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세계의 병원인증제도(J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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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세계의 병원인증제도(JCI)
  • 윤종원
  • 승인 2010.01.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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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고대안암병원 QA위원장
2005년 기준 인구 천 명당 병상 수는 한국은 8.1명으로 OECD 평균인 4.1명의 두 배를 보이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병상 수로 봐서는 병상이 부족하지 않다는 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병원들의 규모 경쟁은 끊임없이 추구되고 있다.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화, 첨단화에 대한 열의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이는 1990년대 이후 등장한 두 군데의 대형병원의 영향이 지대하다고 본다.

당시를 회고하면 100년에 가까운 의료계 역사 속에서 병원의 우열 순위는 대학의 순위와 비슷한 순서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 한 순간에 뒤바뀌어 버린 사태였던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어느 병원도 할 수 없었던 대규모 자본이 병원에 투입되고 그로인해 상상을 못하던 규모의 대형화 첨단화 된 병원이 등장했고 이것이 한국 의료시장에서 새로운 획을 긋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시대적 상황도 있었을 것이고 세계적인 추세도 있었을 테니 꼭 그런 영향만은 아니겠지만 그 후로 우리나라 의료계에 대형화 바람이 불어 닥친 것은 사실이다. 본인이 근무하는 대학에서도 병원의 규모를 2천 병상 이상의 규모로 키워야 상위 그룹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교수님들을 쉽게 볼 수가 있는데 객관적 자료가 우리나라의 병상 수가 이미 과잉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제시하는 형국에서 이러한 주장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병원의 순위를 매긴다는 것이 다소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지만 병상 수가 마치 병원의 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싶다. 사실 병원의 경영 구조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제조업에 비해 형편없이 취약하다. 매출 대비 수익률은 형편없이 낮고 그에 반해 인건비와 시설 유지 관리비에 들어가는 고정비 비율이 대단히 높은 구조를 갖는 것이 병원의 특성인데 이처럼 경영의 탄력성이 그 어느 업종보다 떨어지는 업계에서 투자가 만사라는 식의 관행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러한 문화는 어디서 기인한 것이고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곤 한다.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 병원들이 우리처럼 수 천 병상을 자랑하는 병원들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고 또 정말 규모가 병원의 우수성을 대변하는 기준이라면 기업적인 투자를 할 수 없는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은 그야말로 대기업이 병원을 인수하지 않는 한 아무리 노력을 해도 국민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뭔가 억울하지 않는가? 그리고 뭔가 석연치 않지 않는가?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한 분이 계신데 개인 사정으로 인해 수술 전 검사는 다 받았지만 수술은 받지 않고 퇴원을 하셨다고 한다. 그 후 몇 개월이 지난 후 보호자가 병원을 찾아와서는 수개월 전에 시행한 수술 전 검사 가운데 가슴 X-ray 결과를 보여 달라고 하더란다. 왜 그러시냐고 하니 환자분이 최근에 다른 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았는데 수개월 전에 촬영한 가슴 사진이 있으면 가지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의 검사 결과지를 찾아보니 정확하게 폐암 의증이라고 전문의의 판독 결과가 붙어있더라는 것이다. 결국 이 환자는 수술 전 준비에서 이미 폐암이 발견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하고 지난 수개월을 보냈다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일까? 검사 결과를 챙기지 못한 전공의의 잘 못 일까? 수술은 안했지만 외래를 통해 몇 차례 치료를 받았으니 전공의만의 잘못은 아닐 텐데 그렇다면 Staff 의 잘못일까? 이런 경우 현재의 관행으로 보면 아마도 해당 전공의가 부주의하다고 야단을 맞았을 것이다. 과연 그런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는 개인의 부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사 따로 결과 따로 식의 시스템에서는 누구라도 잠깐 부주의하면 사고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관행은 주의 의무를 강조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의료 사고의 상당수가 사실은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보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의료계는 이에 대한 반성과 고민 그리고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자 그럼 다시 원래의 논지로 돌아가 보자.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에 쇼핑을 하러 가거나 은행 일을 보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유독 우리나라 병원에는 은행, 커피숍, 음식점이 즐비한 대형 병원들이 환자들에게 각광을 받는 것일까? 이 점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않고 규모만 늘리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한 마디로 말해서 환자들이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아마도 대형병원이고 인지도가 높은 병원이라면 의료사고가 적을 것이다’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누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시 내가 마취에서 못 깨어나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한다. 본인도 수면 내시경을 받을 때 마다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하물며 일반인이고 수면 수준이 아닌 수술을 받을 때라면 당연할 것이다. 1984년의 하버드 의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예기치 못한 사고의 70%가 사실은 예방이 가능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형병원들은 의료 사고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 결과 대형병원들은 그 수준에 맞는 낮은 의료사고율을 보일까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환자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대형병원을 찾는데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의료사고율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면 비싼 돈을 내고 구태여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수고를 할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수도권의 대형 병원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수많은 지방의 훌륭한 병원들이 아니 수도권도 마찬가지지만 규모와 위치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것이 어찌 생각해 보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환자들이 진정 원하는 좋은 병원은 바로 의료 사고가 적은 병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병원들이 규모 경쟁과 시설 투자에만 집중해 오던 반면에 미국은 1900년대 초부터 치료가 효과적으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제도를 갖고 있었다. 이 제도가 발전하여 1950년대에 관련 단체들이 모여서 안전한 의료를 지향하는 인증 시스템을 만들고 병원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병원의 규모나 최신 시설 여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진료 시스템을 모니터링 하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의 Joint Commission 의 시작이 된다. international part 는 1988년에 시작되는데 JCI 인증을 준비하면서 왜 미국은 타국의 병원에 자국의 인증 제도를 도입시켰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막은 모르겠지만 그 무렵부터 수많은 미국인들이 해외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하던 시기라 아마도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외국 병원에 이 제도의 도입을 권고한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 본다. 아무튼 미국의 병원 인증평가기관이 국제부를 만들고 관련 규정을 만들어서 적용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JCI 규정은 국제 기준이라 미국 내 기준에 비해 까다롭다고 한다.

JCI 인증을 위해서 그들의 규정을 공부하다 보면 그들의 규정이라는 것이 수많은 소송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라는 추측이 들 정도로 의료 사고 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모두 다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앞서 설명한 사례를 예로 들면 JCI 규정대로 라면 수술 전 검사 상에서 폐암이 의심되는 경우 판독을 한 의사는 검사를 의뢰한 의사에게 심각한 결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고를 하게끔 되어있다. 의무적으로 보고를 해야만 하는 심각한 결과를 병원에서 규정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JCI 인증을 준비하면서 나는 수많은 예비 의료사고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검사를 위해 어린 아이를 약물로 재우고는 아무도 돌보지 않고 대기실 쇼파에 뉘였다가 깨어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수면 내시경을 하면서도 환자의 신체 반응을 전혀 모니터링 하지 않는 모습, 설계도면 상으로는 방화벽이 복도에서부터 천장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천장을 여니까 휑하니 뚫려 있는 병동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사고의 사각지대가 바로 병원임을 알 수 있었다.

검사를 위해 잠자는 약을 먹은 아이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이에 토하거나 수면 내시경 받고 누워있던 환자가 다들 바쁘다고 돌보지 않은 사이에 구석에 누워 있다가 심폐 정지라도 일어난다면 그것이 바로 의료사고 아니고 무엇인가 말이다. 고대 병원은 지난 7월에 JCI 인증을 획득했다. 최초의 논의가 2005년에 있었고 본격적인 준비를 2006년부터 했으니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인증 후 여러 병원들로부터 JCI 인증의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받는데 그럴 때 마다 이야기 했던 부분들을 간략하게 소개 할까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우리 병원도 JCI 인증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을 병원의 많은 관계자들이 진정으로 공감해야 한다.

JCI 인증을 받고 안 받고가 국내 병원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데 구태여 많은 노력을 들이면서 인증을 왜 받아야 하는지를 반드시 점검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병원은 병원의 미래를 위해서 받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다른 병원들도 하니까 해야지라는 정도의 목적으로 집행부가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경향이 있는데 JCI 인증이란 병원의 진료 문화를 완전히 바꾸는 “문화 운동”이지 그저 몇 명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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