 주거시설로 꾸며 사용,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폐쇄 조치를 받게 되며 수용된 100여명의 장애인들은 길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는 딱한 형편이다.

센터를 운영하는 조모(49) 목사는 "당장 건축에 들어가더라도 폐쇄 시한을 지킬 수 없어 안타까움을 금할수 없다"며 현재 대체 부지를 가까스로 매입, 건축 허가까지 받았지만 17억원에 달하는 건축비가 없어 자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조달하기 어려워 힘겨워하고 있다.

창녕군 부곡면에 있는 `함께 사는집"은 17개월된 아기 1명, 유치원생 2명, 중증 장애인 1명, 노인 2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수녀 2명이 운영하고 있다.

이 곳 어린이와 장애인, 노인 등은 가족적인 분위기로 서로 의지하며 별 걱정없이 지내고 있는데 신고 등 제도권내로 들어갈 경우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뿔뿔이 흩어질수 밖에 없어 더욱 외로운 신세가 되게됐다.

특히 "이 시설은 인근 병원으로부터 의료 혜택과 함께 업체로부터 난방비를 지원받고, 독지가와 학교로 부터 빵과 계란, 우유를 수년째 공급받는 등 넉넉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이 생활해 왔는데..."라며 수녀는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가정 집을 건물주인으로 부터 무상 임대해 장애인 10여명을 수용하는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천사원도 최근 건물주가 비워 달라는 요구로 문을 닫아야하는 어려운 처지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경남대 사회복지학부 신원식 교수는 "노인 등 복지시설의 전반적인 수용 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점을 고려, 사회적인 관심과 함께 제도적으로 수용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방적으로 폐쇄하기 보다는 신고될 수 있도록 시설과 인력, 법인 등록 여건 등을 완화하는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폐쇄되더라도 해당 시설의 수용 인원을 최대한 다른 곳으로 옮겨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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