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의약품, 힘의 논리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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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의약품, 힘의 논리 이길까?
  • 최관식
  • 승인 2005.03.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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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외자사와 약사 사회 힘겨루기 관심 집중
재고의약품 반품 여부를 둘러싸고 약사 사회와 제약사간 힘 겨루기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약국에서의 재고의약품 발생은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 빚어진 불가항력적인 부작용이라는 점에서는 약사들과 제약사간 이견이 없다. 당시 수요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다 보유하게 된 측면과 함께 덕용포장, 처방 변경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재고가 발생하게 됐다는 설명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제약계는 "약사들의 주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손실을 일방적으로 제약사에 지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약사측은 반품에 협조하지 않는 제약사에 대해 끈질긴 반품 요청과 함께 대체조제 등의 방법을 통해 해당 제약사를 압박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30일 현재까지 반품 거부의사를 보이고 있는 제약사는 대부분 외자사로 처방약(ETC) 중심의 품목을 보유하고 있어 약사들의 반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일반의약품(OTC) 품목 의존율이 높은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도 반품에 선뜻 협조한 것도 따지고 보면 OTC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약사들의 비위를 건드려서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제약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전국 6천647개 약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고의약품은 모두 181억여원어치로 이 가운데 96.4%에 해당하는 174억여원에 대해서는 제약사들이 반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반면 외자사 입장에서는 현행 의약분업 형태에서 상품명 처방에 대해 대체조제를 하자면 의사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약사들의 대응이 그리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번 사안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 지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대한약사회(회장 원희목)가 재고의약품 반품 비협조사에 대해 강력 대응키로 최근 방침을 정하고 지난 16일에는 해당 제약사를 방문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29일에는 전국조제전문약국협의회(회장 문승열)도 성명서를 내고 약사회의 반품사업에 동참을 선언했다.

조제전문약국협의회는 29일 오후 대한약사회 원희목 회장을 방문해 한국로슈 등 비협조사 품목의 대체조제의약품 리스트를 협조 받는 한편 입장 변화가 없다면 향후 대체조제운동 등 단계적인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리스트에는 사후통보가 가능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친 약 리스트와 사전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의약품동등성시험 품목을 구분해 한국로슈 제품 한 품목에 대해 적게는 2종에서 많게는 27종의 대체조제의약품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약사회측의 반품 요구를 거부한 재고의약품은 모두 6억 6천여만원어치로 이 가운데 한국로슈의 품목이 40.7%인 2억 6천892만원어치다.

한국로슈측은 "40개 거래 도매상에 적정 마진을 주어 공급했기 때문에 재고의약품 문제는 도매상과 약국간 해결해야 할 문제로 한국로슈가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약사들의 창이냐, 제약사의 방패냐의 싸움에서 앞으로 누구의 손이 올라갈 지 자못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철저한 힘의 논리가 명분을 억누르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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