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수가 결정구조 개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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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수가 결정구조 개선 필요하다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2.08.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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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아닌 정부 정책 관철시키는 모순된 구조
책무성 모호하고 단기적 정치상황에 손쉽게 이용돼

현 수가 결정구조가 보험자와 공급자 간의 협상이 아닌 정부의 입장에 도덕적 우위를 부여해 그대로 관철시키는 구조라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과정을 통해 본 건강보험 성과지표와 의사결정의 책무성 문제' 주제의 연구보고서에서 정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모호한 관계설정으로 인해 의사결정의 책무성에 문제가 있음을 밝혔다.

현재 건정심의 구성은 △근로자대표, 사용자대표, 시민단체 등 가입자 대표 8인 △공급자 대표 8인 △정부, 공단, 학계 등 공익대표 8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현재의 수가 결정구조는 가입자 대표와 공익대표를 건정심에 포함시키고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계약관계에 기초한 보험자와 공급자 간의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기 어려우며 정부의 정책의지를 관철시키기에 유리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또한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을 인지하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상실한 건정심의 위원구성을 개선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현 구조에서는 건정심 위원 중 일부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이며 가입자로서 공급자와 수가 협상을 진행하는 정부 및 공단 관계자가 공익위원으로 구성돼 있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강조해온 것.

아울러 병협은 수가협상 결렬에 따른 건정심 심의·의결 시 공급자는 배제된 채 가입자 및 공익위원으로만 구성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 공정성과 중립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강조해 왔다.

이에 병협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기능을 변경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위원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가 인상률 범위를 결정하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수가협상의 당사자 간 협상과정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재정운영위원회 기능을 공단 이사장의 자문기구로 재정립해야 하며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위원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이 겸직하지 못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공익위원의 공정성·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자격요건을 규정하고, 요양급여비용 계약에 관해 제척·기피·회피제도를 적용하며, 가입자 대표로 볼 수 있는 정부 및 공단 관계자를 제외한 실질적인 공익대표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건정심 역할 범위 법률로 확립해야

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건정심을 통한 결정에 대해 설명하거나 책임지는 주체가 불명확해 책무성 측면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책무성이 모호한 건강보험 의사결정 구조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관철시키기 쉬운 반면, 재량 범위가 과다해 단기적 정치상황에 쉽게 이용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급여원칙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수가결정 과정은 보험자와 사용자 간의 동등한 협상이 가능하도록 건정심을 재설계하고, 건정심에서의 결정은 정부가 정한 범위와 틀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건정심의 역할 범위, 정부의 건정심 규제틀 등을 법률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적 중요성을 갖는 결정과 보험자·공급자 협상에 남겨둘 사항을 구분하고, 입법과 정책과정을 통해 정해진 원칙과 규제의 틀 속에서 보험자·공급자 협상기구를 운영하는 것은 사회보험제도를 채택한 국가에서 강화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보장성 지표 재설정 필요

이외에도 KDI 연구보고서는 건강보험의 근본적 목표에 대한 달성치를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보장성 지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나가 건강보험의 당면 목표가 '예기치 못한 고액 의료비 발생 시 가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적인 동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정부와 공단의 정책목표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은 '의료비 이용 시 공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의 비율'로써 경증소액지출을 포함한 전체 지출 중 보험자의 부담을 의미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당면 목표를 달성했는지의 지표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보장성 확대 정책은 그간 단기적 정치 상화에 좌우되고 재원의 효율적 사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으며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됐다가 문제됐던 보장성 70% 달성 공약을 예로 들며 건강보험혜택이 정치공약으로서 갖는 매력이 큰 상황에서 책무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향후에도 상존할 것이라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보고서는 '고액의료비 부담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정책적 목표의 성과를 잘 나타낼 수 있는 '고액의료비용 급여율'을 보장성 핵심지표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증질환의 급여율을 낮추고 지출효율화를 추구하는 것 역시 주요한 목표인 상황에서 전체 급여율을 성과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적하며 정치적 의도로 남용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보장성 확대는 선거철마다 각 정치세력들이 공약으로 반복해 왔다는 것.

이에 일정규모 이상의 의료비 발생 시 보험자가 부담하는 급여율을 의미하는 '고액의료비 급여율'의 지표를 핵심지표로 활용하고 기존 보장성 지표는 개별 질환의 급여율과 함께 보완적 지표로 병행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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