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피부과학회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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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피부과학회의 입장
  • 박현 기자
  • 승인 2012.06.15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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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6월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6천879개의 의약품을 대상으로 재분류 결과발표에 대해 대한피부과학회는 학문적ㆍ임상적으로 충분히 검토한 결과 식의약청이 재분류의 대원칙으로 밝힌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기준에 모순되고 부적합하게 분류된 일부 약제를 확인했다.

이에 잘못 분류된 약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될 문제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바이며 국민의 피부건강을 저해할 것으로 여겨지는 일부 피부질환 치료제에 대해 몇 가지 전문적 견해를 밝히는 바이다.

첫째, 국소 스테로이드제제에 관한 문제점이다.

스테로이드제(부신피질호르몬제)는 다양한 약리 작용을 가지고 있어 여러 피부질환의 일차 치료약제로 사용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의사의 관리 및 감독이 필요하다. 그러한 이유로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사용되고 있다.

스테로이드 중 강도(potency)가 약해 비교적 안전성이 확보된 약제들의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강도가 높은 약제는 사용상 주의를 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분류에서 일부 약제들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모순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들에게 사용빈도가 높은 0.061% 길초산베타메타손을 함유한 복합제제(대표 상품명 : 세레스톤지 크림)로서 이보다 더 낮은 강도를 가진 국소 스테로이드제들이 이미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의약품 분류 시 국민에게 친숙하다는 이유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됐고 이번 재분류에서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국민 피부건강의 심각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그 동안 심각성을 간과하고 정확한 진단 없이 무분별한 약제사용 후 발생한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보면서 본 학회에서는 여러 차례 해당 약제 위험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바 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이번에 발표된 재분류 결과 또한 다르지 않아 식의약청의 의약품 재분류가 객관적이고 과학적 근거와 국민건강 확보라는 대원칙에 어긋나 있음을 알린다.

둘째, 국소 항진균제(무좀약)에 관한 문제점이다.

조갑백선(손발톱무좀)및 수족부백선(손발무좀)은 매우 흔한 피부질환이나 잘못된 진단과 치료법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져 있다. 본 학회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법에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나 약제의 사용법 교육 없이 바르는 약을 손발톱이나 손발에 장기간 도포하는 경우 효과적 치료 없이 국민의 의료비 부담만 가중시키고 약제의 내성을 증가시키며 또한 네일라카의 경우 사용법의 특성상 당뇨와 같은 고 위험 환자에서는 이차감염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기존에 이미 전문 약제로 분류되어 있던 염산아모롤핀 네일라카 및 크림(대표 약제명 갈더마 로세릴)이 이번에 일반 약제로 분류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셋째, 국소 항생제에 관한 문제점이다.

후시딕산(대표 상품명  후시딘), 무피로신(대표 상품명  한올바이오파마㈜ 박트로반연고)을 대표성분으로 하는 바르는 항생제의 경우 너무나도 다양한 성분의 바르는 항생제가 일반의약품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항생제에서 문제가 되는 내성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따라서 본 학회는 중요한 도포 항생제들을 전문의약품으로의 전환 및 관리를 촉구하는 바이다.

넷째, 고농도 미백약제인 4% 히드로퀴논에 관한 문제점이다.

히드로퀴논 (대표 상품명 : 태극제약 도미나 크림)은 기미 등 색소질환에 쓰이는 미백약제로서 약의 특성상 사용 후 불규칙하게 색조가 변하거나 접촉성피부염이 빈번하게 발생해 사용 시 의사의 주의를 요한다.

이미 안정성과 관련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일반의약품 판매철회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약제이며 특히 4% 이상의 고농도 히드로퀴논의 경우 중점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감안해 본 학회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전문의약품으로의 분류를 요구했으나 이번 재분류에서 또다시 배제되어 우려를 표한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에 12년여 만에 처음으로 진행되는 의약품 재분류가 현재 최종 확정을 앞두고 있다. 의약품 재분류에 있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오직 국민의 건강일 것이다.

위와 같이 대한피부과학회는 국민의 피부건강을 책임지고 과학적이고 올바른 피부질환치료를 연구하는 전문학술단체로서 이번 식의약청의 의약품 재분류의 일부 잘못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이외에도 항히스타민제, 남용되는 항바이러스도포제 등 모든 피부질환 치료를 위한 약제가 올바르게 분류되어 국민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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