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실성 없는 의료전달체계 논의는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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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실성 없는 의료전달체계 논의는 무의미
  • 병원신문
  • 승인 2016.07.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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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말까지 권고안 도출을 목표로 가동중인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가 설정한 방향성에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표출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개편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쇼핑 행태와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메르스 확산을 키웠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적이 의료전달체계 개편논의의 시작점이었던 만큼 대형병원의 외래환자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향후 적잖은 논란과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2단계로 나눠져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기능중심으로 3단계로 개편하자는 것이 골자다. 예컨대 일차의료기관에는 경증질환 외래와 건강·질병관리를 맡기고 일반적인 입원· 수술·진료는 거점병원 육성과 전문병원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거점진료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에 대해서는 입원환자의 단순진료와 전문진료 비율을 조정하고 외래에서의 의원 역점질환 비율을 하향 조정해 중증환자 입원진료와 교육·연구개발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골자다. 그리고 전체 수입중 외래수입 비중의 상한을 설정해 이를 초과할 경우 패널티를 부과하는 물리적인 조정기전까지 마련하겠다는 등 구상을 구체화시켰다. 여기에 의뢰수가를 신설하고 회송수가를 올려 의료전달 각 단계를 잇는 메커니즘을 마련했다.

여기까지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편내용의 골자다. 얼핏 의료전달체계의 개념을 잘 살린 듯 보이지만, 하나하나 각론을 들여다 보면 현실성이 없고 그로 인한 후유증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외래수입에 캡을 씌우게 되면 현재로서는 병원운영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상급종합병원들로서는 마땅한 경영손실 대안을 찾지 못하면 부실경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지금같은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할 것이다.

병원급 의료기관 역시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수혜자가 되기보다는 환자수요 등에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더 크다. 가벼운 질환에 걸린 환자가 다시 병원을 찾는 경우 병원에는 진료비를 덜 주고 환자는 더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에서 외래환자가 늘어날 턱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권고안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와 시장의 반응에 따라 정책화 여부가 결정나겠지만,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 논의는 무의미하다. 시장을 송두리째 흔들지 않고 환자들과 각 종별 의료기관들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시 한번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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