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노사관계의 대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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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노사관계의 대원칙
  • 병원신문
  • 승인 2013.02.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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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태 전 일산병원 행정부원장, 이수태수사학연구소장
▲ 이수태
언젠가 나는 한 노동관계 현장 공무원으로부터 경험적인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그것은 아주 단순한 이야기였다. 즉 문제가 발생한 노사분규 현장에 달려가 보면 한결같은 공통점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문제 있는 노사관계의 배후에는 항상 문제 있는 사용자가 있더라는 것이다.

사용자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서운할 이야기이겠지만 그것은 한 현장 공직자의 솔직한 경험담이었다. 이 이야기를 나는 모든 조직 사용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사항이라고 지금도 굳게 믿는다.

그렇지 않다는 반대 사례부터 떠올린다면 우리는 어떤 조언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 긴 세월에 걸쳐 경험을 쌓은 제3자의 객관적인 조언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잠시 물러서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본다면 우리는 분명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한가지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그 존재를 인정하고 그 관계자들을 진지한 대화상대로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노사 문제가 노동조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진지한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는 사측의 오만함 내지 안이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측 인사들은 왜 법이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그에 여러가지 기능과 권한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법으로 보호까지하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노조를 노사협상시 만나 대충 시늉만 해주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한 진정한 노사관계는 성립되기 어렵다.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에 따른 댓가를 지불하기로 한 고용 계약에 근거하고 있다. 이 계약은 원칙적으로 대등한 입장에게 체결하고 체결한 이후에도 서로가 그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전근대적인 신분관계나 그 옛날 주인과 머슴의 관계처럼 왜곡되게 인식하고 그런 인식을 토대로 사용자가 노동자를 멋대로 부릴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는 한 원만한 노사관계는 절대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뒤바꾸어볼 때 그 점은 노측도 마찬가지다. 노사관계의 기본을 전술한 계약관계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전근대적인 신분관계처럼 생각하는 것은 노측에도 있을 수 있고 오히려 더 심할 수도 있다.

무례한 언행, 다양한 형태의 폭력적 성향 등은 다름 아닌 전근대적 신분관계를 노동자측에서 수용하고 그런 질서를 내면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주 결정적인 현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분쟁에서 발생한 노사분규가 좀처럼 해결을 보지 못하고 이어지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우리는 이런 뿌리 뽑기 어려운 기본적인 인식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조직에 있어서 노조의 역할은 국을 끓이는 데에 있어서 양념의 역할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국을 끓일 때 양념이 들어가지 않으면 맛있는 국을 끓일 수 없다.

그러나 양념만으로 국을 만들려고 한다면 그것도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맛을 잘 내게 하기 위해서는 과도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양의 양념이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노동조합도 그 존재나 그 활동, 역할이 조직을 건강하게 움직여나가는 데에 가장 알맞은 비중이 있고 노사는 최선을 다하여 그 선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양념론은 무슨 그럴듯한 이론이 될 수 없는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이 양념론은 노조를 무조건 사갈시하는 사측 관계자나 노조를 마치 러시아 혁명 당시의 소비에트 쯤으로 여기는 노측 관계자의 과잉된 인식 앞에서 기이할 정도로 주효한 논리가 되곤 했다. 물은 별 것 아닌 평범한 것이지만 불을 끄는 데에서는 그만한 수단이 달리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양한 노사분규가 발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드려다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명분이고 논리적 정당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느 측이든 무리를 하는 측은 결국은 물러서거나 주저앉게 되어 있다. 명분이 강한 쪽이 이기고 명분이 약한 쪽은 진다. 최후까지 남는 것은 결국 명분이고 정의라는 사실은 어떤 조직의 어떤 노사관계에서도 예외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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