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무너진 한국의료,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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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무너진 한국의료, 총체적 난국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9.06.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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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도 중소병원도 인력부족…미래 청사진 필요
종별에 따른 의료인력 분배·진료권 부활 등 제안돼

“우리나라의 적정 병상수와 적정 인력에 대한 논의 없이 비만한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병원계는 고민을 하고 있다. 시급한 것과 중요한 것에 대한 구별이 없다.”

박종훈 고대안암병원장은 5월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중소병원협회 제29차 정기총회 및 학술세미나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인적자원관리의 문제점’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와 의료계 직역단체들의 근시안적 정책을 비판하고 대한민국 미래 의료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박 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현 상황을 비만상태라며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병원장은 “지난해 역대 사상 최고의 진료수익을 올렸지만 기쁘기 보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면서 “병원 내부 게시판에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로 내 삶은 우울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박 병원장은 “병원이 비만의 단계로 넘어가기 시작해 환자와 직원들의 불만이 폭증했고, 실제 사직자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시설에 대한 투자금과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면서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공포심이 들 정도로 환자들이 밀려오는 등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선택진료비 폐지와 문재인케어로 인해 대학병원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넘쳐나는 환자들로 대형병원의 환자안전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라는 것.

박 병원장은 “대학병원에 환자가 넘쳐난다고 건물을 짓고 병상을 늘리면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며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의대,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것도 불가능한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맞는 적정한 병상 수와 의료인력 수가 어느 정도 인지 명확한 논의 없이 비만한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와 병원계가 정말로 중요한 것과 시급한 것에 대한 구별과 양보도 없이 각 직역간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난했다.

박 병원장은 “바람직하고 건강한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논의도 없고 한치의양보도 없다”면서 “모든게 수가로 귀결돼 수가가 누더기가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전달체게 지금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담론 없이 직역간 이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되면 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인한 보건의료인력 수급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중소병원의 생존을 위한 방안들이 제안됐다.

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의장(일산중심병원장)은 정부의 급격한 정책 추진과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방영되지 않아 의료인력의 직능·종별간 효율적 분배가 이뤄지지 못하고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졌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 의장은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는 정책 시스템이 미비하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디테일들이 반영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예측에 대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가장 우선돼야 할 부분은 의료인력의 분배를 정책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철 연세대의대 교수는 보건의료계의 청사진을 그리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중소병원의 숫자는 많지만 청사진이 없다”면서 “보건의료계의 청사진을 그리는 위원회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에 두고 논의를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는 지역별 진료권 부활과 의뢰-회송 제도의 중소병원으로의 확대를 주장했다.

조한호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은 “인구 2만명 이하의 지역에서는 응급의료기관을 지역거점병원이 생존할 수 없다”며 “최소 인구 20만명 정도의 진료권을 부활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 “현재 의원급과 상급종합병원간의 의뢰-회송 제도를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 응급의료센터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가산금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하나로 모았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의료자원과 간호인력TF 팀장은“ 의료인력 추계의 바람직한 방향은 의료가 나아갈 방향과 계획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의료인력 부족 현상은 인력 자체의 문제를 넘어 의료전달체계 및 다양한 보건의료정책과 맞물려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인력의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제고도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단체 및 각 직역을 떠나 정부와 방향성과 해결점을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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