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프리즈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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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리즈 프레임
  • 윤종원
  • 승인 2005.06.1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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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을 조작한 사건으로 MBC가 외주 제작사에게 징계를 내린 사건이 발생했다. 2박3일간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한 내용이 사실은 1박2일간 이뤄진 일이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공공방송도 조작하는 판에 어
떤 영상을 사실로 믿을 수 있을까.

하루 24시간 자신의 모습을 꼼꼼히 촬영한 인간이 있다. 자신의 집 곳곳에 카메라를 달았고 심지어 자신의 몸에도 카메라를 달았다. 그것도 무려 10년 동안. 이유는 강력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다.

10년 전 일가족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숀은 결백을 주장하며 다시는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이러한 고육책을 쓴다. 촬영 테이프 교체사인이 울리면 자다가도 일어나 테이프를 교체한다. 누가봐도 딱 편집증에 걸린 듯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다시 다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다. 그는 알리바이를 대기 위해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의 테이프를 찾는데 그만 테이프가 사라지고 없다.

백 마디 말보다 한장의 사진, 하나의 비디오 테이프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영상시대다. 그런데 과연 그 사진이나 비디오를 믿을 수 있을까. 조작은 생각보다 쉬운 법이다.

이 영화를 관람하기에 앞서 일단 좌석 벨트를 단단히 매야 한다. 화면이 지나치게 많이 흔들리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멀미가 쏠린다. 화면 속 화면이 이어지면서 화면은 시종 찌지직 거리며 흩어졌다 다시 모인다. 어디를 가든, 걷고 있든 앉아 있든 숀은 끊임없이 자신을 촬영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초반의 불편함을 꾹 참고 버티면 중반부터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워진다. 그 불안정한 화면 속에서 어느샌가 미스터리 코드가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화면을 믿어야할지 헛갈리는 사이 숀과 경찰, 기자는 부지런히 자신의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

리 에반스는 영국의 코미디 스타다. 그런 그가 편집증에 걸린 나약하고 창백한 인간으로 대변신을 했으니 그쪽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충격이었을 터.

핏기 없는 화면은 편집증 환자의 머리 속처럼 움직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힘이 없다. 그런데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관객은 영화 속에 말려들어간다. 음산한 추리극의 결말이 은근히 궁금해지는 것이다.

30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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