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 위해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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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 위해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 박현
  • 승인 2010.06.24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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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머니 인공호흡기 제거 1주년, 논란과 숙제에 대한 해답 제시
국내 처음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받고 ‘존엄사’ 논란을 일으켰던 ‘김 할머니’가 6월23일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지 1주년을 맞았다.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지 201일 만인 지난 1월10일에 사망했지만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김 할머니’의 사례가 논란과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이 창립 33주년을 기념해 2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김 할머니’의 사례가 우리 사회에 남긴 논란과 숙제가 무엇인지 ‘삶의 마무리, 존엄사 논의를 넘어서’라는 주제의 학술 심포지엄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해답을 제시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헌법에 보장된 국민들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공동체가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

이번 아산재단이 주최하는 ‘삶의 마무리, 존엄사 논의를 넘어서’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죽음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다. ‘김 할머니’ 사건이라고 불리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적 다툼이 바로 그것이다.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과거 의료진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환자 가족들의 태도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김현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죽음문화의 지형’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죽음은 각자의 삶에서 시작하지만 최종적으로 다른 사람의 삶에 연결되고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의 관점에서 성찰해야 된다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의 지형들을 사회문화적, 종교적, 경제적, 규범적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규범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개념적으로 죽음 그 자체라기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 즉 ‘삶의 마무리’라는 것을 강조했다.

고윤석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의료현장에서의 삶의 마무리-규범을 중심으로’라는 주제 발표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합의에 도달하든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는 과정이 가정에서 보다 병원에서 더 힘들게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인들의 중요한 사명 중의 하나는 치료에 반응이 없는 환자들의 임종과정이 보다 인간적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고통은 최소화 되도록 돌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 교수는 환자들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50% 이상의 환자들이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미국의 경우 사망의 20%가 생명연장 치료가 주로 수행되는 중환자실에서 일어나고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들은 연명치료 지속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외국과 다르지 않아 2009년 7월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총 308개의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말기질환을 가진 환자로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수는 응답한 256개 기관에서 총 1천555명으로 요양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환자들까지 고려한다면 그 숫자가 적지 않다.

특히 고 교수는 "힘겨운 사망과정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심한 고통을 남기는데 한 조사에서는 중환자실 환자가족의 75.5%, 배우자의 82.7%가 불안과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국내 말기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통증이 37.9%, 가족에게 주는 부담감 24.1%,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20.7%의 순으로 나타났다"며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과 함께 말기환자의 삶의 마무리가 힘들지 않도록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 교수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10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연명치료중지 지침’을 마련해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품위 있는 삶을 위해 연명치료를 적용하거나 중지할 상황에 있는 의료인에게 행위의 범위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삶의 바람직한 마무리를 위한 공동체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윤영호 국립암센터 암관리연구과장 역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은 삶의 바람직한 마무리를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이며 삶의 바람직한 마무리를 위해 보다 포괄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박사는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의료계는 임종 진료에 관한 우리 고유의 표준지침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결과를 정부에 제출 △정부는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 △국회는 의료계의 지침마련과 사회적 합의 그리고 정부의 대책에 따른 법률을 제정 △언론, 종교계, 학계 등은 범국민적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 문화운동을 펼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정진홍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삶의 마무리가 편의에 의해 관장(管掌)되고 있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러한 문제의 공유와 공론화 그리고 문화의 확산과 심화가 삶의 마무리로서의 죽음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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