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 아스피린, 항불안제 처방 막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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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 아스피린, 항불안제 처방 막혀 혼란
  • 박현 기자
  • 승인 2011.03.1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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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트릴' 처방금지에 환자와 의사들 반발
㈜한국로슈가 허가를 받으면서 불안효과 허가를 빠뜨려

불안증상 치료제로 연간 수십만 건 이상이 처방되고 있는 약물 '리보트릴'(성분명 클로나제팜)의 처방이 금지되어 의사와 환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약이 정신과의 '아스피린' 같은 약이라는 점이다.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 (회장 노만희, 이하 의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불안장애, 양극성 기분장애, 정신분열병 등에 효과적 치료제인 '리보트릴'의 정신과 사용이 금지됐다. 이 약은 처방이 많고 저렴하며 효과적 치료제로 일부 질환은 다른 약물로 대체조차 곤란하다.”다고 호소했다.

환자 박 모 씨(45세/남, 양극성 기분장애)는 “지난 7년간 처방 받아온 약을 이번 달부터 못쓴다는 말에 황당할 뿐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사들 역시 이 약물을 보험으로 처방하면 삭감되고 일반약으로 처방하면 부당진료로 처벌을 받게 되어 난감한 상황이다.

정신과 이창일 개원의는 “불안장애 환자가 많아 이번 달만 327건이 삭감됐다. 꼭 필요한 약이라 처방을 바꿀 수도 없다.”라며 심각성을 호소했다.

▲㈜한국로슈가 약물 허가신청 시 제외시켜

그렇다면 왜 20년 이상 정신과에서 쓰여온 약물이 금지됐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금년 3월부터 '오남용약물 전산심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산심사시스템은 약물이 허가 받지 않은 용도로 처방, 오남용 되는 것을 방지한다. 좋은 취지의 제도이나 문제는 '리보트릴'이 불안치료제로 허가를 받지 못해 전산심사 과정에서 사용이 금지된다는 점이다.

1984년 ㈜한국로슈는 해외에서 불안증상 치료제와 항전간제(간질치료제)로 쓰이는 리보트릴을 도입하면서 항전간제로만 허가를 받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불안치료제로서의 효과를 인지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사용을 비공식적으로 허락했지만, 전산심사가 시작되며 기계적으로 처방이 막히게 된 것이다.

▲뒷짐진 제약사에 더욱 분노

이에 정신과 의사단체들은 ㈜한국로슈에 항불안제로의 허가신청을 요구해 왔으나 사측은 20억의 소요예산을 들어 거부해 왔다. 심지어 '실용적 임상연구'제도를 통해 비용을 50% 단축시켜줄 것을 식의약청에서 제안 받았으나 이마저 거절한 상태이다.

저렴한 약이라서 등록비용을 건지지 못한다는 판단인 것이다.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자사의 약물을 마케팅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의사들이 제약회사에 약을 쓰게 해달라고 항의하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부 정신과 질환에 대한 처방허용을 고려 중이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제약사가 공식적 허가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 보고 있다.

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 등에 ㈜한국로슈에 대한 규탄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 상태로 의사회 김동욱 보험이사는 “㈜한국로슈는 해외에서는 정신과 처방을 허가 받고 국내에서는 제외한 이중성으로 환자들을 증상악화와 3-4배 비싼 고가약 처방으로 내 모는 사태에 대해 도의적 책임이 있다. 해결책을 제시 하지 않을 경우 일간지 광고 등 ㈜한국로슈의 태도에 대해 규탄과 대국민 홍보를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할 것이다”라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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