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 강요' 규탄 병원인 궐기대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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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가 강요' 규탄 병원인 궐기대회 연다!
  • 전양근 기자
  • 승인 2011.10.20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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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수가계약제 대한 헌법소원 제기
병원계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결사항전 의지

점유율(44%)이 높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해마다 '병원수가' 통제를 강요하고 있는 정책당국과 보험자에 대해 진정 국민을 위하고 의료 발전을 추구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일깨워주기 위해 전국병원인들이 결연한 행동에 나선다.

대한병원협회는 10월20일 제22차 상임이사 및 시도병원회장 합동회의를 열어 비상식적인 불합리한 수가결정구조를 규탄하는 10.27 전국병원장 결의대회와 11.11 전국병원인 궐기대회을 잇달아 열어 수가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공론화하기로 했다.

합동회의는 불합리한 수가계약 구조 개편 및 적정수가의 보상이 절박하다는점을 전국병원인들이 일치단결해 분명히 보야줘야 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수가협상 결렬 후인 18일 4차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병원을 억눌러 건보재정안정을 이룩하겠다는 그릇된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차제에 수가결정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을 비롯한 수가협상체제 자체의 태생적인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실력행사를 포함한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병원협회는 저수가 규탄 전국병원인 궐기대회와 병행하여 수가계약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며 저수가에 의한 의료의 질 저하 등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을 펴기로 했다.

병원협회는 “병원 경영현실을 도외시한채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일방 통보식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진행되는 현쟈의 수가협상은 무의미 하다”며 수가협상 구조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촉구했으나 복지부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성상철 회장은 “재정위에서 정해준 범위내에서만 협상토록 하고 결렬시 건정심을 거쳐 장관이 고시하는 현재의 협상은 조정절차가 전혀없어 벽을 마주하고 말하는 상황”이라며 매우 어려운 국면 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지혜와 함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국민건강의 파수꾼으로서 한 없는 자제력을 견지해 온 병원협회는 사실 2012 협상의 경우 최소한의 수가보전에 근접한 수준을 기대해왔지만 수가협상에서 공단측은 병원이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라는 말만 되뇌이며 양보와 협조만을 요구해 불가피하게 결렬됐다.

병협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적정보상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당국은 오로지 재정안정화에만 매몰된 일방통행식 주장만 되풀이했다.

합동회의에선 지난 2008년부터 5년째 거듭되는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한 수가 결정구조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차하면 병원생존권 차원의 단체행동 돌입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강경입장도 강하게 표출됐다.

앞서 전국시도병원회장협의회도 현재와 같은 수가결정체계가 반복된다면 앞으로도 수가적정화를 이룩할 수 없다며 수가결정체계 자체의 개혁을 위한 병원계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병원협회가 사실상 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와 공동주최한 궐기대회 이후 두 번째이다. 건강보험수가문제와 관련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 실시를 앞둔 1988년 의료보험요양취급기관 지정서를 반납하며 정부의 저수가에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한편 병원협회에 따르면 한편 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수가체계로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종합병원 13곳을 포함해 모두 148개 병원이 폐업했다. 또한 올 상반기에 금융권 부채를 갚지 못해 공단에서 받아야 할 진료비를 압류당한 병·의원도 423곳에 이르고 있다.

병원계 벼랑끝에 서다!

병원협회가 정부의 저수가정책에 항의해 전국 병원규모의 궐기대회 개최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35년간 계속돼 온 저수가체제로 인한 박리다매식 구조의 잘못된 고리를 끊자는데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지난 1976년 2월 당시를 돌이켜 보면 일본 건강보험에 대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서울의 9개 병원의 각 진료과 수가를 조사해 수가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제시한 수가안은 의료계에 엄청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수가안이 정상 수가의 45%밖에 안됐기 때문이었다.

건강보험제도가 없어 약국을 이용하던 환자들이 병․의원에 오게 됨으로써 새로운 이익이 창출돼 수지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게 당시 정부가 의료계를 달래는 논리였다. 한마디로 박리다매로 맞추라는 것이었다.

이후 3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의 사정은 어떤가. 아직까지 수가는 원가의 75.04%밖에 보전해 주지 않고 있다. 입원료 원가보전율은 18∼59% 정도로 더 참담하다. '저수가'로 생기는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박리다매로 병․의원이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것 역시 변한 게 없다.

최근 10년간의 물가․인건비 상승률과 수가 인상률 비교, 그리고 병원의 폐업률같은 지수만 살펴보아도 정부의 저수가정책으로 인해 병원산업이 겪은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2001년부터 10년간 물가와 인건비는 각각 38%, 82% 오른 반면 수가는 고작 19% 인상되는데 그쳤다. 단순한 수치로만 보아도 물가 상승률의 절반, 인건비는 1/4에 불과하다.

이같은 저수가체제속에서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병원은 지난해 148 곳에 이른다. 전체 병원수를 놓고 볼때 9.4%에 해당한다.

지난 한해에 10곳의 병원중 1곳꼴로 도산한 것이다. 병원 폐업률은 환자수가 급증해 박리다매로도 버틸 수 있었던 지난 2008년 6.62%를 정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해 2009년 8.08%, 2010년 9.4%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만 해도 상반기에 86곳(5.19%)의 병원이 문을 닫았다. 이대로 가면 올해 두자리 수의 폐업률를 기록할 것이 우려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단과 건강보험 급여비를 담보로 대출을 해 주고 있는 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병원 54곳을 포함해 총 196곳의 병원이 2,526억원을 대출받아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갚지 못해 공단에서 받아야할 진료비를 압류당한 병원도 지난 2006년 62곳에서 지난해에는 423곳으로 급증했다.

저수가정책은 결국 박리다매나 비급여진료 유도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5년부터 급여화된 식대수가의 경우만 해도 6년동안 한푼도 올려주지 않아 식사의 질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저수가정책이 능사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는 지난 35년간 저수가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병원에는 서비스를 높이라는 압력을 끊임없이 해 왔다. 의약품처방이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 DUR 시스템 도입에서부터, 병원 서비스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인증제 시행, 300 병상 이하 규모 병원에 까지 감염위원회 설치 확대 등 수없이 많다.

또한 끊임없는 선택진료제도 개선 요구로 약 1천억원 이상 수입 감소요인이 발생했고, 그동안 병원 결손을 채우는데 효자구실을 해온 주차장 이용료가 높다며 인하압력을 넣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이런저런 비용을 모두 합쳐 추계해 본 결과, 총 4,876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과 내년에 치러질 선거를 의식해 건강보험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으로 수가를 인상해 주기 어렵다며 고작 1.9%에 불과한 수가인상에 동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것도 다른 유형에는 모두 2% 이상 인상해 주면서 병원은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급여비 비중이 높아 2% 이상은 주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공단 재정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정해 준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21세기에 자신들이 제시한 것을 수용하지 않으면 벌칙을 받아야 한다는 억지주장을 아직까지 고집하고 있다.

병원협회가 사실상 사상 초유로 정부에 대항해 궐기대회를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저수가로 병원이 어려워지는 것은 제쳐놓더라도 더 이상 수가이외에 박리다매나 비급여 등으로 국민들의 다른 호주머니를 털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보험료를 올리지 않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국민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적정진료/적정수가/적정부담만이 안정된 의료공급체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벼랑 끝에 선 것이다.

내달 3일부터 병협 주최로 열리는 Korea Healthcare Congress에서 기조연설을 할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법학과 맥스웰 그렉 블록 교수는 “치솟는 의료 서비스 비용이 과소진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의료서비스가 배급의 대상인가”라며 반문한다.

환자를 위해 헌신해야할 의사와 병원의 수칙이 전례없는 위협속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지 귀담아 볼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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